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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공사가 한창인 강릉올림픽아트센터 모습.
 지난 9월 공사가 한창인 강릉올림픽아트센터 모습.
ⓒ 김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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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월이면 개관식을 열고 본격적으로 운영될 '올림픽아트센터(강원도 강릉시)'는 1000석 규모의 대공연장을 갖춘 영동 최대의 공연 및 전시 공간이다.내년 2월 6일 '제131차 IOC총회 개회식'이 이곳에서 열리며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때는 각종 문화 공연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올림픽아트센터'가 건립되기까지 많은 사연이 있었다. '올림픽아트센터'의 원래 이름은 '강릉아트센터'였다.

강릉시는 당초 1000억이 넘는 돈을 20년간 갚아 나가는 조건으로 강릉아트센터 건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한 시의원의 끈질긴 반대로 포기했고, 결과적으로는 당초 공사비의 1/6 수준인 166억 원으로 건물을 지었다.

강릉아트센터 건립에 쓰인 총 사업비는 476억 원으로, 이 중 국비(50%)와 도비(15%)를 제외하고 강릉시가 부담한 비용은 고작(?) 166억 원으로 당초에 비해 1/6 수준이다.

최명희 강릉시장 공약 '강릉아트센터', 번번히 좌초

강릉아트센터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 7월 강릉시의회는 10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과 운영비 문제로 3년간 유보돼 왔던 '강릉아트센터 BTL 의무부담행위 동의안'에 대해 "충분한 수요 예측 조사 등을 거쳐 애물단지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가결했다. 당시 최명희 강릉시장이 임기 초기인 2006년 7월부터 1500석 규모의 강릉아트센터 건립을 계획하고 강릉시의회에 요구한 지 3년 만의 일이었다.

강릉시는 이를 위해 교동 408번지 일원 부지 1만2780㎡에 지하 2층∼지상 3층의 연면적 1만7893㎡로 1500석 규모의 대공연장과 전시실, 체육시설 등을 갖추고, 이를 위해 국비와 도비를 포함해 총 공사비 1860억 원으로 BTL(민간투자사업)사업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경우 강릉시는 업체에 임대료 26억5200만원과 운영비 28억4000만원을 합쳐 매년 55억여원을 20년간 총 1098억원을 지불해야 했다. 때문에 강릉시의회는 시가 의무적으로 갚아야 하는 비용만 1000억원이 넘고 인구 등 지역 여건에 비해 과다한 시설이라며 반대해왔다. 특히 의원들은 "창원시는 인접한 마산시와 합한 인구가 100만에 가깝지만 1500석 규모의 공연장을 가득 채운 사례가 연중 3~4회에 불과해 운영난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 시장은 이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 강릉아트센터 건립은 최 시장만의 공약이 아니라 당시 김진선 강원도지사가 내건 것이었기 때문이다.

2005년 9월 당시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1992년 건립된 강릉문화예술관이 432석에 불과하고 노후한 데다 동계올림픽 유치시 배후도시의 문화공연시설 조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 전 지사가 3선 도전을 9개월여 앞둔 시점의 일이었다. 그리고 최명희 강릉시장은 김 전 도지사 초선 시절인 1998년에 비서실장을 지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강릉아트센터 건립 건은 시의회 제8대 임기 말에 결국 최 시장의 원안대로 통과됐다. 이후 당초 계획대로 추진, 국회 동의를 거쳐 현재 시설사업기본계획(RFP) 작성에 필요한 '강릉아트센터 BTL 타당성 및 적격성 조사용역'까지 실시했다.

비례 초선 시의원 "강릉아트센터, 혈세 낭비 표본 될 것"

강릉시의회 제9대 의원을 지낸 김미희 전 의원, 김 전 의원은 의원 당시 집요한 설득으로 최명희 시장을 설득해 1000억 여원의 강릉아트센터가 1/6수준이 166억원으로 건립 하는데 숨은 공신으로 꼽힌다.
▲ 김미희 전 강릉시의회 의원 강릉시의회 제9대 의원을 지낸 김미희 전 의원, 김 전 의원은 의원 당시 집요한 설득으로 최명희 시장을 설득해 1000억 여원의 강릉아트센터가 1/6수준이 166억원으로 건립 하는데 숨은 공신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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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강릉아트센터는 제9대 시의회가 시작되면서 저항에 부딪혔다. 한 시의원이 아트센터를 문제삼고 나온 것이다. 강릉시의회 제9대 때 민주당 비례대표로 초선으로 입성한 김미희 전 의원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10년 12월 17일 시정질의에서 당시 김미희 의원은 최명희 강릉시장을 상대로 "강릉아트센터 건립에 대해 재검토하실 의향이 없냐"로 포문을 연 뒤 "강릉아트센터 건립이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대표적인 혈세 낭비의 표본이 될 것"이라고 따졌다.

"강릉시가 용역에 근거해서 작성했다는 운영비 가운데 시설임대료만 1293억 중 강릉시가 매년 26억5000만원을 부담해야 합니다. 여기에 보험료와 유지관리비 등을 운영비로 전체 포함하면 강릉시의 운영비568억 중에 매년 28억4,000만원이라는 시민의 세금이 투입될 예정입니다. 따라서 임대료와 운영비를 모두 포함하면 20년 동안 매년 약 55억원을 갚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월 단위로 계산해보면 매월 4억5700만원 이상의 돈을 아트센터의 손익과 관계없이, 공연을 하든 안하든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하루 1600만원 이상을 벌어야지 강릉시의 아트센터가 운영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금액은 초청비용 등은 제외되었고 민간기업 시설임대 및 운영에 관한 적자 손실 부분 역시 제외된 비용입니다."

이에 최 시장은 "시가 부담해야 할 운영비나 임대료를 최대한 줄이고 1500석 규모가 과하면 1200석 규모로 줄일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실행 의지는 여전히 강경했다.

그러나 김 의원 역시 물러서지 않고 동료의원 설득에 나섰다. 당시 강릉시의회 18명 중 민주당 소속은 고작 3명에 불과했고, 절대 다수가 최 시장과 같은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소속이었다. 당시 의원들은 "이미 8대에서 다 결정한 걸 가지고 왜 자꾸 반대를 하느냐"며 김 의원에게 핀잔을 주기 일쑤였다.

그러나 김 의원은 굴하지 않았다. 비슷한 규모의 아트센터를 BTL로 만든 경북 안동을 혼자 찾아가 운영 실태를 파악했다. 이후 같은 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상황이 비슷한 경주 BTL사업 장소를 직접 보고 결정해 달라"고 설득했다.

김 의원의 끈질긴 설득 끝에 2010년 10월경 산업건설위원회 소속 조영돈, 홍기옥, 심종인 등 한나라당 의원들은 김 의원의 경주아트센터 실사길에 동행했다. 그리고 경주를 다녀온 의원들은 "BTL 사업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며 입장을 바꾸기 시작했다.

최명희 시장 "김 의원이 안 말렸으면 강릉은 빚더미 올랐을 것"

이후 강릉아트센터 예산안은 시의회에서 번번히 통과되지 못했다. 다음해인 2011년까지 통과되지 못하자 결국 최명희 시장은 BTL방식의 강릉아트센터 건립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김미희 의원이 주도한 강릉시의회의 승리였다. 당시 우선대상 사업자였던 GS건설이 강릉시를 상대로 3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지만 2012년 대법원에서 패하기도 했다.

이렇게 중단된 '강릉아트센터'는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확정되면서 '올림픽아트센터'로 명칭을 바꾸어 다시 추진됐다. 동계올림픽 동안 세계 각국 천여명의 관계자가 참석하는 IOC총회가 열리는데 개최지인 평창과 강릉은 물론 영동권에서 이를 수용할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올림픽아트센터'에는 지난 11년의 우여곡절이 배여 있는 것이다. '강릉아트센터' 건립을 두고 오랫동안 치열하게 싸웠던 최명희 강릉시장과 김미희 전 의원은 지금은 서로 덕담을 나누는 사이가 됐다.

3선 임기 마지막인 최명희 시장은 지금은 사회단체에서 활동하는 김미희 전 의원을 만나는 자리에서 "감사하다. 당시 김 의원이 말리지 않았으면 지금쯤 강릉시는 빚더미에 허덕였을 것"이라며 "개관식 때 꼭 초대하겠다"는 말을 자주 하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시사줌뉴스에도 게재됩니다



태그:#강릉, #올림픽아트센터, #강릉아트센터, #시사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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