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평창 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의 한 숙박업소가 내건 임대 현수막. 사진은 해당 기사와는 관련없음.
 평창 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의 한 숙박업소가 내건 임대 현수막. 사진은 해당 기사와는 관련없음.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문제>평창 올림픽 스타디움까지 차량으로 40분 거리, 강원도 강릉시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바닷가가 바로 앞에 보인다. 이 곳의 올림픽 기간 1박 요금은 얼마일까?

답은 5만원, 반값이다. '올림픽 특수'로 숙박업소들의 '바가지' 요금이 기승을 부리는 강원도에 반값 숙박업소가 등장했다. 강원도 강릉시에 위치한 A게스트하우스다. 이 게스트하우스는 올림픽 기간인 내년 2월 9일~25일까지 1박에 5만원만 받는다.

비슷한 인근 지역의 게스트하우스가 올림픽 기간 중 기본 10만원(1박), 최대 15만원까지 받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저렴한 가격이다. 이 게스트하우스의 사장인 안아무개(48)씨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우리도 바가지 요금인데 모범사례로 소개되긴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말을 꺼냈다.

하루 5만원이 바가지 요금이란 안씨의 설명은 이렇다. 겨울철인 12월부터 2월 중 이 게스트하우스의 1박 요금은 3만원이다. 그런데 올림픽 기간에는 2만원을 올린 5만원을 받으니 '바가지'를 씌우는 건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변보다 월등히 싸다는 건 변함없다. 또 올림픽 기간 중 몰리는 수요를 생각하면, 이정도 가격 인상은 납득할 만하다.

사실 그에게도 '바가지' 요금의 유혹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인근에 게스트하우스를 하는 사람이 예약이 다 차서 못 받는 손님들을 넘겨주겠다고 제안했다. 1박에 10만원씩 받고 일정 부분 수익을 나누자고 했다. 거절했다.

"여기는 미디어 활동 하는 사람, 노조나 사회운동 활동가들도 많이 와요. 파업 중인 노조나 이런데(사정이 넉넉지 않은 단체)는 돈도 안 받고 해요. 겨울에 워크숍이나 수련회도 오고, 그런 분들한테 (바가지 요금 받는 모습을 보여주기가) 그렇고 해서 안하겠다고 했어요. 사실 올림픽 개최를 반기는 입장도 아니고요."

"바가지 요금? 여기 오가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그렇지 않나"

지난 4월 강원 강릉시청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준비 숙박업소 마인드 함양교육에서 최명희(왼쪽 두 번째) 강릉시장과 강릉·평창 숙박 대표 등이 자정결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지난 4월 강원 강릉시청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준비 숙박업소 마인드 함양교육에서 최명희(왼쪽 두 번째) 강릉시장과 강릉·평창 숙박 대표 등이 자정결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안씨는 5년전 서울 생활을 접고 강릉에서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시작했다. 딱히 '이윤'을 낼 생각이 없었다. 그가 서울에서 알게 된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는 게 목적이었다. 게스트하우스는 그의 지인들이 머물다 갈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시민단체 활동도 하고, 야학도 하고, 이런 저런 활동을 하다가 강릉에 내려오니까 관계들이 단절되는게 아쉽더라고요. 그렇가도 그 사람들을 매번 찾아갈 수 없는 노릇이잖아요. 그래서 바닷가 쪽에 집을 얻어서, 사람들도 오고, 그런 공간으로 만든 거죠. 마냥 좋아서 시작했어요"

'돈 남는 것에 개의치 않다보니 그가 게스트하우스 운영으로 남기는 순수익은 '최저임금' 정도다. 안씨는 "공과금과 운영비, 난방비 등을 빼면 비수기엔 최저임금 수준인 100만원 남는 정도"라며 "계산해본 것은 아니어서, 정확한 금액은 잘 모르겠다"라고 했다.

이 게스트하우스는 방이 5개, 총 16인이 머물 수 있는 작은 규모다. 올림픽 예약을 받는 다른 곳과 달리 아직 예약은 받지 않고 있다. 내년 1월부터 에어비엔비 등을 통해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예약도 접수할 계획이다.

내년 1월부터 외국인 예약도 접수, 운영도 영어 잘하는 지인이

외국인도 좀 더 '싸게' 올림픽을 관람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올림픽 기간 중에는 영어를 잘하는 지인에게 운영을 맡길 계획이다. 그도 강원도 일대 숙박업소 구하기 '전쟁'이 벌어진 것을 체감하고 있다. 예약을 받지 않고 있지만, 올림픽 기간 중 숙박할 수 없냐는 문의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도 평창 올림픽에 선수 셔틀버스 운행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분한테 전화가 왔어요. 한 달인가 살아야 한다고 해서 월세를 얻으라 하니까, 월세도 (하루)기본이 10만원이라고. 아르바이트 비용보다 숙박비용이 더나가게 생겼다고요. 그래서 나중에 다시 전화 달라고 했어요"

그는 게스트 하우스의 이름과 위치가 공개되는 것을 꺼렸다. '반값' 숙박료가 알려지면 주변 민박집이나 여관 등에서 항의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더 받는 건 뭐라고 하지 않는데, 덜 받는 건 뭐라고 하더라"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최근 올림픽 특수에 따른 '바가지' 현상에 대한 생각을 물었을 때, 그는 즉답을 꺼렸다. 자신도 '바가지' 요금을 받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다른 곳에 비해 절반 수준이면 바가지라고 볼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설득에 그는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어차피 장사하는 사람들이잖아요. 바닷가 쪽은 여름 장사 한철해서 1년을 먹고 살아요. (1년) 매상의 70%를 여름 성수기에 올려요. 그런데 비수기인 1~2월 이때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한 올림픽 특수가 생겨버리니까, 엄청나게 올릴 수밖에 없죠. 사람 욕심이야 끝이 없으니까."



태그:#올림픽, #평창 올림픽, #바가지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