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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사이면서 소설가인 김명조 씨가 발간한 소설 <로스쿨교수 실종사건>
 법무사이면서 소설가인 김명조 씨가 발간한 소설 <로스쿨교수 실종사건>
ⓒ 문예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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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이면서 현직 법무사로 일하고 있는 김명조(70) 작가의 신간 <로스쿨 교수 실종사건>이 발간되었다. <로스쿨교수 실종사건>은 판사 출신인 신평(61)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소설 속 한명수는 판사 출신으로, 배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언뜻보면 성공한 인생 같지만 그의 인생은 고난으로 얼룩져있다. 그는 판사 시절 사법개혁을 주장하다 법관재임용심사에서 탈락하고, 로스쿨교수인 현재는 로스쿨개혁을 주장해 전국 25개의 로스쿨 당국과 교수들, 학생들에게 공적이 되어있는 상태.

그런 그가 로스쿨 입시 비리를 알게 되면서 그 사실을 대학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다가 명예훼손으로 벌금형을 받게 된다. 벌금형이 선고된 날 그는 돌연 사라진다. 소설 속의 '나'는 그런 한명수 교수의 행적을 찾아나선다.

한명수의 실제 인물 신평 교수는 판사로 재직하던 1993년 5월, 모주간지에 법원내부 비리를 내부고발하는 내용의 기고문을 투고하는 등 법관으로서의 품위를 떨어뜨렸다는 이유로 법관재임용심사에서 탈락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1993년 8월 27일, 경향신문 23면).

지난 8일, 전화와 메일 등을 통해 김명조 작가와 뒷이야기를 들었다.

- 신평 교수와는 원래 친분이 있었나?
"없었다. 내가 법원사무관으로 근무할 때, 그 분이 그 일(1993년, 법원인사비리 내부고발로 인해 법관재임용심사에서 탈락한 사건)을 겪으셨지만 당시에는 전혀 일면식도 없었다. 그때는 위험 앞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는 저런 분이 있구나 하고 단순히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몇 십 년 후 처음으로 우연히 그분과 연결이 되었다. 2016년 8월, 동료 소설가의 소개로 그 분을 만나 술을 한잔 하는 기회가 있었다."

김명조(71) 작가는 현직 법무사이기도 하다.
▲ 김명조 작가 김명조(71) 작가는 현직 법무사이기도 하다.
ⓒ 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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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앞에서도 잠시 언급한 대로 평소 이 분의 생애에 약간의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우연히 동료 작가의 소개로 직접 대면하여 그분의 구체적인 삶을 듣고 보니 작가로서 공분이 생겼다. 아마 이 의분(義憤 : 불의에 대하여 일으키는 분노 - 기자말)이 우리를 쉽게 어떤 결론에 이르도록 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바로 그 분을 소재로 한 소설을 집필하자는 것이었다.

당시 그 분은 무척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서슴없이 자신의 저서와 일기 등을 제공해주었고 나는 그것을 토대로 하여 2016년 11월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내가 경험하지 못한 다른 사람의 일이라 소설을 쓰기가 참 힘들었다. 그 분의 기구한 삶을 모티브로 했으나 전기처럼 쓸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나는 소설가이므로 어떤 형식이든 소설의 범위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처음 시작할 때 나는 이 점을 분명히 하였다. 즉 그분의 삶을 소재로 하되 구성과 내용은 오로지 나의 관점에서 재구성할 것이고 픽션으로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실제 이 소설의 주제에 이르는 과정은 모두 내가 일방적으로 만들었다. 이것은 소설 작업의 난이도 문제가 아니라 소설가의 자존심 문제였다. 그리고 실존인물을 픽션화할 때 발생하는 우상화와 같은 부작용도 고려하여야 했다.

소설가는 이 세상 사람의 삶을 관조하면서 인간관계에서 발생 가능한(reality) 여러 형태를 작품으로 형상화하는 일을 한다. 특히 극적인 소재가 있으면 자신의 명예를 걸고 어떤 위험도 무릅쓰고 덤빈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 소설에는 2개의 뚜렷한 주제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이 시대의 신흥 권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로스쿨이라는 집단에 대한 이야기이고 그 단점과 모순을 지적하는 내용이다. 어떻게 보면 다루기 힘든 뇌관일 수도 있다.

그들이 신 교수를 공적으로 몰아가는 과정을 보면 참으로 반이성적이었고 그래서 그런 과정을 지켜본 가족들이나 주위의 친지들이 처음에는 이 집필 작업을 만류했다. 저들의 세력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겁 없이 덤비느냐는 지적이었다. 일정한 규칙을 정해놓고 하는 게임이 아니라 무작정 무차별로 가격해대는 세력 앞에서는 어떤 이성적인 대처도 통하지 않는다는 걱정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쩌면 오기로 이 소설을 쓰게 되었는지 모른다. 저들을 내 작품 속에 넣어서 형상화시키면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하는 기대를 하면서."

- 로스쿨제도와 관련하여 우리 사회에 바라는점?
"나도 사법시험에 17년간 응시해왔기 때문에 사법시험의 매력과 그 폐해를 뼈 속 깊이 경험했다. 1968년, 23살까지 베트남전에 참전한 후, 26살이던 1971년부터 사법시험에 응시했다. 경제적 사정 때문에 1973년에 서울시 공무원에 합격하여 세관공무원, 검찰직공무원 등의 공직생활을 거치면서도 주경야독으로 공부했다. 1987년 법원행정고시에 합격한 이듬해까지 사법시험에 응시했다.  

그러다보니 사법시험과는 애증의 관계에 있고, 타국의 법조인선발제도인 영미식 로스쿨에 대하여는 그 대략을 들어 알고는 있었다. 그런데 이 제도를 우리나라에서 시행한다는 말을 듣고 뭔가 어색한 느낌이 들어 여러 모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 기회에 신평 교수님의 저서를 읽으면서, 로스쿨이 참 잘못 운영되고 있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해방 이후 우리가 시행하고 있는 제도 중 변칙으로 운용되고 있는 것이 몇 있는데 이 로스쿨 제도도 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사법시험의 폐해를 없애겠다고 들여놓았는데 그 폐해를 대부분 안고 그것도 모자라 또 다른 폐단을 추가하고 있지 않는가 하는 느낌이 든다. 더 늦기 전에 전문가들이 지혜를 모아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본다.

특히 신 교수님 같은 분을 저런 식으로 내칠 것이 아니라 그 식견을 귀담아 듣고 이 제도가 우리 사회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도록 시급히 개선하여야 할 것이다. 예비 법조인 양성제도는 사법기능의 질적 수준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으신 말씀?
"내 주변에서 활동하고 있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삶은 정말 안타까울 정도로 피폐하다. 우리 사회에서 인정받는 학문 과정을 수료했음에도 사회적인 뒷받침을 받지 못하여 방황하고 있는 모습이 정말 보기 딱하다. 하루빨리 로스쿨이 그 제도의 취지대로 제자리를 잡아 법조인 양성 과정으로서의 제 역할을 하고 했으면 좋겠다. 이것이 바로 이 장편소설 <로스쿨교수 실종사건>의 주제이고 결론이며 간절한 바람이다."

한편, 소설 속 실제 인물 신평 교수는 판사재임용심사에서 탈락한 후, 대구카톨릭대 등을 거쳐 현재는 경북대 로스쿨 교수로 재직 중이다. 또한 사법개혁국민연대 상임대표 등을 지내며 사법개혁에도 앞장 서왔으며, 문재인 대통령후보 중앙선대위 공익제보지원위원회 위원장, 민주정책통합포럼 상임위원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쿨 교수 실종사건

김명조 지음, 문예바다(2017)


태그:#로스쿨교수실종사건, #김명조법무사, #김명조작가, #신평, #신평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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