'역전 결승골' 기뻐하는 손흥민 21일(현지시간) 독일 도르트문트의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도르트문트와의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H조 5차전에서 골을 터뜨린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오른쪽)이 팀 동료인 해리 케인(왼쪽)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손흥민은 이날 1-1로 맞선 후반 31분 역전 결승 골을 터뜨렸다. 올 시즌 자신의 챔피언스리그 2호 골이자 시즌 4호 골이다.

지난 11월 21일(현지시간) 독일 도르트문트의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도르트문트와의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H조 5차전에서 골을 터뜨린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오른쪽)이 팀 동료인 해리 케인(왼쪽)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손흥민의 거침없던 기세가 한풀 꺾였다.

손흥민이 선발 출전한 토트넘 홋스퍼가 17일 오전 2시 30분(아래 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아래 EPL)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 경기에서 1-4로 완패했다. 이로써 토트넘은 7위로 내려앉으면서 상위권 도약에 실패했다.

맨시티는 약점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막강했다. 빠른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점유율을 가져갔고, 순식간에 토트넘 골문을 위협했다.

맨시티의 압도적인 분위기가 이어졌고, 전반 13분 만에 선제골이 터졌다. 다비드 실바를 대신해 선발 기회를 잡은 일카이 귄도간이 날렵한 움직임에 이은 침착한 헤더로 골문을 열었다. 토트넘은 공격에 가담한 니콜라스 오타멘디와 엘리아큄 망갈라 수비에 집중한 나머지 그 사이에 있던 귄도간을 놓친 것이 뼈아팠다.

맨시티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전반 23분,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위고 요리스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잡았고, 강력한 슈팅을 때렸다. 이것이 요리스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에 막히자, 라힘 스털링이 달려들어 재차 슈팅을 시도했다. 그러나 힘이 너무 들어갔는지 볼은 허공을 갈랐다. 토트넘엔 천만다행이었다.

맨시티의 매끄러운 공격 작업도 대단했지만, 속도가 더 놀라웠다. 너무 빨랐다. 원터치 패스를 매우 빠르게 주고받았다. 공은 중앙과 좌우 측면을 빠르게 오갔고, 순식간에 슈팅으로 이어졌다. 아구에로와 귄도간, 르로이 사네, 스털링이 쉴 새 없이 슈팅을 퍼부었다.

토트넘은 볼을 소유하는 것도 어려웠다. 아구에로와 스털링, 사네의 강한 전방 압박에 막혀 공격 속도도 늦춰졌다. 해리 케인은 완전히 고립됐고, 손흥민과 크리스티안 에릭센, 델레 알리도 힘을 쓰지 못했다.

물론, 공격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전반 30분, 손흥민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손흥민이 우측면을 빠르게 질주했고, 중앙 수비수 망갈라와 일대일로 마주했다. 지체 없이 중앙으로 드리블한 뒤 슈팅을 시도하려는 찰나, 공격수 사네가 달려들어 손흥민의 볼을 가로챘다.

전반 34분, 위협적인 슈팅 장면이 나왔다. 케인이 박스 좌측 부근에서 에릭센의 패스를 이어받아 감아 차는 슈팅을 시도했다. 예리함과 날카로움을 갖춘 슈팅이었지만, 볼은 골문을 벗어났다. 전반 43분, 손흥민이 우측면에서 올려준 크로스가 문전 앞에 있던 케인에게 정확히 배달됐지만, 볼 터치가 좋지 못했다. 후반 2분에는 케인이 크로스 한 볼이 박스 안쪽에 있던 손흥민을 향했지만, 또다시 수비에 가담한 사네에게 막혔다.

토트넘이 기회를 살리지 못하자, 맨시티가 추가골을 뽑아냈다. EPL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선 데 브라이너였다. 후반 25분, 맨시티의 빠른 역습이 전개됐고, 데 브라이너가 좌측면에서 볼을 잡았다. 그는 번개 같은 속도로 박스 안쪽으로 진입했고, 골망을 찢어버릴 듯한 강력한 슈팅으로 골문을 열었다. 불과 2분 전, 알리에게 발목이 짓밟혔던 선수라곤 믿을 수 없는 스피드와 드리블, 슈팅이었다.

데 브라이너의 원맨쇼는 끝나지 않았다. 후반 29분에는 빠른 드리블로 수비를 휘저으면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교체 투입된 가브리엘 제수스가 골대를 맞추고, 스털링의 재차 슈팅이 허공을 갈랐지만, 데 브라이너의 진가를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후반 35분, 세 번째 골이 터졌다. 데 브라이너가 토트넘의 패스를 차단해 귄도간에게 볼을 연결했다. 귄도간은 뒷공간을 무너뜨린 사네에게 볼을 전달했고, 사네는 반대편에서 달려든 스털링에게 패스를 내줬다. 이를 스털링이 침착하게 밀어 넣으면서 득점에 성공했다. 컴퓨터 게임에서도 해내기 힘든 조직적인 패스와 빠른 공격 속도, 깔끔한 마무리였다.

맨시티는 한 골을 더 추가했다. 후반 44분, 평범하게 넘어온 볼을 걷어내지 못한 에릭 다이어의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스털링은 요리스 골키퍼 가랑이 사이로 볼을 집어넣은 뒤, 아무도 없는 골문으로 공을 밀어 넣었다. 후반 추가 시간, 에릭센에게 만회골을 헌납했지만, 완벽한 승리나 다름없는 경기였다.

'판타스틱 4'의 침묵, 웅장했던 맨시티의 벽

손흥민은 왼쪽 측면 공격수와 처진 스트라이커를 오가며 77분을 뛰었지만, 소득이 없었다. 최근의 상승세를 앞세워 5경기 연속골 사냥에 나섰지만, 맨시티의 벽은 웅장했다.

장기인 슈팅은 허공을 갈랐던 중거리 한 차례뿐이었다. 절정의 감각을 보였던 드리블과 패스도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맨시티 수비진은 손흥민의 강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고, 철저하게 틀어막았다. 손흥민의 빠른 발을 의식해 뒤로 물러서는 수비를 보였고, 협력을 통해 공격을 차단했다. 토트넘의 볼 배급이 원활하지 못했던 탓에 볼 터치가 많지는 않았지만, 수비에 고전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3일마다 경기를 치르는 강행군 탓에 급격한 체력 저하까지 보였다. 

손흥민만 침묵한 것이 아니다. EPL 최고의 스트라이커 케인도 맨시티 골문을 열지 못했다. 고립을 피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3차례의 슈팅을 시도했지만, 득점은 터지지 않았다. 토트넘이 중앙선 부근을 넘어서는 것조차 힘겨웠던 탓인지 박스 안쪽에서 시도한 슈팅은 한 차례도 없었다.

알리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4일 브라이튼전에서 체력을 비축했지만, 경기력은 올라오지 않았다. 공격 진영에 위치했지만, 슈팅은 물론 키패스와 드리블 시도조차 없었다. 지난 10월 리버풀전 이후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무려 8경기(EPL)째다. 토트넘이 살아나려면, 알리가 확실한 부활을 알려야 한다.   

에릭센은 만회골을 터뜨렸지만, 존재감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맨시티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했다. 빠른 역습에 앞장서기보다 상대 공격을 막아내는 시간이 길었다. 중원 싸움에 힘을 보태고, 볼 배급에도 나섰지만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다. 에릭센이 막히면서 케인과 손흥민, 알리의 결정력이 돋보일 수 있는 장면도 적어질 수밖에 없었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 맨시티전 1승 1무의 상승세를 이어가려 했다. 하지만 올 시즌 맨시티는 급이 달랐다. EPL 전반기를 무패(17승 1무)로 마칠 만한 위대한 전력을 자랑했다. 반면 토트넘은 우승 경쟁을 벌였던 지난 시즌과 달리 7위에 알맞은 경기력을 보였다. 손흥민과 케인, 알리, 에릭센 등 '판타스틱 4'의 분발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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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VS맨체스터 시티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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