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덕 한화 신임감독

한용덕 한화 신임감독 ⓒ 한화 이글스


2018시즌을 준비하는 프로야구 각 구단들의 스토브리그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유독 조용한 행보로 오히려 눈에 띄는 구단은 바로 한화 이글스다. 한용덕 신임감독이 새롭게 부임한 한화는 현재까지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외부 영입없이 잠잠한 스토브브리그를 보내고 있다.

경쟁구단들이 황재균(KT), 강민호(삼성), 손아섭- 민병헌(이상 롯데) 등 대어급 FA들의 계약으로 전력을 보강했고, 소극적으로 보이던 넥센도 메이저리거 박병호의 컴백이라는 호재를 만났다. 가을야구에 탈락했던 LG도 아직 거취가 확정되지 않은 메이저리거 김현수의 영입을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하지만 지난 시즌 8위에 그쳤던 한화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한화는 지난 몇 년간 모기업의 전폭적인 투자를 등에 업고 FA시장의 큰 손으로 군림했다. 2014년부터 정근우, 이용규, 배영수, 송은범 등 국내 FA에, 메이저리거 출신 외국인 선수 윌린 로사리오-알렉시 오간도-에스밀 로저스-카를로스 비야누에바 등을 영입하며 수백억을 투자했다. 하지만 한화는 번번이 가을야구에 진출하며 투자에 걸맞는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한화는 당분간 외부 영입보다는 내부 육성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이미 김성근 전 감독이 물러난 지난 시즌 중반 이후 가성비가 떨어지는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정리하며 선수단 개편 작업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박종훈 단장은 올해 FA시장에서 외부 선수를 영입할 계획이 없음을 강조했다.

외국인 선수 역시 투수 키버스 샘슨(70만달러)과 제이슨 휠러(57만5000달러) 두 선수를 일찌감치 영입하며 127만 5천달러만을 지출했다. 두 선수를 합쳐도 지난 시즌 비야누에바-오간도-로사리오 세 선수 중 한 명의 몸값에도 못미친다. 샘슨과 휠러는 모두 20대 중반의 젊은  투수이며 대부분의 선수 경력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내며 빅리그 경험은 비교적 초라한 선수들이다. 이름값보다는 내구성과 가성비를 고려한 선택이다.

윌린 로사리오도 한화를 떠나 일본 프로야구 한신으로 이적하면서 새롭게 합류할 외국인 타자 역시 샘슨-휠러와 비슷한 수준의 계약이 예상된다. 한화의 다음 시즌 외국인 타자는 외야수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FA 협상도 원할하게 진행되지 않는 모습이다. 이용규가 그나마 FA 권리를 유보하고 팀에 잔류했지만 정근우, 안영명, 박정진 등은 12월 중순이 된 지금도 계약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나이와 시장 가치 등을 고려할 때 최대어급은 아니지만 한화 내야 수비와 타선, 마운드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던 선수들인 만큼 놓쳐선 안 될 자원들이다.

외야진 구성은 아직까지 오리무중이다. 한화 외야진은 지난 시즌 제대로 돌아가지 못했다. 이용규는 몇년간 지속적인 부상에 시달렸고 관리가 요구되는 만큼 내년에도 풀타임 출장은 장담하기 어렵다. 거포 이성열과 최진행 역시 올시즌 크고작은 잔부상에 시달리며 양성우 정도를 빼면 꾸준히 출장한 선수를 찾기가 어려웠다. 김경언은 방출됐고 이동훈과 강상원 등은 아직 경험이 더 필요하다. 잦은 라인업 변동과 불안한 외야 수비 때문에 한화 투수들도 덩달아 흔들렸다. 다음 시즌에도 별다른 전력보강이 없는 한화는 외국인 외야수의 리그 적응과 이용규의 건강, 양성우의 성장세가 다음 시즌 외야진의 무게를 좌우할 전망이다.

한화의 스토브리그 행보를 바라보는 팬들의 반응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전임 감독시절의 무분별한 지출이나 베테랑 의존도를 탈피하고자 하는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지나치게 소극적인 투자로 팀의 암흑기가 더 길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한화는 2008년부터 올해까지 무려 10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다음 시즌에도 포스트시즌을 놓친다면 LG의 기록을 뛰어넘어 KBO 역대 최장기록인 11년 연속 탈락이라는 불명예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 한화는 김태균-이범호 등 주축 선수들이 일본무대로 진출했던 2010년에도 '리빌딩'을 표방한 바 있지만 정작 몇 년간 최하위를 전전하는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당시 한대화 감독은 최악의 암흑기에 팀을 물려받아 고생만 하다가 계약 마지막 해를 채우지 못하고 경질된 바 있다.

젊은 선수들을 키우는 것도 좋지만 리빌딩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성적과 병행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일정한 투자는 필수처럼 여겨진다. 2010년대 최강의 왕조로 군림하다가 최근 2~3년만에 급격한 전력유출에 대비하지 못하고 한순간에 몰락했던 삼성의 행보가 좋은 반면교사다. 그런데 한화는 몇 년간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다는 이유로 모기업에서 크게 실망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올겨울 스토브리그에서 한화의 소극적인 행보가 내부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보다는, 삼성의 사례처럼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어쩔 수 없는 행보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연합뉴스) 한화 이글스가 김성근(75)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한화는 23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리는 KIA 타이거즈와 홈경기를 앞두고 김 감독의 지휘봉을 빼앗았다. 2017.5.23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성근 전 한화 감독 ⓒ 연합뉴스


한화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이지만 아직 사령탑로서 성공한 경험이 없는 한용덕 감독이나, 레전드 출신 코치들의 귀환도 평가가 엇갈리는 대목이다. 한화는 지난 몇 년간 김응용-김성근 등 타 팀에서 화려한 우승경력을 자랑하는 감독들을 외부에서 영입했지만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팀을 재건하는 데 실패했다. '이글스 야구'의 재건이라는 명분에서 레전드들의 귀환이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일부 팬들은 암흑기 당시 레전드 출신 코칭스태프들의 역량이 기대에 못 미쳤음을 지적하며 또다른 '실패한 과거로의 회귀'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남아있다.

타 구단에 비하여 현장 감독들의 영향력이 비교적 강했던 과거와 달리, 한화는 지난 시즌부터 '프런트 야구'로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박종훈 단장은 지난 시즌 부임 직후 김성근 감독과의 갈등으로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김성근 시대의 적폐를 청산하고 한화가 정상화로 돌아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한편으로 박종훈 단장 개인의 역량이나 프런트 야구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의구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시선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올 시즌은 사실상 한화의 프런트 야구가 통할 수 있는지 진정한 시험대에 오르는 첫 시즌이라고 할 만하다. 지난 시즌을 비롯하여 몇년간 끊임없는 부상 대란으로 선수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던 한화는 트레이닝 파트를 대대적으로 개선하고 스카우트팀의 역량을 강화하는 등 당장의 선수 자원 보강보다 '시스템 개선'에 더 주력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 한화보다 더 낮은 순위를 기록했던 9위 삼성이나 10위 KT도 올 겨울에는 확실한 투자로 전력을 보강했다. 지난 시즌 가을야구에 실패한 팀 중 아직까지 별다른 전력보강 요소가 없는 팀은 한화와 LG 정도만이 남았다. 그중에서도 일찌감치 FA시장마저 철수하고 내부 육성에 전념하겠다는 한화의 '마이 웨이' 행보가 내년에 과연 어떤 결과도 돌아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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