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메시지를 통해 부적절한 대화를 한 김원석(27)을 방출했다. 김원석은 최근 한 팬과 나눈 SNS 다이렉트 메시지 대화에서 감독대행과 동료 선수를 비난하고, 지역 비하 등의 단어를 써 팬들의 큰 비판을 받았다.

한화 이글스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메시지를 통해 부적절한 대화를 한 김원석(27)을 방출했다. 김원석은 최근 한 팬과 나눈 SNS 다이렉트 메시지 대화에서 감독대행과 동료 선수를 비난하고, 지역 비하 등의 단어를 써 팬들의 큰 비판을 받았다. ⓒ 연합뉴스


경솔한 '인성'과 감당하지 못할 '뒷담화'의 콜라보가 불러온 대가는 치명적이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에서 활약하던 외야수 김원석(28)이 충격적인 SNS 대화 내용 유출 파문으로 하루아침에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원석은 그의 팬으로 추정되는 A씨와 SNS 메신저를 통하여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평소 주변인들에 대하여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막말과 뒷담화를 퍼부은 사실이 드러났다. 김원석과의 메신저 대화 내용을 직접 캡처하여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에 처음 공개한 A씨의 폭로에 따르면, 김원석은 평소 이상군 전 감독대행과 한화 이글스 선수단 및 치어리더, 팬들, 심지어 정치인과 유명인사 등을 상습적으로 조롱하고 비하를 일삼았던 것으로 알려졌다(관련 기사 : "SNS 공개 글 김원석 것 맞다" 한화 김원석 '막말' 일파만파).

한화 이글스 구단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즉각 대응에 나섰다. 한화는 자체 진상조사 결과 해당 SNS의 내용이 모두 김원석 본인이 작성한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20일 오후 전격적으로 김원석의 방출을 공식 발표했다. 공식적인 이유는 프로야구 선수로서의 '품위 손상'이다.

한화 구단은 이날 오전 SNS 논란이 공개되자, 미야자키에서 전지훈련 중이던 김원석을 귀국조치하고 자체 징계 논의 대상에 올렸다. 하지만 이후로도 대화 내용이 추가적으로 폭로되면서 사태는 점점 악화됐다.

결국 한화는 더 이상 김원석을 안고 갈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자체 징계 회의를 거쳐 김원석의 자유계약 선수 공시를 KBO에 신청하기로 했다. 이번 사태의 파장을 고려했을 때 한화만이 아니라 사실상 '야구계 퇴출 수순'으로 봐도 무방하다. SNS 논란이 온라인을 통하여 퍼지기 시작한 지 약 한 달 만에 파국으로 끝난 사건의 전말이다.

방출당한 구단에 재입단, 팬들은 '원석에서 보석' 되길 바랐지만...

한때 '인간승리'의 주인공으로 여겨지던 김원석의 추락은 팬들에게도 깊은 실망과 배신감으로 남을 것이다. 부산공고와 동의대학교를 졸업한 김원석은 원래 투수 출신으로 201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7라운드 60순위로 한화에 입단했지만, 별 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이듬해인 2013년 첫 번째 방출을 경험했다. 이후 군복무를 마친 김원석은 독립야구단인 '연천 미라클'을 통하여 절치부심하며 재기를 모색했고 2015년 자신을 방출시킨 한화에 야수로서 재입단하는 데 성공한다.

김원석은 지난 2년간 한화 외야진의 로테이션 멤버로 활약하며 화려하지는 않지만 나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화 팬들은 고난 속에서도 야구를 포기하지 않았던 김원석의 열정을 높이 평가했고 언젠가 '원석을 넘어 보석'이 될 수 있다는 열렬한 기대와 성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이 덕담이 현실이 되는 순간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이제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 오히려 김원석은 보잘것없는 B급 선수를 보석처럼 아껴주고 기회를 줬던 팬들과 야구인들의 등 뒤에 제대로 비수를 꽂으며 그야말로 '배은망덕'이라는 단어의 실사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김원석 사건은 여러 면에서 지난 2015년 장성우(KT, 당시 롯데)의 사례를 연상시킨다. 평소 자주 사용하던 SNS를 통하여 선수의 사생활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나, 폭로한 당사자가 선수의 가까운 주변인이었다는 점, 자신을 아껴준 야구계 동료 선후배와 팬들의 은혜를 배신하고 그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점 등에서 매우 흡사하다.

사법처리까지 받은 장성우 외에도 야구계에서 SNS에서의 막말로 문제가 된 사례는 더 있다. 지난 2015년에는 KIA 윤완주가 '일베 용어'를 적은 게시글 때문에 구단 측의 3개월 징계를 받고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올해만 해도 KIA 이진영이 본인 SNS 계정에 '막말'을 썼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이진영은 "비밀번호를 알던 지인이 쓴 것"이라 해명했지만 여론 악화로 결국 1군에서 제외당한 바 있다. 두산 최주환도 SNS에서 야구 팬과 언쟁을 벌였다가 "생각이 짧았다, 반성하고 조심하겠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화 이글스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메시지를 통해 부적절한 대화를 한 김원석(27)을 방출했다. 김원석은 최근 한 팬과 나눈 SNS 다이렉트 메시지 대화에서 감독대행과 동료 선수를 비난하고, 지역 비하 등의 단어를 써 팬들의 큰 비판을 받았다.

한화 이글스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메시지를 통해 부적절한 대화를 한 김원석(27)을 방출했다. 김원석은 최근 한 팬과 나눈 SNS 다이렉트 메시지 대화에서 감독대행과 동료 선수를 비난하고, 지역 비하 등의 단어를 써 팬들의 큰 비판을 받았다. ⓒ 연합뉴스


하지만 김원석의 막말은 여기서도 한발 더 나아갔다. 자신이 속한 팀의 연고지이자 특정 지역을 비하한 것을 비롯하여, 고 전태일 열사-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폄하에 이르기까지, 대상과 범위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자행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종합해보면 외모-지역 비하, 특정 직업군에 대한 명예훼손, 은사-고인 모독, 색깔론에 이르기까지. 한마디로 SNS를 통하여 개인이 저지를 수 있는 각종 사회 전반의 '어그로'(부정적 언행으로 관심 끌기)는 사실상 다 모아놨다는 점에서 웬만한 막말 정치인 뺨치는 수준이다.

이 정도면 단순한 '한때의 경솔한 치기로 인한 실수'라거나 '개인적 뒷담화'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그야말로 사회를 바라보는 '선수 본인의 평소 가치관과 인성'을 사실상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봐도 할 말이 없는 수준이다. 야구팬들은 물론이고 제 3자인 일반 대중의 시선에서 봤을 때도 허용될 수 있는 '상식의 금기'를 벗어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대 후반이면 사회적으로 자신의 행동과 생각에 온전히 책임을 져야 하는 어른이다. 무엇보다 김원석에게는 이미 충분히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교훈도 많이 있었다. 비슷한 SNS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장성우나 윤완주(KIA) 같은 경우는 물론이고, 자기관리 실패와 인성 문제로 몰락의 길을 걸었던 숱한 야구계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도대체 배우고 느낀 것이 없었는지 안타까운 일이다.

프로 선수로 사실상 '사망선고', 인성관리도 선수의 역할 되어야

김원석은 이번 사건으로 인하여 사실상 야구계에서 영구 퇴출당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재기하기에는 나이도 적지 않은 데다, 이번 사건으로 팬들의 인기를 먹고살아야 하는 프로 선수로서는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김원석을 굳이 다시 받아줄 구단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물론 본인이 자초한 자업자득이었으니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만 구단이 퇴출할 때 하더라도 한 번쯤은 공개적으로 분명한 해명과 사죄를 통해 팬들 앞에서 전후 사정을 파악할 시간 정도는 가지게 한 후 결정을 내렸어도 늦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남는다.

야구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인성이다. 어떤 면에서 이번 사건은 SNS라는 도구 뒤에 가려진 인간 본성의 양면성이 얼마나 충격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김원석 사건은 우발적인 감정이나 실수 차원의 사고가 아니라 '본인의 평소 세상과 인간을 대하는 시각이나 가치관에서 비롯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우발적 해프닝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주장도 많이 제기됐다.

얼핏 평범해 보이거나 혹은 감동적인 미담으로 포장된 인물이라도 SNS를 통하여 세간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인격이 드러나기도 한다. 이런 류의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알렉스 퍼거슨(전 맨유) 감독의 어록이 재조명받기도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결국 SNS라는 도구를 악용하는 인간의 문제다.

SNS가 멀쩡한 사람을 괴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는 SNS라는 거울을 통하여 원래 자신이 가지고 있던 인격의 또 다른 면이 드러나는 것뿐이다. 학원 야구에서 프로 구단에 이르기까지 진정으로 관리해야 할 것은, 단순히 선수들의 'SNS 사용법'이 아니라 프로이자 사회인으로서의 기본적인 '인성관리와 교육'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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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김원석 막말파문 소셜 방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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