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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자유시장 전경입니다. 현대식 건물로 잘 지어졌어요. 이곳에서 남진의 야시장이 열린답니다.
▲ 목포자유시장 목포 자유시장 전경입니다. 현대식 건물로 잘 지어졌어요. 이곳에서 남진의 야시장이 열린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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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4년 목포역이 개통된 뒤 인근 주민들이 목포 앞바다에서 잡은 생선들을 팔기 위해 모여들면서 세워진 구 자유시장. 딱히 시장이랄 것도 없던 그 시절, 새벽이면 상인들이 하나 둘 모여들면서 좌판을 벌이다가 해가 중천에 떠오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 파장했다고 하죠. '도깨비시장'으로 불렸던 이유도 그 때부터였다고 합니다.

자유시장 내에 자리잡고 있는 '생선마트' 이곳에서 고등어 두 마리 사고자 들어갔는데, 각종 생선들의 역사와 함께 그 요리법도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이런 주인장이 어디에 또 있을까요?
▲ 생선마트 자유시장 내에 자리잡고 있는 '생선마트' 이곳에서 고등어 두 마리 사고자 들어갔는데, 각종 생선들의 역사와 함께 그 요리법도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이런 주인장이 어디에 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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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그곳 '도깨비시장'은 동명동으로 옮기면서 '자유시장'이란 이름을 얻게 되죠. 1999년 9월에는 지금의 산정동 자리로 옮기면서 구 자유시장은 지금도 노점상 형태로 그리고 신 자유시장은 현대식 건물 안에서 운영을 하게 되었다고 하죠. 구 자유시장 시절 장사하던 노점상들이 다들 알뜰하게 돈을 모아 신 자유시장으로 이사하면서 그 명맥을 이은 것이라고 합니다.

집에서 그곳 자유시장까지는 걸어서 5분 정도 걸리는 거리입니다. 시장을 보는 것은 아내지만 가끔은 그곳에 떡과 생필품을 사러 가기도 하죠. 오늘은 오랜만에 그곳에서 가장 역사가 있다는 '생선마트'에 들렀습니다. 고등어 두 마리를 사고자 함이었죠.

아니나 다를까? 그곳 생선마트에는 온갖 생선들이 즐비했습니다. 날치, 고등어, 숭어, 장대, 조기, 갈치, 넙치, 아귀, 홍합, 전복, 홍어 등 온갖 생선들을 판매하고 있었죠. 물론 그것들 이름조차 주인장이 알려줘서 알게 된 것들이고, 그것들의 역사도 차근차근 설명해 주셔서, 곧장 종이에 적어내려갔죠.

날치는 떼를 지어 바다 위를 쌩쌩 나는데 한 번에 15,000개의 알을 낳고, 고단백질 생선이라 하여 한방에서 '아이를 낳게 하는 신비의 생선'으로 불렀다고 하죠. 고등어는 등이 푸르고 배는 은빛인데, 자반으로 구우면 그 등살 맛은 하얀 뱃살보다 더 찰지다고 해요. 숭어는 겨울철부터 초봄까지 영양을 보충하는 '최고의 맛'이라 하여 '수어'(秀魚)로 불렸다고 합니다.

고등어와 갈치가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고등어는 구이로도 찜으로도 맛나다고 하죠. 갈치는 무와 함께 조림이 최고죠
▲ 고등어와 갈치 고등어와 갈치가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고등어는 구이로도 찜으로도 맛나다고 하죠. 갈치는 무와 함께 조림이 최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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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는 아가리 옆에 푸른 수염이 두 개나 돋아 있는데, 개구리처럼 큰 소리로 운다고 해요. 말린 장대는 팬에 기름을 두르고 고추장과 다진 마늘 소스를 발라 준 뒤, 뚜껑을 덮어 약한 불로 조린 다음에 파를 썰어 밥상에 올리면, 그야말로 밥도둑이겠죠?

조기는 입술이 붉고 아가리 안쪽은 희고 배 아래쪽은 황금빛이 도는데, 목포에선 음력 6∼7월이 제철이라고 해요. 갈치는 칼처럼 번쩍거리고 만지면 은빛가루가 묻어나는데, 목포에선 먹갈치가 유명하다고 하죠. 구이로도 맛깔스럽지만 무나 감자를 넣은 '갈치조림'이 일품이죠. 그 맛은 아는 사람은 잘 알죠?

고등어 옆에 있는 게 넙치인데, 가자미류죠. 중국 고서에 '비목'으로 불렸다고 하죠. 류시화 시인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 바로 넙치를 두고 한 말일까요? 그런데 어쩌죠. 넙치도 두 눈이 있으니 말입니다.
▲ 넙치 고등어 옆에 있는 게 넙치인데, 가자미류죠. 중국 고서에 '비목'으로 불렸다고 하죠. 류시화 시인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 바로 넙치를 두고 한 말일까요? 그런데 어쩌죠. 넙치도 두 눈이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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넙치는 중국 문헌에 '비목'(比目) 곧 '외눈박이 물고기'로 알려져 있지만 가자미류의 멀쩡한 두눈박이라고 해요. 몸의 좌우에 눈이 달린 정상형으로 태어났다가 자라면서 바닥에 붙어 생활하는 습성 때문에 한쪽으로 눈이 쏠린다고 하죠. 구이로 먹거나 튀겨서 뼈까지 먹으면 단백하다고 해요.

아귀는 그 생김새가 귀신같아 비위가 상해 토할 것 같지만 미더덕과 콩나물과 갖은 양념으로 버무린 매운맛은 가히 장관이죠. 생김새는 지옥의 사자 같지만 그 맛은 무어라 형언하기 힘든 천국의 맛이죠. 그 역시 그 맛을 아는 사람만 알죠?

얼굴은 부끄러워하셔서, 생선을 직접 자르고 배를 갈라 깔끔하게 다듬으시는 그 손만 찍었습니다. 저 손이 곧 생선마트의 역사요, 자유시장의 역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 생선마트 주인장 얼굴은 부끄러워하셔서, 생선을 직접 자르고 배를 갈라 깔끔하게 다듬으시는 그 손만 찍었습니다. 저 손이 곧 생선마트의 역사요, 자유시장의 역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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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합은 '폴리페놀릭'이라는 접착성 단백질을 분비해 몸을 바위에 고정시키며 밀물 속에서는 미생물들을 잡아먹고자 입을 벌리고, 썰물이 지나면 수분증발을 막고자 입을 다문다고 해요. 생선마트 주인장은 홍합을 처음부터 찬물에 넣고 끓여 갖은 양념을 넣으면 구수한 맛이 더더욱 잘 우러난다고 하죠.

전복은 그 껍데기가 울퉁불퉁 나선형인데, 진주를 품은 것일수록 등껍질이 더 거칠다고 해요. 굵은 소금을 솔에 묻혀서 녀석의 뱃살에 낀 이물질을 씻어낸 뒤, 내장을 떼어 낸 다음, 구이로 먹거나 죽을 쒀 먹으면 그 영양가가 최고겠죠?

홍어는 전라도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것인데, 흑산도 홍어를 최고로 치죠. 홍어가 썩어 발효 음식이 되듯, 어찌보면 정약전의 <자산어보>도 16년간의 유배생활을 통해 나온 아픔의 산물이지 않을까 싶죠. 실은 모든 인생사가 발효음식과 똑같지 않을까요? 그 홍어는 뱀에 물린 부위에 그 껍질을 붙이면 잘 낫고, 홍어 씻은 물을 뿌리면 뱀도 얼씬치 못한다고 해요. 홍어는 애국도 칼칼해 맛있지만 초장에 찍어 먹는 회가 최고 별미죠. 그 맛도 아는 사람만 알죠?

고등어 두 마리 사러 들어갔다가, 자유시장의 역사와 함께 온갖 생선들의 그 태생과 역사도 함께 알려 준 '생선마트' 주인장. 그야말로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모든 것들을 준비해 놓고 있는 생선마트에 가면 주인장의 친절한 설명도, 그리고 그 요리법도 들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이겠죠? 더욱이 날 것과 말린 것, 그 모든 것들이 택배로도 주문이 가능하다고 하니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너무나도 살갑고 정겨운 주인장 덕분에 그 생선들을 많이 알게 되어, 감사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생선마트 연락처 061)244-2127



태그:#목포 자유시장, #생선마트, #자산어보, #흑산도 홍어, #비목 외눈박이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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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기억력보다 흐릿한 잉크가 오래 남는 법이죠. 일상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남기려고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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