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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대학본부와 학생 간 갈등이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갈등의 시발점은 '교내 동아리방 24시간 개방' 때문이다.

전남대 학생들과 대학본부 측은 '동아리방 24시간 개방'에 대해 논의한 결과, 10월 17일부터 26일까지 10일 동안 시범적으로 동아리방 24시간 개방을 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시범 운영 첫날인 지난 17일 대학본부가 대부분의 동아리를 점검하면서 갈등이 발생했다. 학생 측은 "비민주적인 불시 점검"이라며 "학생 자치권을 무시한 처사"라고 항의했고, 대학본부 측은 "안전교육 차원에서의 점검이었다"라면서 "불쾌했다면 사과드린다"라는 입장이다.

밤이 되면 전남대 동아리방엔 전기가 끊긴다

전남대학교 용지 옆 가건물. 동아리방 24시간 시범운영기간이지만, 학생들이 동아리방을 찾지 않아 화장실 불만 켜져 있다.
 전남대학교 용지 옆 가건물. 동아리방 24시간 시범운영기간이지만, 학생들이 동아리방을 찾지 않아 화장실 불만 켜져 있다.
ⓒ 배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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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중앙동아리 학생들은 오래전부터 한 문제로 큰 불편함을 겪어왔다. 동아리방 사용시간 제한 때문이다. 현재 전남대에서 동아리방을 사용하는 80여 개의 중앙동아리들은 전남대 제1학생회관과 제2학생회관, 그 외 기타 건물들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제1학생회관의 동아리방들은 오후 10시 이후로 폐쇄된다. 기타 건물들의 동아리방들은 24시간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하지만, 애로사항이 없는 건 아니다. 전기가 차단돼 형광등도 켜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전남대 학생은 "자정부터 새벽 1시까지 전력이 차단돼 화장실에 가기도 어렵다"라면서 "휴대전화 조명을 켜고 짐을 챙긴 적도 있다"라고 전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9월 25일, 전남대 학생들은 '동아리방24시간개방회'(아래 개방회)를 조직했다. 이 모임을 주도한 조승래(20)씨는 "입학 때부터 학생들의 자치 공간인 동아리방을 24시간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문제라고 생각했다"라면서 "학업의 연장이자 학생 문화의 한 축이며, 학생에게 중요한 경력이 되기도 하는 동아리 활동이 이런 식으로 제약받아선 안 된다라는 생각에 24시간 개방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개방회는 학생회관에 대자보를 게재하고, 전남대 동아리들의 대표기구인 총동아리연합회(아래 총동연)와 함께 대학본부에 동아리방 24시간 개방을 요구하는 등 활동을 전개했다.

"음주 금지 내규 때문"이라지만... 내규는 없었다

그러나 이들이 동아리방 24시간 개방에 대해 대학본부로부터 받은 첫 대답은 '거절'이었다. '동아리방을 24시간 개방했을시 교내 음주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사고 발생 가능성이 증가하기 때문에, 동아리방 24시간 개방을 선뜻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또한 대학 본부는 "교내 음주를 금지한다는 전남대학교 내규도 있기 때문에, 동아리방 24시간 개방을 위해서는 교내 음주에 대한 안전 대책이 먼저 필요하다"라고 학생들에게 말했다.

대학본부의 거절 의사에 개방회·총동연 학생들은 '교내 음주 금지 내규'를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그 내규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음주 금지 내규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남대는 2014년부터 학생들에게 '교내에서 술을 마시는 건 금지된 행위'라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취재 결과, '교내 음주 금지'는 학칙이나 규정에 근거하지 않은 '권고'에 불과했다. 전남대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교내 음주를 금지하는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학칙을 개정하고자 추진 중"이다.

그런데 이 권고를 지난해까지 전남대 총동연에서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왔다. 그리고 동아리에 대한 징계권을 가진 총동연이 대학본부의 안전점검을 통해 술을 보관하다 적발된 동아리에 자체적으로 징계를 내려왔다. 권고가 암묵적인 관습으로 굳어지며 실체없는 내규가 만들어진 셈이다. 총동연 간부는 "이전 총동연이 대학본부의 요구를 비판없이 수용하는 점은 문제"라면서 "올해 총동연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공약을 걸고 출마해 당선한 뒤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내규를 확인하지 못한 학생들은 "교내 음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만으로 학생들의 자치권과 학습권을 무시하는 대학본부의 조치는 비민주적이다", "심지어 제2학생회관을 24시간 개방하고 있지만, 그곳에서 어떤 음주사고도 일어나지 않은 상황이다", "교내음주를 금지하는 그 어떤 법이나 학칙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체 어떤 근거로 교내음주를 금지하고 있는지 의문이다"라면서 대학본부를 비판했다.

또한 조승래씨는 "진정으로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다면 동아리방 사용 시간을 제한할 게 아니라 경비 인력 및 CCTV를 늘려야 할 것"이라면서 "지금 대학본부의 행태는 책임을 지기 싫어 건물을 폐쇄하는 것으로 안전문제를 매듭짓는 면피성 행정 조치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24시간 개방 시범운영하기로 했지만... 첫날 '불시점검'

전남대학교 정문.
 전남대학교 정문.
ⓒ 배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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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해결의 진전은 있었다. 지난 11일, 총동연은 '제1회 동아리방 개방시간 연장을 위한 공개논의'를 기반으로 입장문을 작성한 뒤 이를 대학본부에 전달하고 논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총동연은 "안전 대책 및 그에 따른 실효성에 대한 논의가 완료됐을시 학생처는 동아리방 24시 개방에 적극 협조한다", "이번 중간고사 기간에 동아리방 24시간 개방을 시범적으로 운영한다"라는 결론을 도출해냈다.

하지만 학생들이 대학본부에 불신을 품게 된 사건이 발생했다. 시범운영 첫날, 대학본부 직원들이 불시에 동아리방 안전 점검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전남대 대학본부는 제1·2학생회관에 있는 동아리를 대상으로 전열 기구 및 주류 등에 대한 불시점검을 단행했다. 제1·2학생회관에 전남대 중앙동아리 대다수가 모여 있기 때문에 사실상 전남대의 거의 모든 동아리방이 점검 대상에 올랐다.

학생들은 대학본부의 점검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총동연 관계자는 "지난 1학기에 대학본부가 검문 일정을 미리 알려주기로 협의했는데, 대학본부가 이를 어기고 불시검문을 강행했다"라면서 "시범운영을 시작하자마자 약속을 어기고 불시검문까지 강행하는 것은 모든 동아리 방의 사용시간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학본부는 "1학기에 협의했던 내용은 '검문 기간'이 아니라 '검문 결과'를 공유하겠다는 약속이었다"라면서 "그 협의가 있었던 때부터 점검·검문 결과를 학생들에게도 알려주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즉, 검문 일정을 공지하는 건 대학본부의 의무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편, 불시 점검 중 대학본부 직원들이 학생들의 사생활을 침해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불시점검을 받은 한 동이리 관계자는 "축제가 끝나고 남은 주류를 학생 캐비닛에 보관하고 있었는데, 이를 발견했다는 건 학생 캐비닛을 열어봤다는 소리 아닌가"라면서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대학본부 관계자는 "점검 당시 학생들이 동아리방에 있었으며, 그 학생들의 동의를 받아 캐비닛을 열고 점검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해당 동아리 회장은 "당시 동아리방에 아무도 없었다"라고 재반박했다.

전남대 "불쾌했다면 사과드린다... 발전적 대안 찾겠다"

결국 동아리방 24시간 개방과 시범운영 첫날 불시점검을 두고 대학본부와 학생 간의 불신과 오해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본부는 "교내 음주에 대한 충분한 안전 대책이 마련됐을 경우, 학교는 얼마든지 동아리방 24시간 개방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용의가 있다"라는 입장인 반면, 개방회·총동연은 '대학본부가 동아리방 사용 시간을 통제할 생각만 하고 있다'라는 반응이다.

양영희 전남대 학생부처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7일) 안전 교육 차원에서 점검을 진행했는데, 이에 대해 학생들이 불쾌감을 느꼈다면 방법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라면서 "불시점검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지금 이 상황은 위기이자 기회라고 생각한다"라며 "지금 상황 덕분에 학생들이 요구하는 사항을 분명하게 알 수 있었고, 학교에 존재하는 안전불감증도 찾아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확생들과 소통해 모두가 발전적으로 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태그:#전남대, #대학생, #동아리, #대학교,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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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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