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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0일 정부는 지난 6월에 이어 4대강 보를 추가 개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골자는 4대강 16개 보 가운데 14개 보를 개방하겠다는 것으로, 그 중에서 7개 보는 즉시 개방하고 나머지 7개 보는 추후 여러 사항들을 고려하여 추가로 개방하겠다는 것입니다.

지난 6월 강정고령보의 수문이 찔끔 열렸다
 지난 6월 강정고령보의 수문이 찔끔 열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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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가개방 발표는 지난 6월의 이른바 '찔금 개방'보다는 개방 범위가 확대된 것으로 보여 일단은 환영할 일인 것은 분명합니다.

정부의 4대강 보 추가개방 발표, 유감이다

그러나 이번 추가개방 발표에서 유감스러운 것은 낙동강 보의 개방 부분입니다. 낙동강에서는 하류 2개 보는 즉시 개방하고 나머지 중상류 6개 보는 여러 사안들을 더 고려하여 추후 개방하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하류 합천보와 함안보를 각각 최저수위와 취수가능 수위까지 내린다는 것은 거의 전면개방 수준으로 수문을 연다는 것으로 환영 받을 일입니다. 그러나 그 중상류 보들은 추후 개방하겠다고 하지만 도대체 언제 개방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내년 3월 농번기를 감안하면 보 개방에 따른 강의 변화상 모니터링 기간은 사실상 앞으로 3~4개월이 중요한데, 지금 즉시 개방하지 않으면 언제 개방해 그 변화상을 모니터링하겠다는 것인가요?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은 낙동강 제1경 경천대에서도 삽질을 강행했다.
▲ 파괴되는 낙동강 제1경 경천대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은 낙동강 제1경 경천대에서도 삽질을 강행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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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다시피 4대강사업의 핵심구간은 낙동강입니다. 낙동강은 4대강 전체 16개 보 가운데 절반인 8개 보의 건설과 심각한 준설이 강행된 강입니다. 그 결과 극심한 수질 오염과 심각한 생태계의 파괴가 이루어졌고, 그것은 상하류가 모두 공통적입니다.

이번 보 개방에 따른 제대로 된 모니터링을 위해서도 하류 2개 보뿐만 아니라 중상류 6개 보의 개방이 동반돼야 온전한 검증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번 개방에서 상류 6개 보 모두가 빠졌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는 다분히 대구경북의 보 개방 반대여론을 의식한 정치적 판단의 결과인 것 같아 씁쓸함을 지울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대구경북의 보 개방 반대여론이란 것은 다분히 왜곡된 측면이 크기 때문입니다.

'낙동강 대구경북 보 개방 모니터링 민관협의회' 구성의 편향성

이번 보 개방 결정 판단의 근거가 된 것은 아마도 4대강 수계별로 구성된 '보 개방 모니터링 민관협의회'의 결과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 '낙동강 대구경북 보 개방 모니터링 민관협의회'의 구성이 지극히 편향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편향적인 결과가 도출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환경부 산하 대구지방환경청이 주도해서 구성한 낙동강 대구경북 보 개방 민관협의회 구성은 그 객관성과 공정성을 전혀 담보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그간 4대강사업에 비판적인 학자나 환경단체, 주민은 대부분 배제되었기 때문입니다.

환경단체 회원 및 활동가들이 4대강사업과 유람선 운항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환경단체 회원 및 활동가들이 4대강사업과 유람선 운항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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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여론을 형성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로 당연히 편향되고 왜곡된 여론이 도출될 뿐입니다. 이런 왜곡된 여론에 근거한 판단의 결과 낙동강 대구경북 구간의 모든 보가 이번 즉시 개방에서 빠지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개방으로는 보 개방에 따른 정확한 모니터링 결과를 결코 얻을 수 없습니다. 강은 상하류가 함께 흘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낙동강 하류 2개 보의 전면 개방에 이어, 낙동강 중상류 6개 보 역시 즉시 개방해 낙동강을 상하류가 함께 흐르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향후 보 개방에 따른 정확한 모니터링 값를 얻어, 그것으로 4대강사업의 잘못을 조목조목 따지고 4대강 재자연화의 길의 근거로 삼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동안 4대강사업을 줄기차게 반대해온, 낙동강 현장의 산 증인인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임희자 실장은 주장합니다.

"제대로 된 여론을 진단하고 낙동강 문제를 풀어 가야 할 환경부(대구지방환경청)가 오히려 왜곡된 여론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문제가 된 민간협의회는 해체돼야 마땅하다. 4대강사업은 실패한 사업이자 심판받아야 할 사업이다. 따라서 이번 민간협의체에는 4대강사업을 꾸준히 비판해왔던 학자, 환경단체, 시민들의 참여가 적극 보장되어야 한다"

매년 되풀이 되는 심각한 녹조 현상. 마이크로시시틴이라는 맹독성물질을 분비한다.
 매년 되풀이 되는 심각한 녹조 현상. 마이크로시시틴이라는 맹독성물질을 분비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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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수질과 수생태계 회복을 위한 낙동강 수계 민간단체의 연대기구인 '낙동강 네트워크'도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습니다.

"'낙동강 대구경북 보 개방 모니터링 민관협의회'의 편향된 구성을 조장한 대구지방환경청은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 그리고 낙동강 대구경북 보 개방 모니터링 민관협의회를 즉각 해체하고 재구성해야 한다. 낙동강은 상하류가 함께 흘러야 한다. 이번 개방에 따른 정확한 모니터링 결과를 얻기 위해서라도 낙동강 중상류 6개 보 또한 즉시 개방돼야 한다"

수많은 생명들의 목숨줄인 강은 흘러야 한다

지난 수십년간 낙동강 문제를 고민해온 낙동강공동체 김상화 대표는 말합니다. 

"낙동강은 길이가 굉장히 긴 강으로 그만큼 다양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강이다. 그 문제들은 상하류 유역민들이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 보 개방에서 중상류가 모두 빠진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강은 상하류가 단절되어서는 안된다. 함께 흘러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부 결정은 재고되어야 한다. 중상류도 함께 흘러야 한다. 농번기도 다 지났다. 낙동강 보의 수문은 모두 함께 열려야 한다" 

거의 매년 물고기 떼죽음이 되풀이되는 죽음의 현장이 돼버린 낙동강
 거의 매년 물고기 떼죽음이 되풀이되는 죽음의 현장이 돼버린 낙동강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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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이 흐름이 막혀 지난 6년 동안 4대강은 죽음의 공간으로 변해왔습니다. 낙동강에서는 매년 물고기가 떼죽음하고, 심각한 녹조 현상이 발생해 유역 주민들이 식수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강의 밑바닥에는 산소는 고갈되고 썩은 뻘로 뒤덮여 생명이 살 수 없는 죽음의 공간으로 변해갔습니다.

한마디로 강이 죽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죽어가는 4대강에 숨통을 틔워줘야 합니다. 그 첫 단계가 4대강 보의 수문을 활짝 여는 것입니다. 이 문제가 왜곡된 여론이나 정치적 유불리의 잣대로 결정되어서는 안될 문제입니다. 강은 인간들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들의 생명수를 제공해주기 때문입니다. 강이 살아야 뭇 생명과 인간이 삽니다. 그러니 다른 무엇보다 먼저 생명의 강을 살리는 일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그 길의 첫 출발이 4대강 보의 수문을 활짝 여는 것입니다.

다시 복원해야 할 경천대의 아름다운 모습
▲ 낙동강 제1경 경천대 다시 복원해야 할 경천대의 아름다운 모습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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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지난 9년간 낙동강 현장을 기록해오고 있는 낙동강 파수꾼입니다. 4대강 재자연화은 반드시 재자연화 되어야 합니다. 뭇생명과 인간이 공존하는 생명의 공간이 바로 낙동강이기 때문입니다.



태그:#보 수문개방, #낙동강, #4대강사업, #대구지방환경청, #녹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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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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