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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12월 11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태안해양경찰서를 방문, 기름유출 사고 방제대책을 보고 받고 있다. 오른쪽에 노란색 재킷을 입은 당시 문재인 정무수석의 모습이 보인다.
 지난 2007년 12월 11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태안해양경찰서를 방문, 기름유출 사고 방제대책을 보고 받고 있다. 오른쪽에 노란색 재킷을 입은 당시 문재인 정무수석의 모습이 보인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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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피해극복 10주년 행사'에 문재인 대통령을 초청하려는 충남도와 태안군의 프로젝트에 태안군의회가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충청남도가 추진하는 서해안유류피해 극복 10주년 행사는 오는 9월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함께 살린 바다, 희망으로 돌아오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소원면 만리포해수욕장 일원에서 열리는 대대적인 기념행사다. 태안군은 지난 2007년 12월 허베이스피리트호에서 다량의 원유가 유출되는 재해를 입었지만 이를 전국민 자원봉사 운동으로 극복한 바 있다. 

김진권 의원 "유류피해 극복 10주년 행사 시기상조"

김 의원은 5분 발언을 통해 지난 7월 일부 해수욕장으로 떠밀려 온 타르볼과 삼성의 지역발전출연기금 중재판정 결과를 언급하며 "유류피해 극복 10주년 기념행사와 유류피해극복기념관 개관식은 유류사고 관련 현안들이 잘 해결되었을 때 추진해야 맞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 유류피해 10주년 행사의 시기상조를 주장하는 김진권 태안군의회의원 김 의원은 5분 발언을 통해 지난 7월 일부 해수욕장으로 떠밀려 온 타르볼과 삼성의 지역발전출연기금 중재판정 결과를 언급하며 "유류피해 극복 10주년 기념행사와 유류피해극복기념관 개관식은 유류사고 관련 현안들이 잘 해결되었을 때 추진해야 맞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 태안군의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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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군의회 김진권 의원은 지난 18일 제246회 태안군의회 임시회 폐회에 앞서 기습 5분 발언을 통해 "유류피해 극복 10주년 행사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7월 초) 태안 지역의 13개 해변에서 타르(기름) 덩어리가 많이 밀려왔다, 특히나 근흥면에 있는 해수욕장은 그 양이 엄청나서 22일 동안 타르 제거 인력만 무려 1209명이나 투입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같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예상한 대로 펜션의 숙박객들은 예약을 취소하기 시작했고, 성수기에는 관광객들의 감소로 이어져 다시 10년 전의 악몽을 되새겨야만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초 본격 해수욕장 개장을 앞두고 태안군 바다 일대에는 타르볼이 발견돼 비상이 걸렸다. 결국 7월 6일 태안해경이 타르볼의 성분조사를 인천중부해경청 분석팀에 의뢰했다. 1, 2차에 걸친 분석 결과, 이번에 발견된 타르볼은 10년 전 허베이스피리트호 원유와는 성분이 다르다는 결론을 얻었다. 10년 전 바다에 가라앉았던 타르볼이 떠오른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조사 결과였다.

하지만 태안군의회는 "당시 유화제를 살포했던 태안해경이 면피식 결과를 발표할 수도 있어 태안해경의 발표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대해 10년 전 태안원유유출사고와 연계시켜 부정적인 이미지만 심어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해경 발표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의회 입장 발표도 성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5분 발언으로 공식 입장을 밝히기 전에, 태안군이나 군의회가 공신력 있는 검사기관을 선정해 성분을 분석한 후 명확한 입장을 밝혀도 늦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전날 태안군 김현표 부군수가 이용희 태안군의회의장을 만나 원유 유출 관련 5분 발언을 하지 않기로 타협했다가 당일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이 알려지면서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김 의원은 이어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판정에서 삼성의 지역발전기금 비율이 49%로 정해진 사실을 언급한 뒤 "이제 정부는 더 이상 관망만 하지 말고 대한상사중재원의 오판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태안 군민들을 위한 특단의 대책과 아직도 떠밀려오는 타르 덩어리의 근본적 해결책을 수립해 이러한 상황을 하루속히 해결해 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유류피해 극복 10주년 기념행사와 유류피해극복기념관 개관식은 유류사고 관련 현안들이 잘 해결되었을 때 추진해야 맞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타르 덩어리 피해 등이 현재진행형인 상태에서 피해 극복 10주년 행사는 성급하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김 의원의 5분 발언을 접한 태안 주민들은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신중한 지적이라는 반응보다 지역 정서에 반한다며 비난하는 목소리가 더 높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10년 전 기름유출사고 당시 고 노무현 대통령을 수행해 기름피해 중심지인 태안군을 방문한 적이 있다. 때문에 유류피해 10년을 맞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123만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유류피해를 극복한 상징지역인 태안군을 문 대통령이 다시 방문할 경우 지역 이미지 제고와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을 가져오리라는 지역 주민들의 기대가 있었다.

아직 문 대통령의 행사 참석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때문에 "유류피해극복 10주년 행사가 시기상조"라고 주장해 대통령의 행사 참석을 가로막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내년 지방선거를 9개월 남겨놓은 시점이라 더더욱 군민들의 눈초리는 곱지 않다.

이와 관련, 태안군민들은 직접 행동에 나서고 있다. 기름유출사고의 중심지이면서 해당 행사가 열리는 소원면 만리포 주민들은 태안군의회 이용희 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오는 23일 항의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22일 최용복 만리포관광협회장 외 20명의 주민들도 단체로 방문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태안읍의 한 주민은 "대통령이 지역행사에 참석하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실로 대단하다"면서 "설사 타르볼이 10년 전 기름이라 하더라도 사고 이후 10년을 맞는 행사와는 무관하며 오히려 10주년 행사에 역량을 모아 성공적으로 치르는 게 지역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VIP 초청행사 추진하는 충남도 "타르볼과 유류피해 10주년 행사는 별개"

5분 발언을 마친 태안군의회는 이날 충남도청을 항의 방문한 자리에서 박정주 해양수산국장에게 유류피해극복 10주년 행사를 개최한다면 주민들과 함께 시위를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의 5분 발언과 충남도 방문으로 인해 태안군의회는 역풍을 맞고 있다.
▲ 충남도청을 항의 방문한 태안군의원들 5분 발언을 마친 태안군의회는 이날 충남도청을 항의 방문한 자리에서 박정주 해양수산국장에게 유류피해극복 10주년 행사를 개최한다면 주민들과 함께 시위를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의 5분 발언과 충남도 방문으로 인해 태안군의회는 역풍을 맞고 있다.
ⓒ 태안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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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태안군의회는 이날 5분 발언 이후 이용희 군의장을 비롯한 김진권, 조혁, 최영신, 김영인 의원 등 5명의 군의원이 유익환 도의원실을 방문했다. 이들은 충남도청 박정주 해양수산국장을 만나 재차 "유류피해극복 10주년 행사가 시기상조"라는 태안군의회의 입장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의원들은 "유류피해 10주년 행사는 시기상조니 개최하지 말고, 만약 개최한다면 주민들과 함께 시위를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5분 발언과 충남도 항의 방문에는 태안군의회 의원들이 모두 참여하지 않았고 의원 3명은 불참했다. 때문에 내부적으로도 중지가 모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단체행동에 나선 것이라 또 다른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에 충남도는 난감해 하면서도 유류피해 10주년 행사에 대한 강한 추진의지를 전했다.

태안군의회 의원들의 항의 방문에 배석한 충남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타르볼과 관련해) 원인 분석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해경의 발표 결과에 따르겠지만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것 밖에 특별한 대책이 없다"면서 "태안군의회에서 방문했을 당시에도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일부 주민들의 요구가 있어 군의원들이 발언을 하고 충남도에 방문했는지 모르겠다"라면서 "설사 실제로 10년 전 타르볼이라고 가정해도 10주년 행사와 무슨 관련이 있나, 내용면에서 약간 달라지겠지만 이번 행사에서는 청정지역으로 되살아난 태안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해경의 분석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면 군의회에서 예산을 세워서 용역을 주면 되지 않겠나. 의도를 모르겠다"면서 "충남도에서도 VIP(대통령) 초청행사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태그:#유류피해극복 10주년행사, #태안군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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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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