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 북한 여자배구팀... 왼쪽부터 리순정(14번), 정진심(3번), 리라향(15번) 선수

'돌풍' 북한 여자배구팀... 왼쪽부터 리순정(14번), 정진심(3번), 리라향(15번) 선수 ⓒ 아시아배구연맹


베트남이 아니라 북한이었다. 북한 여자배구가 세계선수권 본선 티켓 경쟁의 복병이자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이번 세계선수권 아시아 예선전이 개막되기 전만 해도 2018 세계선수권 대회 본선 티켓은 한국과 태국이 무난히 획득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중요한 대회에서 종종 이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베트남이 복병으로 거론됐다.

홍성진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도 지난 18일 태국으로 떠나기 전 인천국제공항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전력을 낮게 평가했다. 그는 "북한은 이란 정도의 실력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 정반대였다. 이란은 북한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북한은 지난 8월 아시아선수권에서 김연경이 빠진 한국에게 위협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던 베트남마저 제압했다.

예상 뒤엎은 '북한 돌풍'... 경기 거듭할수록 '위력'

북한은 현재 현재 2승 1패를 기록 중이다. 20일 한국-북한전에서 세트 스코어 0-3으로 패했지만, 내용 면에서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어진 이란(21일), 베트남(22일)전에서는 연거푸 3-0으로 완파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북한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빠르기와 조직력이 좋아지고, 공격도 다채로워지면서 경기력이 일취월장하고 있다.

특히, 이번 대회 강력한 득점왕 후보인 정진심(26세·182cm)은 많은 배구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전천후 공격수'로서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레프트와 라이트는 물론 전위와 후위를 가리지 않았다. 모든 위치에서 빠르고 다부진 공격력을 선보였다. 레프트임에도 센터보다 이동공격을 많이 하고 있다. 리시브 등 수비에도 적극 가담한다.

정진심은 한국-북한전에서 양팀 통틀어 최다인 16득점을 올렸다. 이란전에서는 혼자 32득점을 쏟아부었다. 32득점은 현재까지 이번 대회 한 경기 최다 득점이다. 베트남전에서도 양팀 통틀어 최다인 22득점을 기록했다.

북한, 이변 일으키면... 한국, 베트남 이겨도 '탈락 위험'


대회 종료를 하루 앞둔 현재, 한국과 태국이 본선 티켓 획득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평가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복병의 주인공은 북한으로 돌변했다. 그리고 '막판 변수'가 되었다.

북한은 23일 태국과 마지막 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보면, 태국의 승리가 예상된다. 그러나 북한의 최근 상승세를 감안하면 이변의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보기도 어렵다.

문제는 북한이 대이변을 일으킬 경우, 한국의 본선 티켓 확보마저 위태로운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각 팀의 순위와 대진표를 살펴보면, 23일 펼쳐지는 2경기가 세계선수권 본선 티켓의 주인공을 가리는 최대 분수령이다. 한국-베트남, 북한-태국 경기가 연달아 열리기 때문이다.

한국과 북한이 똑같은 세트 스코어로 3-0이나 3-1로 승리할 경우 24일 이번 대회 최종 경기인 한국-태국전의 결과까지 지켜봐야 하는 대혼돈에 빠지게 된다.

23일 한국·태국 모두 승리시, '본선 티켓' 확정

한국은 베트남전에서 최대한 세트를 내주지 않고 승리해야 유리하다. 만약, 한국이 베트남에게 3-1로 승리하고, 북한이 태국에게 3-0으로 승리할 경우 한국이 불리해질 수도 있다.

이 경우 24일 한국-태국전에서 한국이 0-3으로 패하면, 태국·북한·한국 3팀이 승수와 승점은 같지만 세트득실률에서 한국이 가장 뒤지게 된다. 그에 따라 태국과 북한이 본선 티켓을 획득하고, 한국은 탈락하게 된다.

이번 대회의 순위는 승수-승점-세트득실률-득점득실률 순으로 결정한다. 승점은 세트 스코어 3-1 이내로 승리할 경우 3점을 획득한다. 3-2로 승리할 경우에는 2점을 획득하고, 패한 팀에게도 1점이 주어진다.

그러나 23일 한국이 베트남에 승리하고, 태국이 북한을 꺾을 경우 한국과 태국의 세계선수권 본선 티켓이 최종 확정된다. 현재로선 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럴 경우 24일 한국-태국전은 이번 대회 최강자를 가리는 자존심 대결의 의미를 갖게 된다.

한국-베트남전(오후 5시 30분)은 23일 국내 스포츠 전문 채널인 SPOTV2에서, 24일 한국-태국전(오후 8시 15분)은 SPOTV에서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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