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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일 이 사건의 1심이 선고되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반쪽짜리였습니다. 총선넷이 진행한 낙선대상자 온라인 투표는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하지만 낙선투어 기자회견은 유죄랍니다. 낙선 목적의 불법집회라는 겁니다. 형사27부는 검사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말았습니다.
 지난 1일 이 사건의 1심이 선고되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반쪽짜리였습니다. 총선넷이 진행한 낙선대상자 온라인 투표는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하지만 낙선투어 기자회견은 유죄랍니다. 낙선 목적의 불법집회라는 겁니다. 형사27부는 검사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말았습니다.
ⓒ 강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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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뭍과 섬을 오가는 물탱크는 이제 그만! 디 코시모에게 한 표를 주십시오." 주민들이 항의합니다. "2년 전에도 찍어주면 섬에 수도를 놔준다고 약속했잖소." 정치인은 태연합니다. "2년 전에 약속한 사람은 제가 아닙니다. 그 전단에 쓰여 있는 건 약속이 아니라 서약입니다. 하느님께서 그 증인이십니다."

소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모티브로 한 영화 <일 포스티노>의 한 장면입니다. 이 섬마을의 현안은 물 부족이었습니다. 이 지역의 정치인은 선거철마다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지요. 선거 열기가 뜨거워지자 인부들도 부르고, 공사를 하는 이미지도 연출합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그가 선거에서 승리하자 공사는 또 흐지부지 됩니다.

"곧 다시 시작할 겁니다."
"언제요?"
"나도 모르죠. 경우에 따라 달라요."

주인공인 우편배달부 마리오 루오폴로가 항의합니다.

"경우에 따라 다르다니요?"
"사업이란 게 좀 복잡하지..."
"사업 같은 건 잘 모릅니다. 하지만 난 멍청이가 아니오. 우린 모두 당신이 선출되면 공사가 끝날 줄 알았어요."

무안해진 정치인은 마리오의 아내에게 빈정거립니다. "남편 성질이 불같군요." 이 대목에서 선거 때만 주권자로 칭송받는 대한민국 시민들의 처지가 떠오르더라고요. 심지어 우리나라는 공약을 어긴 정치인이 오리발 내미는 걸로 끝나지 않습니다. 투표 이상의 권리를 요구하면 탄압도 받습니다. 표적수사·기소·재판까지! 그게 무슨 말인가 싶으시죠?

[관련기사 : 박근혜 정부 '표적수사' 받은 나, 군사재판도 각오하는 이유]

대표적인 케이스가 총선시민네트워크(아래 총선넷) 탄압사건입니다. 총선시민네트워크는 2016년 총선을 앞두고 1000여 의 시민단체들이 함께 만든 연대기구입니다.

지난 1일 이 사건의 1심이 선고되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반쪽짜리였습니다. 총선넷이 진행한 낙선대상자 온라인 투표는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하지만 낙선투어 기자회견은 유죄랍니다. 낙선 목적의 불법집회라는 겁니다. 형사27부는 검사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말았습니다.

1심 선고까지 13개월이 걸린 것 같습니다. 첫 공판이 작년 11월에 시작되었는데요. 도중에 김진동 재판장이 이재용 회장 뇌물사건도 맡으면서 6개월 가량 연기되었기 때문이고요.

2016년 4월 총선에서 패한 박근혜 정부는 시민사회단체들을 표적수사 했습니다. 선관위는 선거 다음날에 총선넷 공동대표 2명을 고발했고요. 7월에는 소환대상을 4명까지 늘리고 압수수색도 하더니, 8월에는 소환장을 남발해 결국 22명까지 불어났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남긴 '캐비넷 문건'들은 이러한 정황들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알게 해줍니다.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실수비) 결과 보고서에는 관변단체들에 대한 지원 뿐 아니라, 낙선운동을 주도한 총선넷을 비판세력으로 규정하며 예의주시하라는 지시도 있었기 때문이지요.

박근혜 정부는 20대 총선에서 '진박'들을 당선시키기 위해 불법여론조사를 벌였습니다. 국정원 활동비를 상납 받아 100회 이상 말이죠.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 기무사도 2012년 19대 총선에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더군요.

지난 9년간 민심을 왜곡시키려는 정권차원의 불법 선거공작이 이제야 드러나고 있으니,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되었다는 소식을 듣지 못한 게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요. 공익의 대표자 검찰은 집권세력의 심각한 선거범죄를 방치하고, 하명사건만 집중했습니다.

기울어진 공익의 대표자 검찰 지난 9년간 민심을 왜곡시키려는 정권차원의 불법 선거공작이 이제야 드러나고 있으니,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되었다는 소식을 듣지 못한 게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요. 공익의 대표자 검찰은 집권세력의 심각한 선거범죄를 방치하고, 하명사건만 집중했습니다. 총선넷 사건에 대한 검찰의 입장은 박근혜정부가 탄핵되고서도 그대로였습니다.
▲ 기울어진 공익의 대표자 검찰 지난 9년간 민심을 왜곡시키려는 정권차원의 불법 선거공작이 이제야 드러나고 있으니,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되었다는 소식을 듣지 못한 게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요. 공익의 대표자 검찰은 집권세력의 심각한 선거범죄를 방치하고, 하명사건만 집중했습니다. 총선넷 사건에 대한 검찰의 입장은 박근혜정부가 탄핵되고서도 그대로였습니다.
ⓒ 강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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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더 참담합니다. 표적수사의 피해자인 총선넷이 유죄라니요. 20분 남짓 되던 짧은 선고가 끝나자 허탈함이 밀려왔습니다. 재판장은 총선넷의 낙선투어 기자회견을 '공정한 선거를 저해할 수 있는 죄질이 무거운 행위'로 규정하더군요.

구멍 뚫린 피켓을 들었다. 현수막을 잡았다. 마이크와 앰프를 썼다. 발언을 한 것 모두 처벌해야 한다네요. 오직 가치중립적인 '3분 총선'이라는 피켓만 죄가 없답니다. 선거법을 어겼다는 판단의 근거도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집권세력이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선거에 불법개입해도, 실정을 벌여도 시민들은 그저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건가요?

박근혜정부의 표적수사로 공동정범이 되어버린 활동가 22명 모두에게 벌금형이 떨어졌습니다. 300만원 1명, 200만원 2명, 70만원 6명, 50만원 12명. 박근혜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주권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한 대가로 총 1720만 원이 청구되었네요.

물론 사법부의 독립과 판단은 존중합니다. 하지만 이 말이 '아무말 대잔치'를 벌여도 된다는 건 아니겠지요.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합니다. 판결은 단순한 형량 자판기가 아니라 고차방정식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피고인의 법 위반사실 뿐 아니라, 조각사유, 선고가 우리사회에 미칠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생각할 게 많을 겁니다.

형사27부 김진동 재판장, 우배석 이필복 판사, 좌배석 권은석 판사의 판단을 기억하겠습니다. 비슷한 사건으로 국민참여재판을 선택한 청년유니온 김민수 위원장은 무죄를 받았지요. 그래서 조금 찜찜합니다. 법복을 입은 판사와, 평범한 시민들이 느끼는 법 감정의 격차일까요.

형사27부 김진동 재판장·우배석 이필복 판사·좌배석 권은석 판사는 역사의 심판를 피할 수 없을 겁니다. 이유를 막론하고 주권자들의 참정권을 후퇴시켰다는 사실은 명백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판사들은 돈과 권력이 있는 이들에게 지나치게 관대했습니다. 범죄를 저지른 재벌들에게 죄 값을 치르라고 하면,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미사여구도 동원했지요. 그런 식이라면 헌법이 보장하는 주권자들의 참정권 행사에 미칠 여파도 생각해야 하지 않나요.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고, 경영권 승계가 피고인(이재용)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말이 이해가 되시나요? 분명 한글인데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 8월에 나온 형사27부의 '맞춤선고'는 이재용 부회장의 2심 집행유예를 위한 큰 그림이었을까요. 적어도 스스로는 잘 알고 있겠지요.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했는지, 또 다른 잣대가 있었는지 말이에요.

이재용 부회장 사건에서 보여준 섬세하고 디테일한 노력들은, 총선넷 탄압사건에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닌가 봅니다.

하루 종일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도, 술을 한잔해도, 아무렇지 않은 척 노력해도 공허함이 채워지지 않더군요.

"6월 7일의 선거결과에 따라 이 나라의 미래가 달려있습니다. 그러니 투표하러 가십시오. 상공업과 전문직이 발달한 이탈리아 각기에서 선거기간 중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정치집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의구심이 있다면 투표하십시오. 확신이 있다면 투표로 확인하십시오."

앞서 언급한 영화에 나온 과거 이탈리아의 선거안내 방송입니다. 극장 사전광고 형태로 시청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배경이 아마도 60년대~70년대 초반일 것 같은데요. '선거기간 중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정치집회가 개최되었다'는 안내멘트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시계가 거꾸로 간 것 같습니다. 단순히 뺄셈만 해봐도 무려 50년이 훌쩍 넘은 일이죠. 그런데 2017년의 대한민국 공직선거법을 앞서가는 면이 있습니다. 주권자인 시민들은 선거일 180일 전부터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투표정도 해라. 이게 우리의 현주소니까요.

참 이상하지요. 기자회견이냐 집회냐가 왜 핵심쟁점이 되어야 할까요. 물론 낙선투어가 기자회견인 건 분명하지만요. 시민들이 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집회는 왜 불온한 것이며, 통제가 먼저인가요. 2명 이상 모이면 집회라는 판례의 낡은 논리는 언제까지 따라가야 하나요.

헌법이 보장하는 주권자들의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를 선거법이 방해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주권자들의 목소리와 참정권을 제대로 보장하는 실질적인 변화는 언제쯤 가능할까요.  

"명심하게 시인은 사람들에게 해로울 수 있어!" 극 중 정치인의 의미심장한 말처럼 주인공은 폭력적인 진압으로 희생됩니다. 이 장면을 보며 무수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떠올랐습니다. 사익보다는 공익을, 나 하나보다는 우리 사회를 위해 앞장서다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이름도 없이 스러져간 이들이 얼마나 많았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쁜 마음으로 항소하겠습니다. 만인을 위해 일할 때, 만인을 위해 싸울 때 나는 자유, 만인을 위해 몸부림칠 때, 피와 땀을 나눠 흘릴 때 자유롭다는 김남주 시인의 시 '자유'를 좋아합니다.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시민들의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우게 되어 영광입니다. 

4일 입대합니다. 20대 민간인으로서 마지막 주말이 흘러가고 있네요. 제복을 입은 시민으로서, 육군 현역병으로 나라를 잘 지키고 오겠습니다. 아마도 2심은 군사재판을 받게 될 것 같습니다. 위헌적인 소지가 많은 군 사법제도의 개혁 또한 희망합니다. 주권자들의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를 위해, 군사법원에서도 당당히 맞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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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