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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합수술 입원 중에도 그놈의 미소는 버리질 못합니다.
 봉합수술 입원 중에도 그놈의 미소는 버리질 못합니다.
ⓒ 김미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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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딸내미. ... 뭐라고? 왜!? 그래서?"
"이걸 어째? 결국 서하가... 일을 냈구나."
".....?"
"빨리 병원으로 가야지. 응, 그래."
"....."
"아니... 그렇게 안 될걸. 예전에 아빠 허리 다쳤을 때 보니까. 119 구급차는 지역을 벗어날 수 없던데... 서울은..."
"....."
"응, 그래, 그래. 하여튼 빨리 서둘러. 엄마가 기도할게..."

큰일이다. 손녀에게 응급상황 발생

 두 손에 모두 깁스를 하고도 여전히 미소 천사입니다.
 두 손에 모두 깁스를 하고도 여전히 미소 천사입니다.
ⓒ 김미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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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쪽 말은 안 들리지만, 사색이 된 아내의 통화 내용은 들었습니다. 딸내미와의 통화란 걸 알아챘습니다. 무슨 사연인지도 이미 거의 다 알아버렸습니다. 둘째 손주인 서하 녀석이 무슨 사고를 쳐 큰 병원으로 가야 할 응급한 상황이란 거 아닙니까.

나도 엉겁결에 아내를 주시하다 아내 곁으로 갔습니다. 아내도 통화를 끝내고 내게로 달려오네요. 달려오는 아내에게 다그쳤습니다. 조사는 다 잘라먹고 이렇게 외쳤습니다.

"여보! 서하? ... 왜? ... 얼마나!?..."

아내 호칭만 빼고는 다 엉터리 문장입니다. 다급한데도 아내 호칭은 빼먹지 않는군요. 그게 저도 신기합니다. 말뜻은 '서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느냐, 어딜 얼마나 다쳤는데 그러냐?'는 뜻입니다. 이 문법 파괴의 현장엔 긴장과 절망감이 동시에 엄습합니다.

 이제 다 나았어요. 서하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다 나았어요. 서하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 김미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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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내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말합니다.

"여보, 큰일 났어요. 서하가 글쎄... 수영장 하수구에 손을 넣었다 다쳤데요. 손가락뼈가 보인데요. 119 부른데요. 강릉서 가까운 데 갔는데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한데요. 꿰매야 한데요. 으이구, 결국 일을 냈구먼"

0.1초 안에, 숨도 안 쉬고 아내가 뱉어놓은 믿기지 않는 사실입니다. 이 엄청난 정보를 이리 순식간에 늘어놓는 재주가 있네요. 아내에게는. 우리 집이 아내에게 숨어있던 새로운 재능이 발견되는 현장이 된 겁니다.

한동안 우리 부부는 서로 눈을 부라리고 마주 보고 할 말을 잃었습니다. 서하가 어떤 애입니까. 여덟 달 반 만에 낳은 아이입니다. 딸내미가 임신중독으로 힘들게 낳은 아이입니다. 성격이 급한 녀석이 임신 개월 수도 채우지 못하고 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나올 때 인큐베이터를 운운하던 슬픈 스토리의 주인공입니다. 다행히 인큐베이터에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말입니다.(참고 글 : 수상한 전화 통화, 만삭 딸에게 큰일이 났다) 그 급한 성격이 그만 일을 내고 만 것입니다. 저지르는 사건마다 손 쓸 수 없이 잽싸거든요.

여자애는 조신하다? 그건 일반화의 오류

 손가락의 상처 부위가 보이지만 이제 완쾌되었습니다.
 손가락의 상처 부위가 보이지만 이제 완쾌되었습니다.
ⓒ 김미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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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오빠 서준이가 '걸어 다니는 빨강 신호등'이라서 녀석이 오면 쫓아다니기 힘듭니다. 남자아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서하는 여자아이니 조신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남녀차별을 하자는 게 아니고 왜 그렇잖아요.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보다는 좀 얌전하죠.

그러나 그것은 온 가족의 집합적 착시현상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특별한 아이라는 걸 미처 모른 일반화의 오류였던 거랍니다. 손녀 서하는 '걸어 다니는 빨강 신호등'이라는 일반적인 어린이들과는 괴리가 있습니다. 서준이는 어떤 물건을 만지려면 다가가 살짝 손을 대보고 가족들의 눈치를 살피다가 괜찮다고 여겨지면 만지거든요.

서하는 전혀 다릅니다. 전혀 틈을 주지 않아요. 누구 눈치를 살핀다는 게 그의 사전에는 없습니다. 그냥 만지고, 집어던지고, 주무르고, 콱 눌러버립니다. 저러다 일내지? 늘 불안합니다. 드디어, 기어코, 마침내 큰 건 하나 터뜨렸네요.

그러니까 한 달 전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딸내미는 우리 집에 다녀간 후 곧이어 강릉으로 놀러갔다고 알려 왔습니다. 아이 둘을 데리고 말입니다. 시어머니와 시누이 가족을 대동하고, 아니 그들이 제 딸내미네 식구를 이끌고 갔다고 하는 편이 맞는 것 같습니다.

 오빠 서준이는 사촌 형과 이리 수영장에서 놀고 있습니다. 서하가 그 야단을 칠 때도 말입니다.
 오빠 서준이는 사촌 형과 이리 수영장에서 놀고 있습니다. 서하가 그 야단을 칠 때도 말입니다.
ⓒ 김미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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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빠가 수영할 때 서하는 할머니와 함께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 그 품을 떠나 온 집안을 뒤집은 건지, 원.
 오빠가 수영할 때 서하는 할머니와 함께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 그 품을 떠나 온 집안을 뒤집은 건지, 원.
ⓒ 김미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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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은 무슨 집이 이리 시누이와 올케 집안이 죽이 잘 맞는데요? 첨 봤습니다. 시어머니와 손위 시누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입니까. 그런데 딸내미는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 식구들이 얼마나 좋으면 그러겠습니까. 사흘이 멀다 하고 세 집이 어울려요.

시집 대표 시어머니는 물론 시누이 가족, 딸내미 가족 이리 어울려 강릉과 속초 쪽으로 여름휴가를 간 모양입니다. '카카오스토리'에 아이들 담은 사진을 틈틈이 보거든요. 애들 자라는 모습이 궁금해서 못 견디거든요. 그들 일행이 강릉에 있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그만 서하가 일을 저지른 거죠.

서하는 아직 어리기에 누가 곁에서 보살펴 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식구들이 물놀이 삼매경에 빠진 것 같습니다. 시어머니도, 엄마도, 시누이도 찰나를 놓친 겁니다. 식구들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뛰어다니는 경고등'에 불이 확 들어와 버린 거죠. 허.

아이는 까무러쳐 울고, 손에서는 피가 줄줄 흐르고, 손가락 마디뼈가 보이고.... 딸내미와 식구들이 놀랐을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오금이 저려 옵니다. 그렇게 '뛰어다니는 경고등'을 싣고 서울의 큰 병원으로 달린 겁니다. 우리 부부는 그사이 하나님을 찾았고요. 멀어 달려갈 수도 없고.

'뛰어다니는 경고등' 손녀의 수술과 입원 그리고 완치

오른손 중지, 약지 각 2~3방씩 봉합 수술 후 3박 4일간 입원
한 손엔 수술 땜에 깁스
또 한 손엔 링거 땜에 깁스
양손을 휘두르며 온 병원을 누비고 다니던 말괄량이 아가씨
지금은 넘 미안해서 아릿하다. ㅠㅠ

딸내미가 SNS에 남긴 병원 스케치입니다. 그리고 두 주 만에 실밥도 뽑고 그리고 또 두 주 후엔 통원치료를 안 해도 된다는 의사 선생님의 통고를 받고 완치를 선언했습니다. 아내가 그럽니다. 전화 통화를 하며 여린 딸내미가 자꾸 운다고요.

'지못미' 울음인 거지요. "자기 탓이라 여겨 눈물 나고, 너무 고생시켜 미안해 눈물 난데요." 그런데 딸내미 말을 전하는 아내는 왜 우는 겁니까. 엄마의 딸, 그 딸의 아이 그리고 다시 역으로 그 아이의 엄마, 그 엄마의 엄마, 이들의 사랑의 고차원 방정식은 풀려야 풀 수가 없습니다.

눈물만이 그들의 사정을 알겠지요. 그래서 '사랑은 눈물의 씨앗'인가요? 나훈아는 벌써 알았던 건가요? 시나브로 아이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우리 품으로 그 못생긴 얼굴을 들이밉니다. 한바탕 소동을 치른 후에도 아이의 해맑은 웃음은 여전하군요. 감사한 일이죠.

 통원치료 중에도 여전히 의좋은 남매의 모습이 예쁨니다.
 통원치료 중에도 여전히 의좋은 남매의 모습이 예쁨니다.
ⓒ 김미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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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손자 바보 꽃할배 일기]는 손자를 보고 느끼는 소소한 이야기를 담은 할아버지의 글입니다. 계속 이어집니다. 관심 많이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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