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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민협의 91년 늦여름

초등학교 6학년 시절 형과 찍은 사진 오른쪽 작은 학생이 전민협 주무관
▲ 초등학교 6학년 시절 형과 찍은 사진 오른쪽 작은 학생이 전민협 주무관
ⓒ 최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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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 망둥이 많이 잡았는데...'

지난 일들이 머릿속에 필름 돌아가듯이 지나갔다. 수면 위로 간신히 떠 오른 순간 눈에 들어온 것은 어떤 아저씨가 체육복을 벗고 속옷차림으로 나에게 달려오는 모습이었다.

그 뒤로는 기억이 없었다. '아 이렇게 죽는 거구나' 어린 나이였지만 그렇게 죽음을 보았다. 다행히 그것이 진짜 마지막은 아니었다. 잠깐 정신을 차리면 친구와 망둥이 낚시를 하던 보트 위, 봉고차 안, 병원, 다시 응급차 안, 그리고 다시 병원. 잠깐씩만 기억이 났다. 마치 순간 이동을 한 것처럼.

어머니의 말씀에 따르면 당진읍내의 병원까지 숨이 붙은 채로 실려 왔지만 병원에서는 가망이 없다고 수속을 거절했다고 한다. 당진에서 천안의 순천향병원까지 이송해 겨우 목숨을 건졌다.

익수 사고로 병원을 찾았는데 검사결과 뱃속에서 귤만한 종양까지 발견되었다. 서울에 있는 성모병원까지 다시 이동해 종양을 제거했다. 죽을 뻔한 고비를 두 번이나 넘겨 버렸다. 91년 늦여름 어린 14살에 겪은 일이다.

이제 당진시청의 어엿한 공무원이 되었지만 가끔 그 때 생각이 난다. 마음 한켠에 남아 있는 묵직함. 나를 구해준 아저씨는 어디 있을까? 아는 것은 아저씨가 당시 공무원이었다는 사실. 그를 찾기 위해 어머니가 한동안 나섰지만 석문면과 당진군청을 다 뒤져도 그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당시에도 찾지 못한 사람을 이제는 찾기 힘들 것이다. 잠시 공무원을 했던 사람이거나 다른 곳으로 전근을 갔겠거니 생각하고 있다.

#2 손학승의 91년 늦여름
젊은 시절의 손학승 팀장 사고 다음해인 92년 제주도에서의 모습
▲ 젊은 시절의 손학승 팀장 사고 다음해인 92년 제주도에서의 모습
ⓒ 최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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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에 임용되고 당진읍사무소에 첫 발령을 받았다. 91년도이니 32살 때였다. 나름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손에 익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주말을 맞아 친형님이랑 석문면 교로리의 선착장까지 낚시를 갔다. 지금은 당진화력의 회처리장으로 변해버렸지만 당시에는 너무나 깨끗하고 조용한 곳이었다.

네모나고 넓은 신형 보트(지금 생각하면 뗏목과 비슷한 형태였다)에 중학생으로 보이는 학생 둘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큰 신경을 쓰지 않고 형님과 한참을 낚시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한참 흐르고 어느새 선착장에도 물이 차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보니 보트에 있던 한 녀석이 물밑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내미는가 싶더니 다시 사라지고.

'놔두면 저 녀석 죽는다' 그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자 형님이 말릴 새도 없이 어느새 속옷 바람으로 아이를 구하러 바다로 달려 들어갔다. 학생이 보이지 않았다. 수면 위를 왔다갔다 하며 살펴보니 희미하게 기절한 녀석의 머리카락이 보였다. 그대로 잡아 채 선착장보다 가까운 녀석들의 보트로 학생을 건져올렸다.

학생은 기절한 상태로 눈이 돌아가 있었다. 우선 급한 마음에 심폐소생술을 하니 돌아간 눈이 찬찬히 돌아왔다. 사람들이 도와줘서 학생을 봉고차로 실어 병원에 보냈다. 사람들이 고생했다고 말해줬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그런 말들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사람들이 누구냐고 물을 때 형님이 공무원이라고 대답하는 소리가 들린다. 맥이 풀려서 그랬을까 바위에 다 쓸려 버린 살갗이 새삼 쓰렸다.

사람을 구한 무용담이지만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다. '잘 살고 있겠지'하는 생각은 하지만 사람들이 묻기 전에는 새삼스레 꺼낼 이야기도 아니다. 너무 오래되었다. 젊은 시절 어떤 용기가 나서 그랬는지 지금도 신기하다.

#3 2017년 8월, 늦여름

당진시청에서 만난  두사람 왼쪽이 손학승 팀장 오른쪽이 전민협 주무관
▲ 당진시청에서 만난 두사람 왼쪽이 손학승 팀장 오른쪽이 전민협 주무관
ⓒ 최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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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당진시청에 화제의 인물 둘이 있다. 회계과 경리팀 손학승 팀장과 세무과 세정팀의 전민협 주무관이다. 이들의 인연은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친구와 낚시를 하다 익수사고를 당한 전민협 주무관을 당시 32살의 청년공무원 손학승 팀장이 구한 옛 인연이 알려진 때문이다.

이들은 세무과와 회계과라는 지근거리에 있으면서 항상 얼굴을 보며 생활을 같이한 동료였다. 하지만 옛 인연을 확인한 것은 지난 21일이다. 우연찮게 손학승 팀장의 이야기를 옆에 있던 전민협 주무관이 듣게 된 것이다.

그렇게 이들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했고, 다시 만난 기쁨을 누렸다. 손학승 팀장은 "'세상은 넓고도 좁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26년이 지나서도 만난 것도 신기하지만 그 학생이 이제 같이 근무하는 동료라는 것이 더욱 신기하다. 참 좋은 인연이다"라고 말했다.

전민협 주무관 역시 "같이 술마시고 이야기 나누는 선배님이 내 생명을 구해 주신 분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당시 병원에 실려 간 덕에 병까지 고쳤다. 보통 인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 작은 아버지로 모시기로 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 평범한 사람에게 쉽게 찾아오는 경험은 아니다. 더욱이 함께 근무하며 친하게 지냈던 동료가 그런 인연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은 특별하다. 살 사람은 살듯이 만날 사람은 언제고 만난다. 다시 만난 이들이 인연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덧붙이는 글 | 당진신문에도 송고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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