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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19일 오후 3시 1분]

서울의 한 대형병원. 문 앞으로 사람들이 서 있다. 이들은 병원 밖으로 나서자 사람들을 향해 외친다.

"어느 약국 가세요?"
"H약국이요."
"여기, H약국."

사람들은 마치 익숙한 듯 해당 약국직원을 부른다.

병원 밖에서 약국 호객꾼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병원 밖에서 약국 호객꾼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 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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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약국차량 운전사들이다. 병원 앞 인도는 환자를 기다리는 운전사들로 인해 북적인다. 해당 약국을 이용하려는 환자들을 차로 태워다 주기 위해 대기하는 것이다. 이들이 대기하는 동안 차량들은 차도에 아래 사진과 같은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

대형병원 밖 인도의 모습. 약국호객꾼들로 가득하다.
 대형병원 밖 인도의 모습. 약국호객꾼들로 가득하다.
ⓒ 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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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호객차량을 피해 중앙선을 완전히 넘어선 병원셔틀버스
 약국호객차량을 피해 중앙선을 완전히 넘어선 병원셔틀버스
ⓒ 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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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 늘어선 약국 차량, 다른 차량은 중앙선 넘어야 통행 가능

위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주차된 약국 차량들을 피해서 지나가느라 다른 차량은 중앙선을 침범하기 일쑤다. 버스 같은 큰 차량은 중앙선을 완전히 넘어 역주행을 하는 일도 벌어지는 상황. 게다가 이 버스 중에는 병원 셔틀버스도 있다.

이러한 약국 호객행위에 대한 문제는 예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게다가 국민신문고 등 경찰에서도 수사가 진행되었고 벌금까지 부과되었던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국호객행위가 계속될 수 있었던 것은, 교통위험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너무 위험해요."

주변 주민 A씨가 도로를 보고 한 말이다. 매일 오후 이곳을 지난다는 A씨는 "그래도 이 주변은 차가 많지 않아 다행이지만, 매번 중앙선을 넘어 지나오는 차들이 위험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약국호객꾼들로 가득찬 병원인근 인도의 모습
 약국호객꾼들로 가득찬 병원인근 인도의 모습
ⓒ 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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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다니기 불편해요."

불편하기는 인도도 마찬가지. 인도는 병원 인근 약국 운전사들로 붐비기 때문에 이 길을 자전거로 통학하는 인근 학생들도 불편하다고 볼멘소리를 낸다.

제보자인 인근 주민 B씨는 인도 옆, 주차장으로 지나다닐 때까지만 해도 큰 불편함은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주차장에서 공사가 진행되면서 그제야 비로소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처음에 B씨는 이 공사가 약국호객차량을 위한 공간·시설제공을 위한 것인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알고 보니, 공사장 입구에 적힌 것에 따르면 공사의 목적은 '치료시설 증축'이었다고 한다.

약국호객차량이 늘어선 인근에 병원의 치료시설증축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약국호객차량이 늘어선 인근에 병원의 치료시설증축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 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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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의 생존권 문제도 걸린 상황, 별도 정차소를 만들면 어떨까

어쩌면 약국 측과 약국의 직원들에겐 생존권이 달린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주변에 교통 불편과 위험을 초래하는 누군가의 직무행위가 단순히 호객행위일뿐이라면 그것이 정당화되긴 힘들 것이다. 약국의 사익보다 약국 차량들의 갓길주차로 인해 초래되는 교통위험이 공익에 끼치는 해가 더 크기 때문이다. 취재에 나선 기자가 상상했던 것보다 상황은 더 심각했다.

병원 측은 이 사실을 몰랐을까. 약국 측의 주차와 호객행위로 인한 불편은 이미 정부기관에도 수많은 민원이 제기되었던 상황이라고 한다.

약국호객차량으로 이동하는 병원이용객의 모습(우) 약국차량 이용이 편리하다며 좋아하는 환자들도 있다.
 약국호객차량으로 이동하는 병원이용객의 모습(우) 약국차량 이용이 편리하다며 좋아하는 환자들도 있다.
ⓒ 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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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차량을 피해 중앙선을 넘어 주행하는 차량들
 약국차량을 피해 중앙선을 넘어 주행하는 차량들
ⓒ 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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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이용객들은 대부분이 연세가 있는 노인분들이 많기 때문에 약국 차량 이용이 편리하다고 느끼는 고객들이 많다.

"병원에서 약국까지 태워다주고, 약을 산 이후엔 목적지까지 태워다 주기도 하고 지방환자인 경우엔 지하철역이나 터미널까지 데려다준다. 환자 입장에서는 교통비도 절약하고 편리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지자체와 병원 차원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약국차량들을 위한 공간을 별도로 설치하고, 운전사분들을 위한 대기실도 만들어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환자와 약국 운전 직원들의 편의를 위해서라도 더 안전하게 대기할 장소를 마련해야 할 일은 아닐까.

말하자면 별도의 '약국차량 정거장'을 만들자는 것이다. 약국의 호객 행위와 환자 수송을 막을 수 없는 것이라면, 차라리 인정하고 합법적인 제도를 만드는 방향으로 처리하여 주변 안전은 보장해주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약국관계자는 "우리도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버스업체와 택시조합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제도적인 방식으로 접근하기에는 문제가 많다. 굉장히 복잡한 사항이다"라고 답했다.

한편 담당 지자체는 이 문제에 관해 "우리가 자체적으로 결정할 사항이 아니고 병원, 보건소, 경찰과도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면서 "병원 측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에 관할보건소 관계자는 "병원 측에서는 굳이 먼저 주차장을 내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또한 관할경찰서 관계자는 "구청에서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요청하면 우리도 그렇게 할 텐데, 아직 이와 관련해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 약국호객차량이 늘어선 주변 통행상황 약국호객차량을 피해 거의 모든 차들이 중앙선을 넘거나 침법하고 있다. 심하게는 역주행을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 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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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해당 병원에서는 10분 간격으로 인근 지하철역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었으며 인근 지하철역에는 다른 약국들이 있었다. 지하철역 인근의 약국 관계자는 "예전에 단속할 때는, 손님들이 (셔틀버스 타고 이쪽으로 오니까) 대폭 늘더라"고 전했다.


태그:#약국호객차량, #약국호객, #교통혼잡, #역주행, #교통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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