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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법에 대한 개정 논의가 뜨겁다. 요 근래 일어난 인천 여아 살인사건,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등 청소년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강력 범죄가 지속적으로 일어난 탓이다. '요즘 아이들이 무슨 아이냐'며 역시나 요즘 세상은 너무 흉흉하다는 학부모들의 볼멘소리도 커졌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형법에서 처벌 대상인 '형사 미성년자'의 최저 연령을 현행 만 14세에서 12세로 낮추고, 특정 강력범죄 개정과 관련해서 살인 등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소년에 대해 성인과 동일한 수준의 처벌을 받도록 소년법 적용을 해제하는 등의 내용을 주요 골자로 담은 소년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무서운 아이들'이 마음껏 활개치고 다니는 우리 사회에 훨씬 더 강력한 '한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소년법에 대한 개정 논의가 올해 처음 대두된 것은 아니다. 2007년 말, 소년범죄의 저연령화와 흉포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보호처분 대상자의 연령이 만 12세에서 만 10세로 낮아졌고, 소년법 적용 상한 연령도 만 20세에서 만 19세 미만으로 낮아졌다. 향상된 청소년들의 신체적 능력과 범죄 습득 능력에 맞춰, 그들에 대한 처벌 수위도 강화되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후, 청소년 범죄율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결과로 확인이 가능하다. 대검찰청 범죄분석에 따르면, 전과가 있는 청소년들의 재범률은 51.4%로, 전년에 비해 9.8%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4범 이상의 비율이 2009년 8.9%에서 2013년 15.6%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강력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회심의 한방'이 범죄 예방 효과에 유명무실하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3년 전 자신이 진행하는 한 시사프로그램에서, 범죄에 대해서 강력하게 응징하고 법질서를 강조하는 정책들을 '로 앤 오더 팔러틱스(law and order politics)'라고 소개하며, "이는 오히려 범죄율을 증가시키며 사회를 통제하고 얼어붙게 만든다"고 말했다.

표 의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소년법 개정은 더욱 더 큰 문제에 직면한다. 처벌 위주의 형사정책이 성인 범죄자들에게조차 어떠한 경고 메시지를 주지 못한다면, 더욱이 청소년들에게는 얼마나 큰 효과를 볼 수 있겠냐는 것이다. 처벌 수위가 아무리 높아진다고 한들, 그들이 스스로 얼마나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지 두려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법안은 있으나마나 하다. 한 마디로 말짱 도루묵이다.

소년법은 제 1조를 통해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입법 목적을 밝히고 있다. 처벌이 아닌, 교화와 교정을 통해 그들을 올바른 사회 구성원으로 길러내는 것이 소년법의 취지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왜 그들을 사회적 약자로 구분하고, 소년법이라는 제도를 통해 보호하려 한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서글프지만, 요즘 아이들도 '아이'다. 비록 몇몇의 사건들로 인해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곱지만은 않지만, 여전히 그들이 성인에 비해 서툴고 미숙한 사회적 약자임은 분명하다.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자신의 범행을 치밀하게 숨기기 위해 노력했을 그 긴박한 상황에, 오히려 자신이 폭행한 피해자의 끔찍한 사진을 자랑하려했던 그 심리를 우리는 이해할 수 없지 않은가. 아직 완전한 인격체가 되지 못한 그들의 한계를 이해하고 포용하자는 것. 적어도 그들이 저지른 끔찍한 범행의 책임을 온전히 그들에게만 돌리지는 말자는 것. 이것이 사회가 소년법을 통해 실현하고자 했던 가치였을 것이다.

소년법의 입법 목적과 취지를 둘째치더라도, '처벌'을 통해서만 무엇인가를 해결하려는 어른들의 무책임함은 더욱 나쁘다. 형량을 올리는 것은 어떤 경제력의 투입이나 근본적인 문제 원인의 고민 없이도, 무엇인가를 하는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해결을 위한 용기와 의지 없이도 꽤나 괜찮은 해결책을 제시한 것처럼 보이게 한다.

앞서 '로 앤 오더 팔러틱스(law and order politics)'를 소개했던 더불어민주당의 표창원 의원은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소년법을 개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특정강력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에 한해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범죄를 예방하는 데 효과가 없음을 강조했던 그의 발언과 대비되는 행보다. 무엇이 그가 소신 있던 발언을 뒤집고 의외의 해결책을 내놓게 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소년법 개정이 일부 청소년들의 안타까운 잘못으로 인한 극단의 조치라면 섣부른 판단이라고 할 만하다. 청소년 강력범죄는 극히 일부의 사건이지만, 소년법 전반을 개정함으로써 생기는 피해자들은 쉽게 예측하기도 어렵지 않은가.

'요즘 아이들'을 비난하며 그들에게 드리워진 삐딱한 시선을 방치하는 동안, 우리는 '요즘 어른들'로써 그들에게 얼마나 떳떳한 존재였는지 되묻고 싶다. 적어도 우리의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그들을 향해 '분풀이'를 하는 못난 존재들은 아니었는지 말이다. 밝고 건강하게만 성장하기도 부족한 꽃 같은 청소년들이, 왜 그토록 '무서운 아이들'이 되어야 했는지 고민하는 것은 우리 어른들의 책무일 것이다. 소년법 개정이라는 무거운 형벌을 아이들에게 짊어주기 이전에, 이에 대한 고민이 먼저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소년법을 개정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골치 아픈 일일지라도 말이다.


태그:#소년법 , #이석현 , #표창원, ##소년법 개정, ##청소년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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