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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핵재처리실험저지를 위한 30km연대, 시민기자, 대전 시민들로 구성된 특별취재팀이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주제로 기획 <스쿨존 옆 핵연구, 이래서 문제다!>를 진행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가동을 멈춘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 내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
 가동을 멈춘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 내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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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팽창탱크의 저수위를 알리는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방사능 오염 물질이 방출되고 있다는 위험 신호였다. 때는 2004년 4월. 

한국원자력연구원 내(대전 유성구 덕진동)에 설치된 다목적 연구용원자로(열 출력 30MW, 당시 연간 4000시간 운전)였다. 지난 1995년 가동을 시작한 하나로 원자로는 동위원소 생산 및 핵연료, 노재료 개발 등을 위해 개발된 연구용 중 국내 최대 규모였다. 건설비만 1234억 원이 들어갔다.

경보음이 계속됐지만 연구원 측은 가동을 멈추지 않았다. 이미 경보가 울리기 한참 전부터 중수 팽창탱크 수위가 계속 낮아졌다. 어디선가 누수가 되고 있다는 신호였지만 연구원 측은 '정상 작동'으로 오판했다. 원자로 중지까지는 경보가 울리기 시작한 때로부터 꼬박 하루가 지난 뒤였다.

진단 결과는 심각했다. 방사능 물질에 오염된 중수가 인근 지역으로 누출된 것이다. 모두 82리터의 방사능에 오염된 중수가 누출됐고, 이중 50리터가 굴뚝을 타고 밖으로 새어나갔다. 인근에는 대규모 아파트가 밀집해 있다.


#2004년
7일 간의 방사능 유출...대전시민은 수 개 월 뒤에서야...(4월)
또 방사능 유출+연구원 피폭 (7월)

누출 기간도 7일 간(4월 27일부터 5월 3일까지) 지속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수가 새 나온 곳은 냉각-정화계통 펌프 부근이었다. 고장 난 펌프를 교체하면서 배관 양쪽의 밀봉이 제대로 하진 않았던 게 주원인이었다.

연구원 측은 KINS(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규제실에 '원자로 가동 중지' 이유를 보고했다. 하지만 '방사능 누수'를 숨기고 "중수계통 점검을 위해서"라고만 밝혔다.

하지만 사고 당시 원자로 주변인 독신자 숙소 부근에서 채취한 시료(공기 및 빗물)에서 방사능 물질을 띤 삼중수소 농도가 과기부 고시기준을 초과해 나타났다. 평상시 농도(26.94Bq/L)보다는 22.3배나 높았다. 이 사고로 연구원 7명이 경미하지만 피폭(0.19 mSv)까지 당했다.

원구소 측은 그때서야 과기부에 중수누출 사고가 있었다고 보고했다. 중수 누수가 있었던 날로부터 무려 한 달이 지난 뒤였다. 이 사실은 그로부터도 또 한 달여가 지난 7월 초에서야 대전시민에게 전해졌다. 당시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발 언론보도를 통해서였다.

황당한 것은 한국원자력연구소의 '당당한' 태도였다. 연구원 측은 당시 제때 사고 사실을 알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전혀 은폐할 의도가 없었고, 지역주민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미미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답했다. 시민단체가 진상조사단 구성과 안전장치 마련을 요구하자 "사명감 하나로 일하는 연구원을 격려해도 부족한데 범죄자 취급하는 사회풍토가 안타깝다"라고 혀를 찼다.

하지만 같은 해 7월, 방사능을 띤 공기가 원자로실을 거쳐 밖으로 빠져 나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연구원 한 명이 피폭(0.015 mSv) 됐다.

#2005년
방사성 물질 또 누출...6개월간 가동 중지 (5월)
핵연료 가공시설에서 화재 발생 (8월)
화재로 방사성물질 인근 방출 (10월)


이듬해인 2005년 5월에는 충남대에 설치된 대전지방방사능측정소에서 채취한 빗물 시료에서 방사성요오드(I-131)가 검출됐다. 동위원소 생산시설의 여과기 성능이 미달됐기 때문으로 조사됐다. 이 사고로 같은 해 12월까지 6개월간 하나로 원자로가 멈춰 섰다. 동위원소 생산시설도 3개월 간 정지됐다. 

과기부는 누출량이 미량으로 주변 환경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2005년 8월 어느 날 오후 8시께. 이번에는 핵연료 가공시설인 연구원 내 새빛연료과학동에서 우라늄 분말을 모아 담아놓은 철제용기에서 불이 났다. 용기의 온도가 높아지면서 불이 나 우라늄이 시설 내부로 흩어졌다. 측정결과 시설 내의 공기 중 최대 방사능 농도는 8.78 Bq/m3까지 치솟아 경보 설정치(1 Bq/m3)를 8배 이상 초과했다. 표면오염도 또한 정상 때(0.05 kBq/m2)에 비해 약 100배, 운영 기준치(0.4 kBq/m2)의 약 10배를 초과했다.

화재경보기는 작동하지 않았다. 방사선감시기 경보가 울렸지만 방사선안전관리담당자는 오작동이라며 오히려 경보를 해제시켰다. 연구원 측은 불이 난 일도, 방사능이 방출된 일도 오염 상태가 10시간 이상 지속된 이후인 다음 날 아침에서야 파악했다. 

주민피폭선량 발전소 지역보다 7배-최고 47배 높게 나타나

지난 2011년 3월 15일 한국원자력연구원 관계자들이 하나로 가동을 시작하고 원자로 시설을 살피고 있는 모습.
 지난 2011년 3월 15일 한국원자력연구원 관계자들이 하나로 가동을 시작하고 원자로 시설을 살피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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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자가 퇴근한 이후 불이 났고, 저절로 꺼져 상해를 입은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하마터면 큰 방사선 피폭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불에 타 산화한 금속 부스러기가 45kg에 달했다. 그런데도 원구소 측은 "방사능 물질이 외부로 방출되지는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밝혔다.

같은 해 10월, 이번에는 조사재시험시설 필터뱅크 시험 준비 중 화재가 발생했다. 임시 설치 히터의 과열에 의한 것으로 방사능 물질이 인근으로 유출됐다. 부지경계에서 방사능 물질인 코발트(Co-60), 세슘(Cs-137), 요오드(I-131) 등의 방사능 물질이 인근지역으로 흩어져 나갔다.

당시 과학기술부가 각 원자력 시설로부터 매년 제출 받은 원자력이용시설 운영으로 인한 주민피폭선량 및 부지당 기준치 비교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03년~2005년 2분기)  원자력연구원 주변지역의 피폭선량은 기준치 이내이지만 고리·월성·영광·울진 등 원자력발전소 지역에서 측정된 값보다 7배에서 최고 47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작업자 피폭...허가승인 없이 작업 지시

2006년 11월. 하나로 원자로 내 냉중성자실험(CN, Cold Neutron) 설비 모의관을 설치하기 위한 사전 준비작업 과정에서 한 작업자가 피폭됐다. 하나로 원자로심 내 설치된 플러그를 밖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추정 피폭선량은 선량한도(50 mSv/yr)의 7%를 넘어서는 최대 3.5mSv로 나타났다.

특수방사선작업으로 사전 허가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사업 책임자는 허가승인을 받지 않았다. 작업자는 개인선량계도 소지하지 않았다. 당시 원자력연구원 측은 "하나로 및 부대시설에서 최근 2년간 계속해서 도출된 사항"이라고 밝혀 유사 사고가 빈번했음을 시사했다.

실제 2005년 6월말부터 8월까지 하나로 및 부대시설 정기검사 결과 30건의 원자력법 위반사항이 나타나 과태료(2150만 원)와 기관 경고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변경신고를 위반하거나 운영기술지침을 지키지 않거나, 기술기준에 부적합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2007년
7시간 동안 오염물질 누출... 우라늄 분실까지

2007년 5월. 하나로 동위원소생산시설 지하기계실에서 필터 교체 작업 도중 방사성 요오드(I-131)가 굴뚝을 타고 7시간 동안 인근 대기로 방출됐다. 원자력연구원 측은 당시 과기부에 "환경에 미친 영향과 피폭에 의한 작업자 영향도 미미하다"라고 보고했다.

같은 해 더 황당한 일도 있었다. 레이저 연구 장치에 쓰이는 핵물질인 우라늄 2㎏(농축우라늄 0.2g, 천연우라늄 1.8㎏, 감손 우라늄 0.8㎏)을 분실한 것이다. 연구원 측은 3개월 동안 잃어버린 사실을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 그리고는 '실수로 쓰레기 매립장에 버린 것'으로 결정내렸다. 우라늄을 산업폐기물로 잘못 분류해 쓰레기 매립장에 버렸다는 이야기다. 이 우라늄은 지금까지도 행방이 묘연하다.

#2011년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 대전은 '백색비상 경보' 발령

2011년 2월 20일 오후 2시 32분께 대전시 유성구 덕진동 한국원자력연구원 하나로 연구시설(건물)에서 방사선 '백색' 비상이 발령돼 근무 직원들이 대피한 가운데 연구원 정문에서 차량 통행이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2011년 2월 20일 오후 2시 32분께 대전시 유성구 덕진동 한국원자력연구원 하나로 연구시설(건물)에서 방사선 '백색' 비상이 발령돼 근무 직원들이 대피한 가운데 연구원 정문에서 차량 통행이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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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했다. 그보다 한 달 전인 같은 해 2월. 대전 시내에 난데없이 '방사선 백색비상'(백색-청색-적색으로 3단계) 경보가 발령됐다. 하나로 원자로 수조 아래 잠겨 있던 실리콘 반도체 생산용 회전 알루미늄통의 고정부위가 마모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고 원자로 주변 50m 이내 방사선 준위가 시간당 1밀리시버트(mSv/h)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원자로는 자동 정지됐다. 하지만 방사선 유출량이 경보기준치의 10배를 초과했음에도 백색비상 발령은 약 1시간 10분이나 늦게 이루어졌다. 자체 기관 및 외부 기관 보고에만 치중, 정작대전시민의 대피 등을 위한 비상 발령은 도외시하는 촌극을 벌인 것이다. 특히 원자력연구원 측은 내부적으로 비상 백색 발령이 결정된 이후에도 경고를 울리지 않고 본부장 등에게 내부보고를 하다 시간을 지연시켰다.

#2012년
4시간 동안 오염물질 방출

2012년 4월. 하나로 원자로가 경보와 함께 자동 정지됐다. 원자로 수조표면에서 고-방사능 물질 누출이 탐지된 때문이었다.  조사결과 계측기 용기 불량으로 방사능이 약 4시간 동안 방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로 자동정지에도 원자로실 작업자들은 대피하지 않았다. 경보 발생 시 취해야 하는 행동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것이다.

당시 약 8초간 방사능이 정지설정치의 10배인 250μGy/h을 초과했지만 15분 이상 조건에 해당하지 않아 백색비상은 발령되지 않았다.

#2013년
원자력 안전위 "정기 점검조차 안했다" 

2013년. 사고가 끊이지 않았지만 하나로 원자로는 주기적인 점검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대전원자로(하나로)에 대한 특별점검(2013년 9월 25일부터 9월 27일까지) 결과, 운전을 위해 필수적인 방사선감시계통에 대한 '정기 점검' 또는 '주기적인 성능시험'을 수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14년
또 화재 발생하자 일단 '가동 중단'
 
2014년 7월. 하나로 원자로에 중성자 실험설비의 전원 공급함이 망가지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원자로는 수동 정지됐다. 이후 현재까지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원구소 측은 당시 화재발생시 즉시 관할 외부소방대에 신고하도록 한 규정 또한 이행하지 않았다.

원구소 측은 전원을 공급받는 전원 공급함이 열과 화재에 취약한 플라스틱 재질로 제작된 게 원인이라며 철제 전원 공급함을 설치했다.

#2016년
뒤늦게 드러난 또 다른 사실... 방사능폐기물 불법 매립-불법 배출

2016년. 어처구니없는 일은 하나로 원자로가 가동을 일시 중단한 이후에도 속속 드러났다.

원자력연구원은 2015년 11월, 연구원 내 방사선관리구역 배수로공사 때 나온 콘크리트 폐기물 0.15t을 충남 금산군의 한 설비업체 부지에 불법으로 매립했다. 또 서울 공릉동에 있던 연구로를 해체할 때 발생한 콘크리트 2t과 토양(200ℓ 드럼 58개)을 연구원 안에 매립 또는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5월부터 2015년 7월까지 방사선관리구역에서 사용한 장갑·비닐 등을 한 달에 20ℓ씩 일반쓰레기로 버렸다. 모두 약 1000ℓ에 이르는 양이다. 방사능에 오염된 토양을 제염하는 과정에 나온 물은 비가 올 때마다 빗물관으로 흘려보냈다. 작업복과 이를 세탁한 물도 무단으로 배출했다.

작업 시 이용한 장갑을 무단으로 태웠고, 폐기물 소각 시설의 배기가스 감시기 측정기록을 조작했다. 세슘 폐기물 등 109t가량을 허가 없이 녹이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원자력연구원의 방사성폐기물 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드러났다.

재가동 서두르는 원자력연구원... 아이들 불장난 같은 핵실험을 또?

한국원자력연구원에는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가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중저준위 방사능폐기물 약 3만 드럼을 보관하고 있으며, 사용후핵연료봉 1699개(약 3.4톤)도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는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가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중저준위 방사능폐기물 약 3만 드럼을 보관하고 있으며, 사용후핵연료봉 1699개(약 3.4톤)도 있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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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7월 전원공급함 화재 사건 이후 하나로 원자로는 아직까지 정지상태다. 와중에 하나로 원자로 외벽체가 지진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고, 내진 보강 공사 또한 부실 의혹이 제기되는 등 또 다른 문제점이 확인되고 있다.  

13년 전인 2004년 7일 동안 50ℓ의 중수가 방출되자 당시 장인순 원자력연구원장은 언론기고를 통해 "연구원들이 이상이 없고 안전하다는 데도 외부에서 위험하다고 과대포장을 하여 난리를 피우는 것은 무슨 저의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뿐이다"라고 밝혔다. 당시 원구소 측은 안전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시민들에게 "경미한 사건을 확대한다" "전문가 말을 믿어야 한다" "안전규제 수준이 세계 최고다" "연구 환경을 위축시키고 있다"라고 맹공격했다.

아찔한 사고가 끊이지 않았지만 연구원 측의 의견은 그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연구원 측은 원자로 재가동은 물론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실험과 소듐냉각고속로 실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연구원 관계자들도 '원자로 가동 중단으로 연간 1000억 원대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반면 대전시민들은 하나둘 탈핵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당신이 대전시민이라면 툭하면 방사능 물질을 인근 주택가로 뿜어내는 '고장난 원자로'의 재가동을 용인할 수 있겠는가.


태그:#대전원자로, #방사능 유출, #가동중단,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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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2017 오마이뉴스 전국 일주 '지역이 희망이다'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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