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김려원 배우 버전 포스터.

ⓒ 벨라뮤즈


"영화를 보신 분들, 안 보신 분들 아마 또 감동을 받을 걸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모든 사람에게 있었을 법한 동화에요. 나도 겪어본 동화. 물론 각자 상황은 다르겠지만, 상징적인 상황 속에서 누구나 비슷하지 않을까요!"

한 마디 한 마디, 감정을 나타내고, 표현하는 모습도 사랑스럽다. 생글생글 눈웃음을 지을 때는 영락없는 애교 만점 여동생이다가도, 작품에 진지하게 얘기할 때는 더없이 도시적이고 차가운 느낌도 감돈다. 음료수 뚜껑의 이음새로 하트모양을 만들어내는 손재주에,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림을 그리는 사랑꾼. 새빨간 립스틱과 청초한 분홍색 립스틱을 모두 소화해낼 수 있는 다양한 얼굴을 가진 배우, 바로 김려원이다.

김려원이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통해 연극에 도전했다. 노래를 통해 감정의 클라이맥스를 표출하는 뮤지컬 무대에서, 대사를 통해 감정의 모든 것을 표현해야 하는 연극을 통해 배우로서의 또 다른 얼굴을 완성하고 있다. 절대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역시나 호평을 받고 있다. 그녀를 지난 9월 28일 오후 5시,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연극에 도전하다

 지난 9월 7일 오후, 서울 대학로 CJ 아지트에서 열린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윤' 역의 김려원 배우가 열연하고 있다.

ⓒ 곽우신


"사실 걱정 많이 했거든요. 시작할 때는 노래도, 춤도 없어서 뭔가 연습을 안 한 것(?) 같은 느낌도 들었어요. 어색하더라고요(웃음). 연극이나 뮤지컬이나 무대 예술이고, 단지 마이크의 유무(有無)라고, 다른 점이 없다고 생각해요. 뮤지컬이 하이라이트를 노래로 한다면 연극은 대사, 표현방식의 차이일 뿐이죠. 또, 무대 예술이 완전히 현실적일 수는 없지만, 연극은 조금 더 현실적인, 사람 사는 이야기 같아요. 뮤지컬은 표현이 환상적이면, 연극은 현실적인 거 같아요."

김려원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윤효정(아래 '윤') 역할을 맡았다. 주위 사람들에게 인기 만점에 츠네오를 좋아하는 한국인 유학생으로, 영화에서는 부각되지 않았던 인물 '카나에'와 '노리코'를 변주해 재창조한 캐릭터이다. 엄밀히 말하면 원작에서 없었던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연극을 통해 한국인 유학생이라는 설정이 더해졌을뿐더러, 관객이 더욱 감정이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비중도 늘었다. 거기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창작진들과 배우들의 노고가 녹아 있었다.

김려원은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힐링을 받는다는 말에 "힐링이요? 저는 못 받고 있어요"라고 말하며 '윤'으로서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쿠미코는 츠네오와 사랑을 하고, 극복하는 과정이 있지만, '윤' 같은 경우에는 다른 여자 때문에 우는 남자를 봐야 하고…. 그래서 츠네오가 우는 장면에 찬호 오빠(김찬호)는 '윤에게 미안해서 울 수도 있다'라고 하더라고요. '윤'은 극 중에서 사랑도 못 받고…. 사랑해 달라고 막 그러기도 했어요.

음. 순수하게 좋아했는데 상대방이 마음을 안 받아줬을 수도 있고, 친구의 연인을 사랑한 경험도 있을 수 있잖아요. 관객들이 그런 경험을 인물에 이입해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단지 인물 한 명 뿐이 아니라,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에 말이에요."

'윤'은 극 중 생활력도 강하고, 자기 일도 야무지게 하는,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인물이다. 인기 야구선수 사이토도 마음을 품을 정도로. 하지만 '윤'은 자신이 아닌, 쿠미코에게 마음을 준 츠네오를 향한다. 인물들의 감정에 대해 김려원은 "근데요,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거 아닐까요?"라고 누구도 못 말리는, 어찌할 수 없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자기 생각을 털어놓았다.

 지난 9월 7일 오후, 서울 대학로 CJ 아지트에서 열린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윤' 역의 김려원 배우가 열연하고 있다.

ⓒ 곽우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고, '추억'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 같은 감정은 극 중 인물들의 모습이 꼭 '나의 모습' 같기 때문. 인물들을 통해, 자신의 첫사랑뿐 아니라, 현재의 사랑, 미래의 사랑까지 생각하게 만든다.

"츠네오는 쿠미코의 집밥, 따뜻함, 특이한 말투에 자신의 상황에도 기죽어있지 않은 모습에 호기심을 느꼈을 거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했던 거죠. 츠네오는 참 용기 있는 사람 같아요. 솔직히 말해서, '윤' 모르게 쿠미코와 추억을 만들 수도 있잖아요. 제가 '윤'이라도 보내줄 수 있을 거 같아요. 잡을 수 없을 거 같아요…. 상대의 솔직한 마음을 듣고 나서도 그의 마음을 잡기 위해 트집 잡으면 그것도 비겁한 거 아닌가요."

때문에 츠네오가 '윤'에게 왔을 때, 그 감정에 충실 하다는 김려원. '윤'의 감정뿐 아니라,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또 생각한 기색이 역력했다.

"'윤이 왜 사이토를 왜 안 좋아하느냐'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했어요.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거긴 하지만요. 극 중 '윤'은 한국인 여성이고, 자격지심이 있는 인물로 그려져요. 더 심하게 감정을 표출하는 대사도 있고요. 근데 그런 대사도 너무 힘들더라고요. 츠네오가 돌아오는 사람인데, 그가 선택할 만한 이유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돌아올 수 있는 여지, 랄까요. 쿠미코와 다른 점이기도 하고요. 쿠미코는 다리가 아프지만, '윤'은 마음이 아픈."

영화와 연극의 차이

 지난 9월 7일 오후, 서울 대학로 CJ 아지트에서 열린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윤' 역의 김려원 배우가 열연하고 있다.

ⓒ 곽우신


 지난 9월 7일 오후, 서울 대학로 CJ 아지트에서 열린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윤' 역의 김려원 배우가 열연하고 있다.

ⓒ 곽우신


이런 과정을 그리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영화 원작이 워낙 호평을 받았고, 얼마나 벗어나야 하는지, 또 얼마나 따라야 하는지 가늠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극은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힘 같아요. 생각보다 더 영화의 감정이 담겨서, 혹시 관객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생각과 달라고 그렇고, 너무 생각한 대로 여도 불편할 수 있으니까요. 근데 생각보다 많이 좋아해 주셔서 기분이 좋아요. 영화를 본 분들도 감동을 받더라고요."

확실히 연극으로 만나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영화의 감성을 느낄 수 있지만, 더 생생하고 또렷하다. 마치 끝이 보이지 않게 펼쳐진, 모든 것을 반사할 만큼 투명하고 차가운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나온 듯 말이다. 이는 연출력뿐 아니라, 이를 빚어내는 배우들의 힘이 컸다. 원작을 딛고 탄탄한 창작품을 만드는 것이 너무나도 어려운 무대인 만큼, 그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두 달간의 연습 덕택일 거예요. 함께 하는 배우들이 힘을 많이 썼어요. 장면도 많이 짰고, 재밌는 부분도 아이디어로 완성되기도 했어요."

극 중 '조제'가 타이틀 롤인 만큼, 쿠미코와 츠네오의 감정에 초점이 부각될 수 있다. 하지만 '윤'에게 감정이입이 되는 이들도 적지 않을 터. 츠네오의 '눈물'에 의견이 분분한 것 역시 '윤'의 감정이 많은 이들의 감정을 두드리기 때문일 것이다. 김려원이 '윤'으로 다가간 지점은 무엇일까.

"츠네오가 '돌아왔으면 하는 사람'이었으면 했어요. 쿠미코에게 자극을 주는, 부러워할 만한 사람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평소에는 잘 안 하지만, 극 중에 귀걸이나 반지 등으로 더 예쁘게 하고 싶었어요."

이 같은 감정 역시 그의 끊임없는 '질문'과 '설득'의 과정을 통해 이뤄낼 수 있었다고.

"제가 거짓말을 못 하는 성격이에요. 각본 없으면 못 하고, 믿어지지 않으면 못하겠어요. (웃음) 모르겠으면, 질문하고 또 질문하는 스타일이에요. 스스로를 설득시키죠."

관객을 울릴 아름다운 동화

 지난 9월 7일 오후, 서울 대학로 CJ 아지트에서 열린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윤' 역의 김려원 배우가 열연하고 있다.

ⓒ 곽우신


김려원이 바라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어떨까. 그는 '동화'라고 답했다. 순수한 때를 떠올리게 하는 아름다움을 지닌, 동화.

"모든 사람에게 있었을 법한 동화! 나도 겪어본 동화. 물론 각자 상황은 다르겠지만, 상징적인 상황 속에서 누구나 비슷하지 않을까요? 남자 관객분들이 츠네오에 공감을 많이 한다고 하더라고요. 모든 것이 미숙한 때, 사랑, 의리 등 무엇이 중요한지 몰랐을 때요…. 전 츠네오의 선택이 나쁜 게 아니라, 순수한 마음이었을 거 같아요. 어쩔 수 없는 마음, 좋아하는 그 감정이요.

결국, 츠네오는 감정에 책임을 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떠났어요. 쿠미코를 이용한 것도 아니고요! 정말 순수하게 마음이 떠나서…. 거짓말이라면 나쁘겠죠. 하지만 그런 감정이 아니잖아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 푹 빠진 김려원답게 '사랑'에 대한 감정에 대해서도 야무진 답을 내놓았다. 극 중 대사를 떠올리며 말이다. 작품에 대한 고심을 얼마나 했는지 여실히 느껴질 정도로, 깊이가 느껴졌다.

"결혼이라든지, 죽을 때까지 함께 하는 것이 사랑이 완성이 아니라는 거요. 지금이 진실 된 감정이라면 사랑의 완성이 아닐까요. '행복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그건 죽음 같아. 완전한 행복은 시간이 멈춘, 죽어야 가능한 것. 우리는 물고기. 하얀 파도. 죽어버린 존재들. 죽은 거야. 츠네오, 지금 날 죽여줘! 라는 대사처럼요.

사랑의 완성은 그 자체인 거죠. 변할 것을 알고 사랑했고, 사랑할 때 두려움이 있었던 것처럼, 그 순간을 소중히 하라는 거 아닐까요. 순간순간이 완성이고, 소중하게 생각하면 그것이 아름다운 결말이라는 거죠."

자투리 일문일답
- 김려원의 좌우명은?
"열심히 살자! 제가 어떤 분을 보고 꿈을 꿨듯이 누군가도 나를 보고 꿈을 꿀 수 있기를 바라요. 누군가의 꿈이 되는 사람이요 '꿈을 나눠주는 사람'이요."

- 요즘 김려원을 기쁘게 하는 세 가지!
"애완견 푸딩이. 너무 예뻐요. 정신을 못 차리겠어요. 원래 동물을 좋아하는데, 푸딩이는 밖에 나와서도 계속 생각나요!

첫 연극 <조제, 그리고 호랑이들>. 좋은 배우분들도 많이 만났고, 제작사인 '벨라뮤즈'도 정말 좋아요. 엄청 섬세하게 생각해주세요.

그리고 <이블데드>? 끝났는데 아쉽다가도 계속 생각나요. 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나서 기뻐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김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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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전문 프리랜서 기자입니다. 연극, 뮤지컬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 전해드릴게요~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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