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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에서 구성원으로" 토크 콘서트. 왼쪽부터 민주노총 대전본부 이대식 본부장,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일반지부 KAIST지회 장영순 지회장, 알바노조 대전충남지부 김재섭 준비위원장, 사회자 대학원생 한재현 씨.
 "그림자에서 구성원으로" 토크 콘서트. 왼쪽부터 민주노총 대전본부 이대식 본부장,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일반지부 KAIST지회 장영순 지회장, 알바노조 대전충남지부 김재섭 준비위원장, 사회자 대학원생 한재현 씨.
ⓒ 허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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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야기에 관심 가져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학생들이 항상 울타리가 되어주는 기분입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지난 10월 31일 저녁, 대전 카이스트(KAIST)에서 학교 비정규직 노동 실태 및 20대가 알아야 할 노동 문제를 주제로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그림자에서 구성원으로"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 행사에는 비정규직 청소 노동자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일반지부 KAIST지회 장영순 지회장를 비롯해, 민주노총 대전본부 이대식 본부장, 알바노조 대전충남지부 김재섭 준비위원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대학원생 한재현씨가 사회를 보았다.

장영순 지회장이 마이크를 잡는 것으로 행사가 시작되었다. 장 지회장은 현재 진행 중인 노사 분규 상황에 대해 소개했다. 장 지회장에 따르면, 올해 7월 노사 간 단체협약 결렬 이후 학내 청소 노동자의 처우를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가 밝힌 노사 간 주요 쟁점은 '통근 교통비 지원'과 '기존 정년 보장'이다. 청소 노동자들은 작년까지 청소 관리 물품비 회계를 통해 통근 차량 비용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올해부터 물품비 항목을 학교가 직접 지급하게 되면서 비용을 지원받지 못하게 되었다. 장 지회장은 "멀리서 일찍 출근해야 하는 사람들도 많다"며, 지원 삭감이 노동자들에게 "큰 부담"이라고 밝혔다.

정년 보장 쟁점의 경우, 기존 70세까지 보장되었던 청소 노동자 정년을 학교 시설팀 및 용역업체에서 65세로 낮출 것을 주장해 노사 간 이견이 생겼다. 실제로 작년에는 65세 청소 노동자 2명이 계약을 갱신하지 못해 사실상 해고되었다.

이에 대해 장 지회장은 "같은 울타리 안의 생활관, 문지 캠퍼스 용역 노동자들이나 키스티(KISTI) 등 주변 연구시설 용역 노동자도 70세까지 정년이 보장되고 있다"며, "생계 유지를 위해 늦은 나이까지 일하는 경우가 많은 청소 용역 노동자들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장영순 지회장에 따르면, 지난 9월에 노사 간 잠정적으로 합의된 사항이 있으나 추석 연휴 이후 지금까지도 사측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카이스트지회 소속 노동자들은 점심시간을 쪼개 대학 본관 앞에서 선전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장 지회장은 "이런 상황을 학생들에게 알리고 싶어 이 자리에 함께하게 되었다"며, 학생들이 불편하게 느끼는 부분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하지만 이해를 부탁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김재섭 준비위원장은 실제 알바 노동 사례를 들며 청년 비정규직 노동 여건도 다르지 않음을 강조했다. 사회자 한재현씨는 "우리 가까이에서도, 특히 대학원 연구실에서 부당한 상황이 비일비재하다"며, "꿈을 위해 밤을 지새우며 연구에 몰두하는 아름다운 대학원 생활을 꿈꿨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고 밝혔다. 김 준비위원장과 한씨 모두 개인 입장에서 문제제기 하기 힘든 현실을 청년 노동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로 들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이대식 본부장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노조가 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인식하지 않고 "개인의 노동 그 자체로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사회적 문제로 바라볼 때, 노조와 함께 요구하고 서로의 문제에 연대할 때, 우리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영순 지회장도 "실제로 2012년에 노조를 결성하고 나서 근무지 외 잔업이 없어지는 등 노동 여건이 개선되었다"며 말을 보탰다.

행사가 끝나고 진행된 피자 간담회.
 행사가 끝나고 진행된 피자 간담회.
ⓒ 허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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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반 남짓의 토크 콘서트가 끝나고 피자 간담회가 진행되었다. 패널과 학생 간의 격의없는 대화가 이어졌다. 참가자 박준형씨는 "교내와 사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현실을 알게 되었다"며, "노동의 가치에 대해 모두가 존중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토크 콘서트는 10월 30일부터 5일간 열린 "2017 KAIST 인권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이번 행사에서는 '이공계 내 성차별', '영화 헤드윅 GV'를 주제로 한 간담회 뿐만 아니라 '부스행사', '인권 특강', '비건 나잇'과 같이 성소수자, 여성, 노동 등 인권 문제를 주제로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었다. 본 행사는 KAIST 인권윤리센터, 제31대 KAIST 학부 총학생회, KAIST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KAIST 대학원 총학생회 인권센터가 함께 주최했다.


태그:#노동, #대학,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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