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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정치적 고향' 시카고에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는 가운데, 부지 인근지역 주민들이 요구한 '지역혜택협약'(CBA) 서명을 거부해 논란이 일었다.

지역혜택협약은 개발과정에서 사업자에게 집중되는 수익의 공정한 사회적 분배를 위한 것이다.

15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전날 시카고 맥코믹플레이스에서 열린 주민 공청회에 화상으로 참여해 시카고 남부 미시간호변의 잭슨파크에 들어설 '오바마 센터' 건설 사업과 관련한 오바마 재단 측 입장을 설명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공사를 맡은 개발사 측은 '잭슨파크 인근 저소득층 흑인 밀집지역 주민들을 고용, 장기적인 취업 기회를 주고 주민들이 개발에서 소외돼 다른 지역으로 쫓겨나는 일(젠트리피케이션)이 없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으나, 오바마 측은 이를 보장하는 법적 계약서에 서명하길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바마는 행사장에 걸린 대형 스크린 2개를 통해 "지역사회 리더들은 내가 지역혜택협약에 서명하길 바라지만 그렇게 되면 오바마 재단이 특정 집단의 편을 드는 셈이 된다"면서 "지역혜택협약의 개념은 초고층 빌딩 건설이나 영리 목적의 사업을 추진할 때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으나 오바마 재단은 돈을 만들지 않는 비영리단체"라고 말했다. 그는 "중소 자영업자들에게 혜택을 주고 주민들이 건립사업의 수혜자가 되도록 분명한 기준을 세운 뒤 공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주민 지닛 테일러(42)는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어려운 기회를 만난 시카고 남부 빈민지역 주민들을 진심으로 돕기 원한다면, 왜 서면 약속을 거부하는가"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오바마는 "모두의 이익을 포괄적으로 수용하고 있는지 우려가 있다"며 "나는 이 곳 사람들에 대해 잘 안다. 여러분이 나가서 '오바마 재단과 고용 계약을 고려 중'이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들어본 적도 없는 이들을 포함해 수많은 집단으로부터 계약을 종용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 후 테일러는 "'예스'라는 대답을 기대했었다"며 눈물을 쏟았다. 그는 "오랫동안 경제적 낙후지역에서 살아온 이들에게 오바마가 긍정적으로 답하는 것을 듣는다면 오바마 센터가 소수 엘리트들만이 아닌 모두를 위한 시설이라고 믿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흐느꼈다.

그러면서 "행사 주최측은 오바마를 백악관으로 보낸 바로 그 수많은 이들에게 모욕감을 주면서 대통령을 찬미하는 이야기만 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트리뷴은 "오바마가 지역혜택협약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공표한 후 행사장 분위기가 다소 격해졌다"며 "일부 지역사회 운동가들은 마이크 앞으로 가서 질문을 시도하다 착석을 요구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재단은 대통령 센터 건립 사업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비밀리에 진행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트리뷴은 이날 행사에 시카고 남부 주민들은 물론 북부지역 주민들까지 수백 명이 모여 정보에 대한 갈증과 의사 전달 의지를 보였다며 오바마 재단이 구역별로 주민 공청회를 열어왔으나 의사 결정권자들이 대규모 주민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오바마 재단은 시카고 본부와 워싱턴DC에 이어 최근 뉴욕에 사무소를 신설하고 기업 상대 모금 활동을 본격화했다. 오바마 센터 건립 기금 목표액은 전임 조지 W.부시 대통령 기념관 모금액의 3배가 넘는 15억 달러(약 1조7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센터는 예정보다 늦춰진 내년 초 착공돼 2021년 문을 열 예정이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태그:#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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