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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트라케어와 순수한면 릴리안
 나트라케어와 순수한면 릴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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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동네에 과외하러 다닐 때였다. 학생에게 생리대를 빌려달라고 했는데 '나트라케어' 생리대를 주는 걸 보고 '야, 이건 좀 다른 세상이다'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우리 자매는 본가에 살지 않고, 경제적으로 독립생활을 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쿠팡 같은 소셜딜로 제일 많이 할인하는 생필품만을 쟁여두고 쓴다. 생리대도 마찬가지였다. 그게 지금 유해물질 논란이 되는 제품들이다.

가난이나, 차별이나, 그런 단어들을 말했을 때 머릿속에 구체적인 형태가 잡히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가난과 차별이란 구체적으로 이런 형태의 것이다. 그러니까 가난이 곧 차별의 근거가 되어버리는 사례들로 툭툭 터져 나온다.

나의 생리대 구매 방법

소셜딜 사이트 메인화면을 켜고 생필품의 품목명을 검색창에 집어넣으면 여러 품목이 뜬다. 하단에 '추천'딜이 뜨는 것을 그냥 구매해도 마트 가격보다 싼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생활비를 10원 단위까지 쪼개서 쓰는 도시 빈민 여성이라면 아마 나와 같이 생리대 한 팩 가격을 생리대 개수로 나눠서 개당 가격을 계산해 봤을 것이다. 요즘은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소셜딜 사이트 측에서 개당 가격을 계산해서 올려놓기도 한다. 현재 유해물질 논란이 되고 있고, 우리 집에서 그간 가장 많이 썼던 '릴리안 순수한면'은 중형 날개형 기준으로 개당 150원 꼴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현재도 판매량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생리대 사이즈를 체형에 따라 나눠 쓰는 줄 아는 남성들이 많은 모양이다. 몸집이 뚱뚱하면 대형을 쓰고 몸집이 작고 날씬하면 소형을 쓰는 것으로 오해하곤 한다는 얘길 듣고 박장대소했다. 여성의 생리양은 주기별로 조금씩 달라진다. 개인차가 있지만 첫날과 이튿날 콸콸 쏟아지는 피를 받아내려면 좀 더 큰 생리대가 필요하고, 삼 일째 이후 조금씩 나오는 피를 받아내려면 작은 생리대면 된다.

하지만 크기별로 생리대를 모두 마련해 놓고 쓰는 집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싼 가격으로 생리대를 사려고 노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데, 생리대는 중형으로 한 번에 잔뜩 사서 '쟁여놓고' 쓰는 편이 좋다. 중형 기준 편의점에서 소량 포장한 걸 사는 게 가장 비싸고(좋은느낌 4개 포장 1600원, 개당 400원), 상기한 바와 같이 소셜딜에서 대량 구매하는 게 제일 싸다. 그런데 현재 기준으로 '릴리안 순수한면' 소형 날개형은 개당 151원으로, 중형보다 1원 비싼 가격이다. 반면 팬티라이너를 좀 길고 두꺼운 것으로 사면 생리 끝물에 소형 대신 쓸 수도 있는데, 이건 같은 제품 기준 개당 73원이다. 가격이 왜 이러냐고? 나도 모른다.

생리대는 보통 서너 시간마다, 길어도 대여섯 시간마다 갈아 줘야 한다. 그러면 잘 때는 어떻게 하느냐? '오버나이트'라는 크고 두꺼운 생리대가 있다. 하지만 '릴리안 순수한면' 오버나이트 슈퍼롱은 개당 371원으로, 중형 생리대 두 개 가격보다 비싸다. 그러면 대안은 없는가? 중형 생리대 두 개를 이어붙여서 쓴다는 대안이 있다. 150(원)×2(개)=300원. 하룻밤 사이에 사용해야 하는 오버나이트 한 개보다 더 싼 가격에 처리 가능이다. 마치 레벨을 올리려고 게임 퀘스트를 깨는 것과 같다. 아슬아슬하게 미션 성공이다. 그래서 우리집의 합리적 선택은 생리대 중형과 팬티라이너 다량 구매하기였다.

반면 앞서 나의 과외 학생이 건네주었던 '나트라케어'는 중형 날개형 기준 개당 700원이다. (이제야 알게 되었지만) 생리 기간 각종 유해물질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나트라케어'와 '릴리안 순수한면'의 가격은 거의 다섯 배 차.

같은 유해물질 논란이 있긴 하지만, 이름부터 '건강을 챙긴다'는 느낌을 주는 제품들은 조금씩 비싸다. '좋은느낌 오가닉 순면커버'는 중형 날개형 기준으로 229원이다. 내가 쓰던 제품과 개당 79원 차이로, 나는 그 가격을 보면서 '오가닉'을 선택지에서 버렸다.

생리대 구매 방법에 대해 구구절절 적었지만, 이것은 나의 쇼핑 습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이다. 쇼핑은 지금껏 마트에서도, 편의점에서도 이런 식으로 이루어졌다. "마트에서 장을 보면 사 먹는 것보다 돈이 많이 들 때도 있다"고 투덜거리던 친구에게 50% 할인, 원플러스원, 초특가 할인행사 품목으로 점철된 나의 일주일치 식료품 구매 영수증을 보여 준 적이 있다.

사실 식료품을 사거나, 더 싼 생필품을 '쟁여놓고' 쓰려고 해도, 그건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서울에 사는 대학생에게 제일 싼 주거형태 중 하나인 4인실 기숙사를 전전하다가 갓 원룸을 얻고 성취감에 가득 차 있던 때였다. 이런 식의 소비를 계획하고 실행하게 된 나는 뭔가 현명한 소비자가 된 것 같고, 스스로 생활을 잘 꾸려나가는 영특한 주부가 된 것 같아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친구에게 '할인' 내역이 잔뜩 찍힌 영수증을 보여줄 때도 비슷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150원짜리 생리대, 219원짜리 계란은 건강하지 않아도 되나 

생리대 부작용 사례 발표 깨끗한나라 '릴리안' 등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규명과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24일 오전 여성환경연대 주최로 서울 중구 환경연대 레이첼 카슨홀에서 열렸다. 이날 회견에는 생리대 사용후 부작용을 겪은 제보자들도 함께 참석해 사례를 발표했다.
▲ 생리대 부작용 사례 발표 깨끗한나라 '릴리안' 등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규명과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지난 24일 오전 여성환경연대 주최로 서울 중구 환경연대 레이첼 카슨홀에서 열렸다. 이날 회견에는 생리대 사용후 부작용을 겪은 제보자들도 함께 참석해 사례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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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뭔가 이상하다는 걸 가장 크게 느낀 때는 '가습기 살균제 치약 사건' 때였다. 작년 9월 아모레퍼시픽의 치약 11종에서 가습기 살균제의 문제 성분이 검출되었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에게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만큼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공포를 자극했던 사건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그 이후가 더 공포스러웠다. 나는 도시 빈민이고, 한 푼 한 푼이 아쉬운 생활을 했으므로 당연히 가습기를 사서 써 본 일도 없다. 오히려 겨우 얻은 원룸은 단열이 잘 안 돼 곰팡이 투성이라 알러지 비염이 생겼다. 그래서 가습기 살균제의 공포에서는 자유로웠다. 하지만 치약은 쓰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한참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 성분이 치약에서도 나온다던 때, '내가 샀던 그 많은 할인 품목 치약은 안전한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보다 나를 놀라게 만들었던 것은 자신이 사는 아파트 경비원에게 '가습기 살균제 치약'을 선물한 강남 아파트 입주민의 이야기였다. 가난한 사람이 싼 물건을 구매해야 하는 것도 서러운데, 구매한 사람들이 환불하고 있는 치약이 건강에 나쁜 것을 알고도 선심 쓰듯 선물하다니. 우리 사회는 아직도 공고한 신분제 사회였다. 가난을 근거로 차별하는 것은 나쁘다는 합의가 부재한.

사정이 이렇다 보니, 걱정을 하면서도 싼 물건을 사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가령 생리대를 고르듯 두루마리 휴지를 10m 단위로 끊어 가격을 계산해 보고 장바구니에 넣으면서는 거기 묻어 있을 형광물질에 대해 고민하였고, 장당 가격이 가장 싼 물티슈를 구매하면서도 안전하고 청결한 공정과정을 거친 제품인지 의심하였다.

이번엔 '살충제 계란'이다. 우리 집이 계란과 우유를 되도록 들여 놓지 않은 것은 작년 12월부터의 일이다. 대량의 닭과 돼지가 살처분되고 나서다. 조류독감에 걸린 닭들이 손쓸 수도 없이 대량 살처분된 근본적 이유가 공장식 축산이기 때문이란 사실을, 이제는 외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계란처럼 크게 논란이 되고 있지 않지만, 소 돼지에게 과량의 항생제를 투여하는 문제가 지적되는 것도 공장식 축산 때문이다. 그걸 먹는 우리는 과연 안전할까?

하지만 계란과 우유는 정말로 서민의 식단에서 빼놓기 어려운 값싼 단백질 공급원이다. 공장식 축산은 값싼 고기와 우유와 계란을 얻어 내기 위한 효율 추구의 종착지다. 그러니 이런 문제 의식을 갖고도, 윤리적 식생활도 돈이 있어야 한다고 오랫동안 생각해 왔다. 그건 일부분 사실이었다.

그러나 드디어 터질 게 터졌다. 계란에 사용한 살충제 성분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공장식 축산이 아닌 '친환경', '유기농' 농법으로 닭에서 계란을 얻어 낸다는 농장들의 사례가 소개되고 있다. "A4용지 한 장 크기"의 닭장에 다닥다닥 붙어 지내는 닭은 살충제를 쓰지 않고는 진드기를 뗄 수가 없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고, 친환경 농법을 사용하는 농장들이 소개되었다.

나는 이런 보도가 널리 퍼지는 것을 기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였다. 왜 나는, 왜 사람들은 개당 460원짜리 축협 친환경 무항생제 특란(쿠팡 기준)을 선뜻 집어들지 못하고, 개당 219원짜리 국내산 일판란(이마트 기준)을 살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이제는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개당 150원짜리 생리대를 쓰거나, 개당 219원짜리 계란을 먹는 것은 건강과 안전을 위협받아도 좋다는 동의의 표시가 아니다. 지불할 수 있는 가격에 따라 차별적으로 안전이 보장되는 사회는 뭔가 잘못된 게 아닐까.

이것은 빈곤과 차별의 구체적 형태다

환불 조치된 '가습기 살균제 성분' 치약 28일 오후 서울 이마트 성수점 고객만족센터에 환불조치 후 회수된 아모레퍼시픽의 치약들이 카트에 가득 쌓여 있다.

대형마트, 편의점, 백화점 등은 아모레퍼시픽의 치약 11종에서 가습기 살균제 속 문제 성분(CMIT/MIT)이 검출된 것과 관련해 해당 제품 판매를 중단하고 이미 구매한 고객에 대해 환불 조치에 나섰다.

이마트의 경우 27일 하루 동안 3천800여 건에 대해 전액 환불조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 환불 조치된 '가습기 살균제 성분' 치약 2016년 9월 28일 오후 서울 이마트 성수점 고객만족센터에 환불조치 후 회수된 아모레퍼시픽의 치약들이 카트에 가득 쌓여 있다. 대형마트, 편의점, 백화점 등은 아모레퍼시픽의 치약 11종에서 가습기 살균제 속 문제 성분(CMIT/MIT)이 검출된 것과 관련해 해당 제품 판매를 중단하고 이미 구매한 고객에 대해 환불 조치에 나섰다. 이마트의 경우 2016년 9월 27일 하루 동안 3천800여 건에 대해 전액 환불조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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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더하여 이번 생리대 사태에서는 가난한 여성으로서 울분이 터질 수밖에 없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또 있었다. 치약, 달걀, 생리대... 문제가 된 품목들은 모두 생필품이었지만, 치약과 달걀 환불은 비교적 빠르게 가까운 마트에서 편리하게 이뤄진 반면, 생리대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처음 '깨끗한 나라' 측은 환불과 리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가, 이제는 28일부터 순차적으로 환불을 받는다고 밝혔다. 그마저도 소비자 상담실에 개별적으로 신청·접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어쨌든 표면적으로나마 '모든 국민'에게 위협이 된다고 여겨지는 품목과, '국민의 절반'에게 위협이 되는 품목은 추후 대처조차도 차별적인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들어 더욱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달 초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지난 정부의 잘못이지만, 공적인 주체로서 국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일상의 평화를 깨뜨린 잘못을 인정한 셈이다. 조금은 안도했다. 더 넓게 보면 세월호 사건, 삼성 반도체 공장 백혈병 사건 역시 지금껏 있어왔던 '조금 더 가난한 사람'에 대한 차별과 위협의 구체적 형태이다. 그리고 지금껏 이 사건들을 책임져야 할 진짜 주체가 드러나지 않고 방치되는 고질적 문제가 있었다.

정부의 사과는 이러한 사건들에 대한 공적 주체의 책임 인정이었다. 근본적 문제 해결의 단초가 될 사과였다. 최근 STX해양조선에서 일어난 안전사고에 대해 원청 책임을 묻겠다는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의 발표에서도 나는 같은 위로를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자신을 '페미니스트' 후보라 선언한 바 있다. 나는 페미니스트로서 그 당시의 선언을 이렇게 받아들였다. 그가 한국의 대통령 후보로서, '사람'이라면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대전제에 동의한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았다.

나는 사회의 빈곤과 차별이 구체적 형태로 드러난 현상들을 목도하고 있다. 이 순간, 나는 차별받는 동료 시민들을 그대로 둔 채 나만 가난하지 않아서 차별받지 않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는 그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는 안전한 사회에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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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저자. 소수자의 눈으로 세상을 봅니다. 관심사는 마이너리티/섹슈얼리티/몸/시민결합.

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입니다. stargazer@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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