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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이용원 지덕용씨 모습
▲ 지덕용 문화이용원 지덕용씨 모습
ⓒ 임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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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혜화동 문화 이용원 이발사 지덕용(80) 씨는 53년 경력의 베테랑 이발사다. 문화 이용원은 지난 2013년 서울 미래유산 인증가게로 등록됐다. "서울미래유산"이란 급속한 변화로 인해 멸실훼손되기 전에 근·현대 시민의 모습이 담긴 가치 있는 것을 문화유산으로 지키며 가꾸는 일이다. 지씨는 "여든의 연로한 나이에 이발사 흰 가운을 걸치고 가위질에 여념이 없다. 사양길이지만 꿋꿋이 지켜낸 이용원을 다른 후계자가 나와 일해 준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미래유산 등록된 문화이용원
▲ 이용원 서울미래유산 등록된 문화이용원
ⓒ 임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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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지난 8일 지씨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53년 경력 이발사로 오신 동기를 말씀해주신다면?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서 어릴 때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종로구 혜화동에서 살면서, 학교도 서울에서 다니게 되었습니다. 처음 생활은 적응하기가 어려웠으나 이겨내며 버텨 온 것이 지금까지 이발사 직업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문화 이용원 설립 시기를 아시나요?
​"누가 언제 문화 이용원을 개업했는지는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대략 1940년대로 추정된다는 것만 알고 있어요. 한국전쟁 당시 버려진 이용원을 전 주인이 인수해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러다가 6.25 전쟁 당시 인민군 부대가 이발소 뒷쪽에 주둔하고 있었습니다. '여의전'이란 의료기관이 있었던 자리로 당시 인민군에게 원주인은 이발병으로 끌려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서울미래유산으로 인증한 문화이용원
▲ 서울미래유산 서울미래유산으로 인증한 문화이용원
ⓒ 임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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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원을 어떠한 계기로 알게 됐나요?
"다른 분이 운영하고 있을 때 이발을 하려고 손님으로 찾았다가 '이발 기술을 한번 배워보지 않겠냐'는 주인의 제안을 받아들여 1956년부터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월급보다는 하루 세끼 밥만 먹여준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당시 이발에 대한 모든 기술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빨래는 기본이고 궂은 청소 일도 싫어하지 않고 잘 버티어 지금까지 오게 된 점을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발소에 얽힌 추억을 말씀해주신다면?
"매일 아침 6시부터 등굣길에 '장발 규정'을 어기지 않으려고 찾아온 학생들이 길게 줄을 섰을 때, 이발소가 제일 붐볐던 생기억이 납니다. 한참 때는 10평 남짓한 이용원에 이발사만 8명이 일하고 바쁜 때는 보조 이발사를 둬 9명이 일할 때가 최고 전성기였습니다. 가까운 집을 두고도 못 들어가 군 야전 침대에서 잠을 잘 때가 많았습니다."

-그동안 이발소를 출입했던 인물을 기억나는 데로 말씀해주신다면?
"수많은 정치·사회·재계 인사들이 내 손에 머리를 맡겼습니다.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인 이갑성 선생과 아들인 이용희 전 통일부 장관, 국어대사전을 편찬한 독립운동가 이희승 선생, 이회창·이수성 전 국무총리 등이 단골이었습니다. 박두병 전 두산그룹 회장, 조홍제 전 효성그룹 회장도 이곳에서 이발했습니다.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은 요즘도 한 달에 두 번씩 이 허름한 가게를 찾고 있어요. 남성들이 미용실로 가고, 바버숍으로 발길을 돌리는 시설이 잘된 곳을 찾고있는데 정 회장은 정말 소탈하신 분 같았어요. 또 인기 연예인도 많이 찾아왔는데 내가 여기에 왔다는 말을 전하지 말아 달라는 그런 분도 있었습니다."

1961년 이발가격을 보여주고 있다.
▲ 가격표 1961년 이발가격을 보여주고 있다.
ⓒ 임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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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 요금이 궁금합니다. 관련한 설명을 해주신다면요?
"1961년 당시 화폐인 환 단위로 표시된 '이용협정요금표'도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습니다. 긴 역사는 여기 이발 가격표만 봐도 증명되죠. 단기 4294(1961년) 조발 400환이면 현재 9천~1만 원 정도의 가격입니다. 시중 바버숍에서는 4만 ~13만 원을 받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이용원에서 수증기 얼굴 마사지, 면도 기존 서비스를 포함해 1만 3천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시절 가격이 변동된 과정 표
▲ 역대가격 지난 시절 가격이 변동된 과정 표
ⓒ 임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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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 있는 시간이 많을 텐데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젊은 시절 휴일 때는 꼭 등산을 갔습니다. 덕분에 전국 유명한 산은 다 다녀왔습니다. 그 힘으로 지금까지 체력을 유지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나이가 든 탓인지 몰라도 손가락 관절염이 있어 2012년 잠시 쉬었지만 단골이 너무 찾아서 가게에 나와 일합니다. 나와서 움직이니까 건강도 좋아지고 고객과 대화를 하는 것이 아픈 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성인 한 명의 머리를 다듬는데 대략 1시간 10분 정도 걸리는데 현재까지는 피로감 없이 일을 합니다. 다 낡아 빠진 시설인데도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와 손 붙잡고 드나들던 추억 때문에 이용원을 찾는 고객 한테 정말 고맙습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동안에 고객을 위해 봉사하며, 일을 해볼까 합니다."

낡은 세면대 시설이 옛 문화를 찾는다.
▲ 세면대시설 낡은 세면대 시설이 옛 문화를 찾는다.
ⓒ 임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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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1961년 가격표.jpg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게재



태그:#문화이용원, #지덕용, #53년 이발, #서울미래유산, #오래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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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긍정적사고로 활동적인 소유성격으로서 사진과의 취미가 많아 앞으로 좋은 소식을 전하게되어 매우 반갑습니다. 움직이며 발로 뛰는 그러한 뉴스정보를 가지고 열심히 해볼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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