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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회원들이 준비한 다과를 먹으며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회원들이 준비한 다과를 먹으며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무한정보> 장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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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미술전시회라면 작품감상을 위해 여타의 설치물들을 배제하는 게 당연한데, 개회식 다과회 탁자가 내내 전시장 중앙을 차지하고 있다. 70~80대 회원 예닐곱 명이 조를 이뤄 오전 일찍부터 과일과 떡, 음료를 정갈하게 준비하고 관람객들을 일일이 안내한다.

"우리 작품 보러 온 손님인데 맨입으로 보낼 수 있나."

전시회 마지막 날인 12일 오전, 다과 준비에 분주한 이원순 회원이 탁자의 존재 이유를 설명한다.

전시작품들 밑에는 지인들이 보낸 축하 화분이 놓였고, 축하 메시지가 적힌 리본이나 코르사주, 꽃다발들이 작품과 함께 매달려 있었다.

'할아버지 전시회를 축하드려요. 사랑하는 손자손녀', '어머니 전시회를 축하드려요. 아들며느리 드림', '축 전시회(000 어머님). 5남매 일동'

80세 안팎의 나이에도 정성스러운 일상으로 건강을 지키는 부모에 대한 자녀들의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읽힌다.

다소 산만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작품 감상만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닥칠 노년의 시간에 대한 준비, 어르신들의 넉넉한 마음까지 담아가는 관객들의 표정이 흐뭇해 보인다.

작품에 담긴 정성, 꽃과 리본에 담긴 응원의 마음이 어우러진 실버서화회 전시장 풍경.
 작품에 담긴 정성, 꽃과 리본에 담긴 응원의 마음이 어우러진 실버서화회 전시장 풍경.
ⓒ <무한정보> 장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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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예산군노인종합복지관 실버서화회 작품전시회가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 동안 충남 예산군문예회관 2층 전시실에서 열렸다. 회원 50여 명이 각자 한두 점씩 낸 작품 84점이 1·2 전시실 벽면을 가득 채웠다. 강사들도 참여해 어르신 제자들을 응원했다.

최고령인 92세 이재구 회원을 비롯해 주 연령층인 70대와 80대 회원들의 글씨와 그림들에서 떨리는 손으로 잡은 붓 끝에 온 정신을 모으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여성 어르신들이 특히 좋아한다는 화조화의 강렬한 색상들에는 세월이 흘러도 여전한 '청춘'의 마음이 담겼다. 모든 회원들의 이름 앞에는 각자의 인생관이나 좋아하는 사물 등을 담은 호가 쓰여 있다.

최익진(81) 회장은 "전문작가들처럼 수준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회원들의 정성과 평소 실력을 보여주는 작품전이다. 부족하지만 회원 한사람 한사람의 열정이 담긴 작품이니 허물치 말아달라"면서 "서예는 기억하고, 공부하고, 창작을 하는 과정으로, 정신적 건강을 유지할 수 있어 노년층에게 아주 유익하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이어 "회원 중에 공모전 같은 데서 좋은 상을 받고 초대작가가 된 사람이 20명 가까이 된다. 최근에는 김택근 회원이 도솔서예전에서 대상을 받았다"며 뿌듯해했다.

김용우(89) 회원은 "2006년 복지관 생겼을 때부터 계속한 초창기 멤버"라고 소개한 뒤 "지금까지 몇천 자 쓴 거 같은데 실력이 영 늘질 않는다"고 겸양했다.

회원들이 전시장을 찾은 가족들에게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회원들이 전시장을 찾은 가족들에게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 <무한정보> 장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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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에 입문했다는 전만수(75) 회원은 "실력이 얼마 쌓이지 않았는데 전시까지 하게 됐다. 시작이 늦어서 아쉽지만 성취감이 크다. 무엇이든 노력해야 한다는 걸 또 깨닫는다"면서 "한 폭의 그림에 역사와 가풍을 다 담아내는 과정이 보람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동행한 딸 온희(대전 거주)씨는 "그렇게 권해도 안나가시고 집에만 계시더니 그림 시작하신 뒤로 굉장히 생기 있어지셨다. 노인복지관 프로그램이 어르신들의 활기찬 생활에 큰 보탬이 되고, 점점 활성화 되는 게 느껴진다"며 고마워했다.

노인복지관 관장 육통스님은 "초창기에는 복지관에서 전시를 하다 보니, 조금이라도 작품을 돋보이게 하려고 까만천을 두르기도 했는데 정말 감개무량하다. 서예반은 노인복지관의 장수·인기강좌다. 장소가 좁아 불편한 점도 많을 텐데 어르신들의 열정이 대단하시다. 내년에 복지관이 이전하면 나아지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충남 예산군노인종합복지관 서예반은 총 7개 반에 7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한글(2개 반)은 성백식, 한문(3개 반)과 문인화 및 화조(2개 반)는 최준모 강사가 지도한다. 신규회원도 받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태그:#서예전시, #미술전시, #실버서화회, #노년생활,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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