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버가 제작한 영상 'Where is my chest? (Responding to Hate Comments)' 중에서

엠버가 제작한 영상 'Where is my chest? (Responding to Hate Comments)' 중에서 ⓒ 엠버 유튜브


 엠버가 제작한 영상 'Where is my chest? (Responding to Hate Comments)' 중에서

엠버는 친구와 함께 자신의 가슴을 수소문해 찾아나선다. ⓒ 엠버 유튜브


"대체 엠버의 가슴은 어디 있는 거야?"

엠버가 제작하는 유튜브 페이지 WTP의 영상 '내 가슴은 어디에?(악플에 답하며)Where is my chest? (Responding to Hate Comments)'는 '악성 리플'(악플)로부터 시작됐다. 지난 16일 엠버가 자신의 유튜브 페이지 Amber Liu에 올린 영상은 36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여성이라면 당연히 '위로 솟은' 가슴은 있어야지'라는 폭력 어린 반응에 엠버는 영상으로 답변했다. 영상'까지' 제작했다는 점에서 성실하고, 풍자를 한다는 점에서 자못 유쾌하다.


해당 영상 속에서 엠버는 친구와 함께 동네를 돌며 '자신의 가슴'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엠버의 가슴은 어디있지?"라는 악플에 대해 "좋은 질문"이라며 "이제부터 내 가슴을 찾아 떠나겠다"고 답한다. 그리고 친구 브라이스와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내 가슴 어디 있는지 아니? 내 가슴 말이야"라고 외치며 자기 자신의 '잃어버린 가슴'을 수소문한다.

걸그룹 '에프엑스'로 2009년 데뷔한 이래 8년이 지난 지금까지 엠버의 '여성성'에 대한 공격은 '꾸준히' 존재했다. '에프엑스'에서 엠버는 대체로 짧은 머리를 하고 치마 대신 바지를 입은 채로 랩을 했다. '여성성'에 맞지 않는 그의 옷차림은 과도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과도한 관심은 오래지 않아 폭력으로 바뀌었다.

한국 예능은 엠버에게 '여성성의 상징'인 치마를 입히고 싶어 했고, 급기야 2015년 3월 방송됐던 <진짜 사나이>에서 엠버에게 치마를 입힌 제작진들은 '이렇게 예뻐도 됩니까'라는 자막을 '달아주었다.' '엠버가 치마를 입었다'는 '놀라운' 사실은 여러모로 주목을 받았는데 '천상 여자', '여성스러운 각선미', '애교 폭발', 비로소 '에프엑스'가 걸그룹이 됐다'는 등의 수식어가 따라 붙는 식이었다. 마치 치마를 입어야만 여성으로서 증명받을 수 있다는 듯했다.

이번에는 그 여성성의 증명 아닌 공격이 '치마'가 아닌 '가슴'으로 향했다. 엠버는 해당 영상에서 가슴을 수소문할 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솔직히 엠버가 뭘 잘하지' 같은 자신을 향한 악플들을 하나씩 읽으며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엠버는 해당 영상에서 타투를 한 여성을 향한 편견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자신이 바로 '그 타투를 한 여성'이라며 친구인 브라이스에게 "나를 떠나라"며 '이별 선언'을 연출한 부분은 영상의 백미다.

 엠버가 제작한 영상 'Where is my chest? (Responding to Hate Comments)' 중에서

엠버가 제작한 영상 'Where is my chest? (Responding to Hate Comments)' 중에서 ⓒ 엠버 유튜브


 엠버가 제작한 영상 'Where is my chest? (Responding to Hate Comments)' 중에서

엠버가 제작한 영상 'Where is my chest? (Responding to Hate Comments)' 중에서 ⓒ 엠버 유튜브


 엠버가 제작한 영상 'Where is my chest? (Responding to Hate Comments)' 중에서

엠버가 제작한 영상 'Where is my chest? (Responding to Hate Comments)' 중에서 ⓒ 엠버 유튜브


영상은 현재 유튜브에서 영어 자막으로만 서비스되고 있다. 엠버는 개인 트위터 계정에 "아직 한글 자막을 하지 못 했다"며 "조금 더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전했다.

엠버라는 여성

 MBC <진짜 사니이>에 나왔던 엠버의 모습. '리얼한' 군대 생활을 보여주겠다며 제작된 <진짜 사나이> 속에서 역설적으로 한 여성의 '여성성'을 '치마'로 증명해야 한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로 다가온다.

MBC <진짜 사니이>에 나왔던 엠버의 모습. '리얼한' 군대 생활을 보여주겠다며 제작된 <진짜 사나이> 속에서 역설적으로 한 여성의 '여성성'을 '치마'로 증명해야 한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로 다가온다. ⓒ MBC


엠버는 자신을 향한 뾰족한 시선과 비난들을 외면하기 보다 늘 똑바로 응시하는 것을 택했다. '"너는 여자처럼 언제 할 거야?" 저는 여자예요. 여자는 원하는 스타일로 사는 거예요. 이런 거 이제 그만합시다'라고 직접 쓴 트위터 글도 인터넷 상에서 오랫동안 회자됐다. 이는 '92년생 여성'인 엠버가 여성이자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서 사는 법을 터득한 결과가 아닐까.

'자기 자신으로서 사는 법'에 대한 엠버의 꾸준한 발언은 이후로도 이어진다. 엠버는 2015년 7월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개인적으로 남자나 여자는 하나의 외모로 국한돼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름다움의 형태와 종류는 다양하며 우리들 모두는 다 다릅니다. 단순히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판단하지 마세요. 우리가 서로 다름을 존중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라고 올리기도 했다. 엠버는 그렇게 자신의 여성성을 문제시 삼는 사람들을 두고 줄곧 "다름을 존중해달라"는 아주 기본적인 요구를 표해왔다.

 엠버가 제작한 영상 'Where is my chest? (Responding to Hate Comments)' 중에서

엠버는 유튜브 영상 속에서 빨간 풍선을 몸 속에 넣고 "(가슴을 찾았으니) 이제 엉덩이를 찾으러 가자"고 말했다. ⓒ 엠버 유튜브


 엠버가 제작한 영상 'Where is my chest? (Responding to Hate Comments)' 중에서

엠버가 제작한 영상 'Where is my chest? (Responding to Hate Comments)' 중에서. 악플을 읽고 있는 엠버의 모습. ⓒ 엠버 유튜브


이쯤 되면 '여성성'이라는 말의 실체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치마를 입거나 가슴이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사람만이 여성인가? 엠버는 바로 그 '여성성'으로 지속적으로 공격받고 자기 자신의 방식대로 저항해 온 연예인이다. 그는 '여성은 그런 게 아니다'는 걸 발언으로서 노래로서 표현해왔다. '여성스럽다'거나 '여성성'이라는 말은 뭇 사람들에게 다소 타자화된 고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들겠지만 말이다.

2016년 3월 엠버 본인이 직접 작곡을 하고 가사를 쓴 '경계(Borders)'라는 노래는 "네가 (뭔가에) 몰려 있다고 해도 두려워하지 말고 경계를 넘어 똑바로 서서 너의 길을 위해 싸우라고. 내게 잘못된 게 있나? 아니, 나는 가장하지 않을 거야. 나는 가장할 수 없어"라 말한다. 최근 트위터 계정을 통해서는 "너와 다른 사람을 비교하는 것을 멈출 때 행복은 찾아온다"는 DJ 줄리안 조단의 글을 리트윗하며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엠버는 지금 자신의 길을 걷기 위해 본인이 싸울 수 있는 유쾌한 방법을 택해 싸우고 있다.

엠버 WHERE IS MY CHEST? 여성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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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23년차 직원. 시민기자들과 일 벌이는 걸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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