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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나는 개를 키울 수 있는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 직장생활로 장시간 집을 비워야 했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매일 시켜야 하는 산책은 주말로 차일피일 미루기 바빴다.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개들의 행동도 잘 알아차리지 못했고 건강, 상식 등에 대한 기초지식도 거의 없었다.

함께 사는 가족이 있었지만 대부분 개에게 심드렁한 태도를 보였으며 '나 좋자고 개를 키운 게 아닌가' 하는 후회도 든다. 이런 주인과 함께하는 반려견도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을 텐데... 14년을 살다간 나의 반려견 달래도 '부족한 주인 곁에서 살다 갔겠구나'라는 생각에 이르면, 너무 미안하고 왜 더 잘해주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개를 키울 수 있는 '자격'이 있다면 나는 진작에 갖췄어야 했다. 부족한 주인에 반해 반려견 달래는 평소 잘 짖지도 않고 보채지도 않았다. 이런 달래의 의연한 성격 탓에 큰 문제없이 키울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

모든 반려인과 반려견이 어려움 없이 잘 지내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도 더러 발생한다.

개를 키우면서 생기는 대표적인 문제 몇 가지를 적어본다. 주인과 떨어진 상태를 참지 못하고 분리불안을 겪는 개들, 배변 훈련이 되지 않아 고민하는 견주들, 개가 짖는 소리에 이웃과 마찰이 있고 사회화가 되어 있지 않은 반려견 때문에 겪는 고충도 많다.

산책 시 리드줄을 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도 늘어나고 있다. 반려동물 인구수는 점차 증가하는데 그에 따르는 반려인들의 자세나 지식 등은 부족한 게 사실이다. 요즘은 반려인들 스스로 양육의 중요성을 알고 강좌를 듣거나 훈련 프로그램에 참가도 하며 노력하는 추세다. 하지만 아직까지 선진국의 양육법을 따라잡기엔 미흡하다.

동물복지 선진국이라 일컫는 독일의 니더작센 주에서는 자격증에 합격해야만 반려견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셀리나 델 아모가 지은 <개를 키울 수 있는 자격>에서 말하는 반려견을 더욱 자세히 이해하고 적절하게 훈련할 수 있는 팁 몇 개를 적어보려 한다.

셀리나 델 아모 지음 ㅣ 리잼 출판
▲ 개를 키울 수 있는 자격 셀리나 델 아모 지음 ㅣ 리잼 출판
ⓒ 심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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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무는버릇
무는 버릇은 태어날 때부터의 특성이 아니다. 생후 18주쯤 '행동-반응-선례'를 통해 학습하는 버릇이다. 다른 개들과 어울리면서 무는 힘을 조절하는 법을 배우는데 그러려면 강아지일 때부터 청소년기까지 다양한 개들과 어울려 놀아야 한다. 이를 통해 강아지는 다양한 놀이 유형이나 몸짓 언어를 익히고 배운 것을 활용할 수 있다.

2.표현행동
반려견을 이해하려면 무엇보다 개의 몸짓 언어를 제대로 인지해야 한다. 개는 입꼬리를 위로 올리거나 귀를 쫑긋 세우는 등 얼굴로 표정을 드러낸다. 몸으로 표현하는 몸짓 언어는 머리, 몸통, 꼬리의 자세와 움직임 등을 말한다. 개가 꼬리를 흔드는 것은 즐거움의 표현이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매우 다양한 상태(흥분, 불안 등)의 이유일 수도 있다.

반려견의 몸짓 언어(p.44)
▲ 개를 키울 수 있는 자격 반려견의 몸짓 언어(p.44)
ⓒ 심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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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충분한 시간
반려견을 제대로 양육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생활 공간에서 가족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물론, 외출도 중요하다. 산책하면서 다른 개들과 만나거나 냄새를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반려견은 달리기를 좋아한다. 반려견과 산책하는 것은 운동 욕구를 충족시켜주면서 훈련할 좋은 기회다. 지루함은 삶의 질을 크게 떨어트린다. 반려견도 마찬가지다.

4. 분리불안
집단 생활을 하는 동물인 개는 분리 불안을 흔하게 겪는다. 심각한 초조함, 짖기, 울기, 물건 부수기 등 스트레스로 말미암은 행동을 보인다. 분리불안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험 부족, 집중 치료가 필요한 질병, 트라우마로 남은 경험 등이다. 분리불안을 겪는 반려견은 대부분 견주에게 붙어 있고, 의존적으로 행동한다. 반려견이 느끼는 공항과 고통을 치료해 주지 않으면 동물보호 차원에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5.리드줄로 안내하는 훈련
이 훈련의 목표는 반려견을 리드 줄로 묶고 함께 걸을 때 반려견이 지그재그로 뛰어다니지 않게 하는 것이다. 반려견에게 아주 멋진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주지시키고 산책을 시작해 보자. 리드 줄이 팽팽하게 당겨져 있지 않고 반려견이 당신 옆에서 잘 걷고 있다면 칭찬과 함께 보상을 자주 해 주자.

6.몸의 접촉 견디기 훈련
반려견은 접촉에 대해 각기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다. 몸의 접촉과 사람이 만지는 것을 좋아하는 반려견도 있지만 대부분 반려견은 견주와의 접촉만을 편안하다고 느낀다. 견주의 허락없이 개가 이쁘다고 먼저 다가가거나 만지는 행위는 금하는 게 좋다. 예상치 않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반려견이 이런 자극에 참을성 있게 대응하도록 훈련해야 한다.

내가 또다시 개를 입양하여 평생의 가족으로 맞는 일이 생길지는 모르겠으나 처음보다는 조금 더 진중한 태도와 자세로 데려올 거라는 다짐은 늘 하고 있다. 단순히 내가 필요해서 키우는 게 아닌 진정으로 개를 위한 일이 무엇인지 항상 생각해야 할 듯하다. 개와 함께 살면서 겪게 될 문제에 내가 얼마만큼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지 모든 가능성을 생각해 본 후 맞이하는 게 맞다고 본다.

개에게서 나타나는 모든 문제의 원인은 견주에게 있다고 한다. 견주의 말과 행동이 개에게 미치는 영향은 절대로 무시할 수 없다. 그에 맞는 교육과 대응법도 견주는 알아야 한다. 동물복지 선진국으로 가는 첫걸음은 견주들 스스로가 그에 맞는 자격을 갖추는 게 그 시작점이 될 것이다.

아울려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에 대한 일반인들의 선입견과 시선도 개선되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우리는 동물과 함께 살아야 하는 시대이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수는 더 늘어날지 모른다. 반려인들의 노력이 최우선적으로 필요하지만 한쪽의 노력만으로는 힘들다. 양쪽 모두 한걸음 물러나 양보하고 배려하는 자세야말로 우리나라가 동물복지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 된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는 반려인과 반려동물을 위한 반려동물 전문서점 <동반북스>의 지기입니다.



개를 키울 수 있는 자격

셀리나 델 아모 지음, 이혜원.김세진 옮김, 리잼(2017)


태그:#반려동물, #반려견, #개를키울수있는자격, #훈련,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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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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