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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 서점 '동반북스'
 반려동물 서점 '동반북스'
ⓒ 심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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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천만 시대. 대통령도 유기견을 입양해서 키우는 대한민국인데 반려동물 서점 하나쯤은 있어도 될 때가 됐다. 여기 의정부시에서도 가장 옛 동네에 속하는 가능동에 10평 남짓한 반려인과 반려동물을 위한 반려동물 전문서점 '동반북스'가 있다.

서점을 채우고 있는 도서는 강아지와 고양이에 관한 소설, 에세이, 인문, 그림, 사진, 일러스트, 잡지 등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책과 독립출판물을 포함해 약 130여 종의 도서로 채워져 있다.

바로 내가 운영하는 책방이기도 하다. 서점의 특성상 대부분 반려동물을 키우는 손님이 다녀간다. 그중에서도 특히 고양이를 키우는 분들의 비율이 월등히 높다. 어릴 적 슈퍼에서 과자를 고르는 재미보다 책 대여점에서 책을 고르는 재미를 더 탐닉했다. 책을 끝까지 안 읽는 일이 태반인데도 왜 그렇게 대여점을 들락날락했는지 잘 모르겠다.

죽을 때까지 다 읽지 못할 것 같은 수많은 책들이 채워진 그 공간이 좋았을까 아니면 미처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가 책 한 권 한 권 사이에 숨어 있다는 그 신비감이 좋았으려나. 그도 아니면 그저 책방에 가는 행위를 좋아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책을 구매할 때는 서점에 직접 방문한다. 보고 만지고 고르는 즐거움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탓이다. 약속 시간이 남았을 때 커피숍보다 서점을 먼저 찾는 걸 보면 먹는 행위보다 읽는 행위를 우선시하는 건 변함이 없는 듯하다. 요즘 동네 책방도 많이 생겨나고 책방을 찾는 사람도 많다고 하던데 '나'처럼 책방을 탐닉했던 사람들이 꽤 많았구나 싶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다가 우연히 보고 들어오는 손님, 퇴근 후 집에 가는 길에 불 켜진 간판을 보고 들어오는 손님, 하루 종일 강아지똥만 치우다 하루를 보내는 견주들, 당최 속을 알 수 없는 고양이의 시중을 드는 집사들, 14살 된 노령견을 신부전으로 보낸 아주머니, 하교 후 마땅히 갈 곳 없는 초등학생들 등등이 책방에 다녀간다.

 반려동물 서점 '동반북스'
 반려동물 서점 '동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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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러 온 본분을 잊고 강아지 고양이 얘기를 하며 함께 즐거워하고 함께 슬퍼하고 함께 수다 떨다가 책을 집어간다. 함께하는 반려동물이 없다고 서점에 올 필요가 없다고 섣불리 생각하지 말길 바란다.

반려동물을 맞이하기 전에 책을 통해 사전 정보를 알아보는 것처럼 천천히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단순히 '귀여워서', '내가 외로워서'라는 이유로 반려동물을 맞이하는 것보다 나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서점을 찾는 모두는 자신의 반려동물뿐 아니라 고통 받고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동물들도 사랑할 줄 안다. 도서 판매가의 10%는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에서 보호 중인 '샤이'라는 강아지가 최종 입양될 때까지 정기후원하는 데 동참하고 있다.

반려동물 서점 '동반북스' 유엄빠 모금함
▲ 반려동물 서점 '동반북스' 유엄빠 모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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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캡슐 커피를 마셨지만, 유기견 봉사와 입양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 청년봉사단체 '유기동물의엄마아빠(유엄빠)'를 위한 모금함에 고민 없이 지폐를 넣는다. 오늘 까먹고 넣지 못했다면 다음에 와서 가장 먼저 모금함에 돈을 넣어 주신다. 우리 서점에서 파는 책들을 대형 인터넷서점에서 구매하면 할인 혜택과 적립금, 사은품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음에도 할인보다 기부를 선택하신 분들이다.

동네 서점들이 밀접한 지역도 아니고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곳이라 걱정해 주시고, '불황 중에 불황'이 출판시장이라는데 더욱이 반려동물 책을 판다니 걱정해 주시고, 반려동물 관련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마땅한 이유를 찾지 못하는 대중의 인식 때문에 '나'를 걱정해 주시는 분들이다. 감사하고 감사하다. 오늘도 책과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그분들을 기다리며 서점문을 연다.

"이곳이 오래 갔으면 좋겠어요."

서점을 찾은 어떤 손님 말처럼 우리 오래 봐요. 우리 오래 가요. 어쨌든 가게 계약은 2년이니 2년은 버티는 게 목표다. '나'는 그 기간 동안 서점을 오가는 책이야기, 사람이야기, 반려동물이야기를 할 수 있는 '동반북스' 책방 지기가 되고 싶다.

 반려동물 서점 '동반북스'
 반려동물 서점 '동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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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을 써본 적은 없지만 글을 씁니다. 출판업계에 일해본 적은 없지만 동네 서점을 운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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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과 반려동물을 위한 서점 '동반북스' 지기

오마이뉴스 에디터. '에디터만 아는 TMI'를 연재합니다. 그림책을 좋아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 2019년 성교육 전문가와 함께 하는 대화집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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