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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미세먼지 오염, 그리고 후쿠시마 참사가 보여 준 원전재난의 가능성은 '더 이상 위험한 에너지에 기댈 수 없다'는 깨달음을 확산시키고 있다.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중단으로 본격화한 탈핵 논쟁은 우리 사회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에너지체제를 전환할 수 있을 것인지 가늠할 시험대가 되고 있다. <단비뉴스>는 기후변화와 원전사고의 재앙을 막고 '안전하며 지속가능한 에너지구조'를 만들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모색하는 심층기획을 연재한다. - 편집자말
 
"처리할 방법도 없는 핵폐기물을 계속 만들면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어요.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외부) 임시 저장시설에 쌓아두고 있는 건 우리가 보기엔 완전히 바깥에 그냥 방치해 놓은 상태로 보여요. 원전보다 더 위험한 게 핵폐기물인데 도대체 저걸 다 어쩔 거냔 말이에요."




경주 월성원전 인접 지역 주민의 이주를 요구하는 이주대책위원회 황분희(69·여) 부위원장은 지난 5월 4일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월성원전 홍보관 앞 농성 천막에서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목소리를 높이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런 위험한 것들을 손자들에게까지 물려주고 싶지 않다"며 주민들이 멀리 이사할 수 있도록 한국수력원자력이 집과 땅을 매입하는 등 대책을 세워달라고 요구했다.




▲ 나아리 이주대책위원회 황분희 부위원장 인터뷰. ⓒ 김민주, 박수지




앞으로 65년 '핵쓰레기' 계속 나와




신고리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지난 20일 정부에 '건설 재개'를 권고하면서 우리나라의 탈원전 완료 시기는 문재인 대통령의 당초 공약인 '60년 후'에서 '65년 후'로 미뤄졌다. 울산시 울주군에 지어질 신고리 5·6호기의 완공 시기가 2021~2022년이며, 설계 수명이 60년이라 2082년까지 가동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 일정대로라면 앞으로 65년간 원전에서 새로운 핵폐기물이 계속 나오게 된다.




이 중 사용후핵연료는 가까이서 피폭되면 순식간에 목숨을 잃을 만큼 강렬한 방사선을 내뿜기 때문에 최소 10만 년을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고준위 핵폐기물'의 안전한 영구처분방법은 아직 어느 나라도 찾지 못했고, 우리나라는 최종처분방식에 대한 결정을 미룬 채 각 원전 인근의 임시저장시설에 계속 쌓아가고 있다.



 
▲ 월성원전 건식저장시설 ‘콘크리트 사일로'의 모습. 월성 원전은 건식저장시설인 콘크리트 사일로와 맥스터를 건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 월성원전 건식저장시설 ‘콘크리트 사일로"의 모습. 월성 원전은 건식저장시설인 콘크리트 사일로와 맥스터를 건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 한국원자력환경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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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성 원전 건식저장시설의 조감도. 337만㎡(102만 평) 원전 부지 야산을 깎아 아래에는 사일로 300기, 위에는 맥스터 7기가 들어섰다.
 ▲ 월성 원전 건식저장시설의 조감도. 337만㎡(102만 평) 원전 부지 야산을 깎아 아래에는 사일로 300기, 위에는 맥스터 7기가 들어섰다.
ⓒ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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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등 원전 관련 기관들은 사용 후 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2016년 발행한 <사용후핵연료 이야기 70>에서 "사용후핵연료 습식저장시설인 저장 수조는 두꺼운 콘크리트 구조물에 내벽이 스테인리스강인 이중구조로 설계하여 운영되고 있다"며 안전성을 강조했다.

월성원전의 경우 사용후핵연료를 건식저장시설에 보관하고 있는데 "규모 6.5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주기적인 방사선량 측정과 구조물 건전성 검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곽상수(60) 중저준위정책팀장은 "건식저장시설의 경우 콘크리트 내부의 여러 겹의 금속 저장 용기 안에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시 시설이라 테러와 미사일 공격 등에 취약"


그러나 탈핵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사용후핵연료는 가동되고 있는 원전만큼 사고 가능성이 높고, 사고의 파장은 더 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원자력공학자인 이정윤(59)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지난달 27일 <단비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현재의 임시저장소는 무방비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원자로 바깥을 둘러싼 격납건물은 120센티미터(cm)로 두껍게 설계되어 있지만,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소의 콘크리트 두께는 40cm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안에서 과압이 발생한다거나 미사일 공격 등의 테러가 발생하는 경우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사용후핵연료를) 바깥으로 빼내서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병섭(52) 원자력안전연구소장도 25일 <단비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사용후핵연료 저장소는 그야말로 '임시' 시설이기 때문에 테러나 미사일 공격 등에 준비되어 있지 않다"며 "1등급 보안시설이고 군사공격 대상이기 때문에 테러에 대한 준비를 충분히 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은 월성원전처럼 모든 다발을 한 곳에 몰아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50~100개씩을 넣은 조그만 왕릉 같은 것을 여러 곳에 분산시키는 방식을 권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 소장은 또 "콘크리트 벽을 2~3m 정도로 두껍게 만들거나 갱도 같은 지하터널 혹은 산 중간 터널에 저장공간을 만들어 미사일과 테러에 대비하는 방식이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 독일 네카르베슈타임(Neckarwestheim) 원전의 '터널형 건식저장시설'. 2006년에 건설된 이 시설은 발전소 후면 산지의 경사면에 갱구를 조성하고, 두 개의 평행한 원형 터널을 뚫어 심부암반 내에 건설됐다. 터널의 벽은 콘크리트로 되어 있으며, 저장시설이 암반 내에 건설돼 외부 공격으로부터 안전을 보장할 수 있고 방사선 차폐 효과도 우수하다.
 ▲ 독일 네카르베슈타임(Neckarwestheim) 원전의 "터널형 건식저장시설". 2006년에 건설된 이 시설은 발전소 후면 산지의 경사면에 갱구를 조성하고, 두 개의 평행한 원형 터널을 뚫어 심부암반 내에 건설됐다. 터널의 벽은 콘크리트로 되어 있으며, 저장시설이 암반 내에 건설돼 외부 공격으로부터 안전을 보장할 수 있고 방사선 차폐 효과도 우수하다.
ⓒ EnB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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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연자원방어위원회(NRDC)의 강정민 원자력분과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9일 <경향신문> 기고를 통해 "원전은 국가안보에 있어서 급소"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북한이 김정은의 미사일 발사 관련 배경 사진에서 보여주었듯이 남한 내의 원전들은 북한 미사일의 타깃"이라며 "국내 원전은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강 위원은 "북한 미사일 공격 등에 의해 격납건물 내 원자로 용기 또는 원자로 냉각장치가 손상받거나, 격납건물 옆 일반 콘크리트 건물 속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또는 저장조 냉각장치가 손상되면 핵연료에 포함된 고독성의 방사성물질이 누출되어 주변 환경으로 퍼져 나간다"며 "체르노빌, 후쿠시마보다 훨씬 대규모의 중대사고가 발생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수력원자력 최득기(53) 사용후핵연료사업팀장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전국의 경수로 원전 내에 저장돼 있는 사용후핵연료는 1만7575다발(7200톤)이다. 월성 원전 1~4호기의 경우 연료봉 교체가 자주 필요한 중수로이기 때문에 사용후핵연료가 저장수조와 건식저장시설에 43만576다발(8000톤) 쌓여있다.

원전 인근 주민들은 지난해 9월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보다 더 큰 지진이 닥칠 경우 과연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 건물과 냉각시스템 등이 한수원 말대로 '문제없이' 버틸 수 있을 것인가를 걱정했다. 지역 주민들이 한수원을 불신하는 것은 중저준위방폐장 건설과정에서 이미 '단단히 속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물렁한 암반, 지하수 흐르는 땅'에 중·저준위방폐장

"나는 경주 중·저준위방폐장 설치 찬성운동을 했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사실 주민들 앞에서는 양심상 방폐장 이야기를 못 합니다. 대신 내가 이렇게 말합니다. 그 때는 방폐장이 이렇게 위험하다는 것도, 경주 암반이 튼튼하지 않다는 것도 말해준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위에서 초대 위원장을 맡았던 김정섭(72)씨는 지난 2005년 중·저준위 방폐장 후보지 선정 투표 당시 찬성 운동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4월 20일 농성천막에서 만난 김씨는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당시 정부는 경주 암반이 튼튼하지 않다는 말도 안 했고 그냥 우리 지역 발전 시켜준다고 해서 나는 찬성했다"며 "그런데 알고 보니 경주는 암반도 안 좋았다"고 말했다.

 
▲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의 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위 농성천막에서 김정섭 씨가 <단비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의 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위 농성천막에서 김정섭 씨가 <단비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박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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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 외에 작업자의 장갑, 방호복이나 기계부품처럼 방사성물질의 농도가 낮은 중·저준위 폐기물을 영구저장하기 위해 참여정부는 지난 2005년 3월 지방자치단체들로부터 유치 신청을 받았다. 특별지원금 3000억 원과 연평균 85억 원의 폐기물 반입수수료 ,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등 혜택을 내걸었다.

유치 의사를 보인 경주, 군산, 포항, 영덕 네 지역에서 그해 11월 주민투표가 실시됐고 89.5퍼센트로 가장 높은 찬성률이 나왔던 경주시가 방폐장을 유치하게 됐다. 그러나 경주 주민들 사이에서 곧 '속았다'는 탄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전시하고 있는 중·저준위 폐기물 모형. 원전 내 방사선 관리구역에서 작업자들이 썼던 작업복, 장갑, 기기 교체 부품 등이 드럼통에 담겨 있다.
 ▲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전시하고 있는 중·저준위 폐기물 모형. 원전 내 방사선 관리구역에서 작업자들이 썼던 작업복, 장갑, 기기 교체 부품 등이 드럼통에 담겨 있다.
ⓒ 박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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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준위 폐기물을 튼튼한 암반에 묻는다면서 1차로 땅을 팠는데 암반이 약하고 지하수가 터지고 난리가 났어요. 결국 공사가 계속 늦춰졌죠."


황분희 부위원장의 말이다. 알고 보니 경주는 암반이 얼마나 튼튼한가를 보여주는 암질 지수가 21~31%로, 방폐장을 지을 수 없는 '불량' 또는 '매우 불량'에 해당하는 지역이었다. 그런데 2005년 당시 산업자원부 산하 부지선정위원회(위원장 한갑수 전 농림부 장관)가 원본 대신 배포한 부지조사결과 요약본에는 암질지수가 '대체로 60~80%의 범위'라고 나와 있었다. 이는 '보통' 또는 '양호' 구간이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2009년 조승수 당시 진보신당 국회의원이 밝혀냈다. 누가, 왜 이런 왜곡을 했는지에 대해 당시 정부당국은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 4년 이후 원본이 공개된 ‘경주지역 부지조사 보고서’에는 경주 암반이 방폐장 건설에 적합하지 않은 ‘불량’ 혹은 ‘매우 불량’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 4년 이후 원본이 공개된 ‘경주지역 부지조사 보고서’에는 경주 암반이 방폐장 건설에 적합하지 않은 ‘불량’ 혹은 ‘매우 불량’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 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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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2배로 늘고 콘크리트 균열 가능성도


10만 드럼 규모의 폐기물을 저장하게 돼 있는 경주 방폐장은 원래 2009년 6월 완공예정이었다. 그러나 무른 암반을 보강하고, 넘쳐흐르는 지하수를 퍼내며 공사하느라 5년 뒤인 2014년 6월에야 준공됐다. 완공된 후에도 지하수를 뽑아내는 배수장치에 문제가 생겨 교체하는 등의 우여곡절을 거쳐 2015년 7월 폐기물 최초 처분을 시작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홍보실 관계자는 "당초 2842억 원이던 공사비가 보강공사를 거쳐 5944억 원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 방폐장에는 여전히 지하수가 나온다. 원자력환경공단 곽상수 팀장은 "현재도 (하루) 1500t 가량 지하수가 나오지만 사일로(폐기물저장고) 외부에서 발생하는 거라 문제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탈핵전문가들은 배수가 완벽하게 되지 않을 경우 지하수가 사일로 등 방폐장 시설에 균열을 내서 방사성폐기물이 물에 잠기고, 결국 지하수와 토양 등에 방사성물질이 퍼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43) 대표는 "콘크리트 구조물이라는 게 사람이 만든 인공적인 건축물인데, 이게 물속에 계속 있으면 당연히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수백 년 가야하는 건물이기 때문에 지금은 안전하다고 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균열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에 들어선 중·저준위 방폐장 1단계 동굴처분시설. 해수면 아래 지하 80~130m 지점에 총 10만 드럼의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하게 돼 있다.
 ▲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에 들어선 중·저준위 방폐장 1단계 동굴처분시설. 해수면 아래 지하 80~130m 지점에 총 10만 드럼의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하게 돼 있다.
ⓒ 한국원자력환경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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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에 6기의 원자로(월성 1~4호기, 신월성 1~2호기)와 중·저준위 방폐장을 두고 있는 경주 시민들은 원전과 방폐장의 안전을 걱정하는 데 더해 '이러다 사용후핵폐기물 영구처분장까지 들어오는 것 아니냐'하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이주대책위 총무 최관두(65)씨는 "1년 반마다 연료봉을 교체하는 경수로와 달리 월성원전은 연료봉이 하루에도 여러 개 들어오고 나가는 중수로라 원전들 중에서도 폐기물이 가장 많다"며 "자기들 말은 임시라고 하지만 이러다 영구 시설이 될 것 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한수원 최득기(53) 사용후핵연료사업팀장에 따르면 월성원전은 하루에 16개의 핵연료 다발을 교체해야 하며,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와 건식저장시설은 2019년이면 포화될 예정이다. 그래서 한수원은 현재 건식저장시설을 추가하는 공사를 추진 중인데, 주민들 사이에서는 결국 임시저장시설이 영구처분장으로 전환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다.

황분희 부위원장은 "우리는 발전소 하나하나 지을 때마다 지역 경제가 살아날 거라고 매번 생각했지만 중·저준위 핵폐기장이 지어진 후 오히려 동네가 더 후퇴했고, 이제 고준위 핵폐기장을 지으려 하는 것을 보며 주민들은 더 겁이 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월요일마다 상여 메고 동네를 도는 주민들


이주대책위 신용화(46·여) 사무국장은 "원래 이 곳은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지역이라 정부를 믿는 성향이 강했고, 주민들은 핵발전에 의문이 생겨도 한수원에 묻고 '괜찮대~'하고 살았다"며 "후쿠시마 사고 후 생각이 바뀌었다"고 털어 놓았다. 신씨는 지난 2004년 경주에 터를 잡은 후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 전혀 모른 채 점점 원전과 가까운 동네로 이사를 했다. 2007년에 양남면으로 들어갔고, 2010년에는 원전과 고작 1km 거리에 있는 양남면 나아리에 집을 장만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지고 2012년 국내 원전의 '짝퉁 부품' 비리가 터지면서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위협을 느꼈어요. 그래서 주민들과 함께 이주대책위원회를 만들었어요."




 
▲ 월성원자력홍보관과 한수원 월성본부 두 건물에서 열 발자국만 걸어 나오면 3년 넘게 농성을 하고 있는 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위 천막이 있다.
 ▲ 월성원자력홍보관과 한수원 월성본부 두 건물에서 열 발자국만 걸어 나오면 3년 넘게 농성을 하고 있는 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위 천막이 있다.
ⓒ 박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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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대책위는 원전의 위험성이 알려지면서 집과 땅의 가치가 '영'이 됐다며 한수원이 이를 매입해 줄 것을 요구했다. 최관두 총무는 "마을 상가들이 거의 운영이 안 되고 셋방 주던 가정집들도 거의 다 방이 비어 있다"고 말했다. 신용화 사무국장은 "집이나 땅을 사려는 사람이 없으니까 팔지도 못하고, 다른 데로 가려면 버리고 가야하는데 그럴 수 없어서 한수원에게 우리의 집과 땅을 사라고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남면 바른공인중개사 김봉권(65) 소장은 "급매물이고 매물이고 거의 거래가 없다"고 말했다. 김진인(68) 이주대책위원장은 "우리 지역 사람들은 소변검사를 하면 삼중수소가 나오고 방사능 때문에 갑상선암이 다른 지역보다 많다"며 "지금이라도 우리가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농성 천막까지 치고 3년째 이 같은 요구를 하고 있지만 한수원이 들어주지 않자 주민들은 매주 월요일 '월성 상여'를 끌고 동네를 한 바퀴 도는 시위를 한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로 탈핵 토론이 활발했던 기간 중에는 매주 목요일 '탈핵',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장 건설 반대' 등의 손 팻말을 들고 경주 시내에서 도보행진도 했다.

 
▲ 3년째 이주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월성원전 인접주민이주대책위는 매주 월요일 ‘월성상여’를 끌고 양남면 일대를 도는 집회를 연다.
 ▲ 3년째 이주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월성원전 인접주민이주대책위는 매주 월요일 ‘월성상여’를 끌고 양남면 일대를 도는 집회를 연다.
ⓒ 월성이주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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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발길도 끊기고 지쳐가는 주민들


정부는 경주에 방폐장을 유치할 때 '문무대왕릉과 무열왕릉 등 호국 통일의 성지와 묶어 명품 관광지로 조성해 관광객이 많이 찾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방폐장 때문에 오히려 관광업도 망가졌다고 말한다.


황 부위원장은 "월성은 문무대왕릉과 굉장히 가까운 곳이라 만약 월성에 핵발전소가 안 들어 왔다면 관광지로 더 발전했을 것"이라며 "이제는 원전 근처 펜션이나 바다에 사람이 아무도 안 오고 청정 지역이 완전 망가졌다"고 탄식했다. 신용화 사무국장도 "최근 해수욕장에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 지난 4월 20일 <단비뉴스> 취재팀이 찾은 월성원전 앞바다. 사람의 발길이 드물어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었다.
 ▲ 지난 4월 20일 <단비뉴스> 취재팀이 찾은 월성원전 앞바다. 사람의 발길이 드물어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었다.
ⓒ 박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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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대책위의 투쟁이 길어지면서 주민들의 응집력도 떨어지고 있다. 김진인 위원장은 "한수원에서 이주대책위 모임을 와해시키려 개인적 접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용역으로 지난 2015년 11월 실시한 설문조사 <원전 인근 주민 집단이주제도 타당성 조사>에 따르면 나아리 주민의 71%가 '이주 요구가 타당하다'고 답했지만, 나서는 사람은 많이 줄었다. 나아리 주민 830여 명 중 현재 이주대책위 회원은 30명이며 실제 활동하는 사람은 15명 정도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이 만드는 비영리 대안매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원전, #탈원전, #사용후핵연료, #핵폐기물, #방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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