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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비하인드'는 서울시 공무원들이 일상 업무에서 느낀 점이나 뒷이야기들, 주장 등을 자유롭게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편집자말]
유시범 주무관이 서울로 7017의 식물들을 보살피고 있다.
 유시범 주무관이 서울로 7017의 식물들을 보살피고 있다.
ⓒ 유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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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km씩 현장 걷다 보니 체중 6kg 빠져

아침 6시, 집을 나선다. 근무지 '서울로 7017'까지는 걸어서 35분. 직원 가운데 가장 먼저 출근해야 하는 나는 조별로 돌아가며 밤샘근무를 한 '서울로 보안관' 조장님으로부터 현장 상황을 전달받는다.

"장미무대 주변에 공사업체에서 방치한 폐자재가 있어."
"불두화가 조금씩 말라가는 것 같아."
"여행자카페 앞에는 보수공사가 진행중이야."
"밤에 여행객들이 많이 오더니 남대문시장 인근에 쓰레기가 조금씩 쌓여 있어."

경비용역업체 소속인 서울로 보안관 10명이 밤새 근무하면서 소통한 결과들은 일단 나에게 가장 먼저 전달된다. 대부분의 현장점검 업무를 내가 진행하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서울로'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서울로의 끝에서 끝까지를 걸으며 스캔한다. 1024m 길이의 서울로를 하루 평균 5번 정도 왕복하니까 10km가 넘는 거리다. 지난 5월 개장한 이후 3개월째 이렇게 걷다 보니 체중은 76kg에서 6kg이나 줄었다. 원래 하얀 피부였는데 시커멓게 그을린 현재의 얼굴에서 과거는 지워진 지 오래다.

내가 하는 일은 서울로를 청결하게, 또 식물들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다.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은 공무직원 6명을 비롯해 기간제 직원 10명, 뉴딜일자리 직원 2명, 노숙인 정원사 2명까지 20명이다. 현장에서는 이들 모두 나의 판단에 따라 움직인다.

늦어도 오전 7시 이전에 현장을 확인하고 업무를 분담해야 한다. 그러려면 서울로의 하루 계획을 머릿속에 넣어두어야만 한다.

유시범 서울로운영단 주무관
 유시범 서울로운영단 주무관
ⓒ 유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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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7017에서 시민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서울로 7017에서 시민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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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준비에 손님 접대에 더위 대책까지...

워낙 단기간에 핫한 장소로 자리매김하다 보니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국내외기관의 현장방문, 언론의 촬영, 소소한 보수공사, 여기에다 기업들의 자원봉사 활동까지... 서울로는 매일같이 바쁜 하루를 보낸다. 이러한 일정에 맞게 현장을 차질없이 준비해야 한다.

청소나 식물 관수작업은 거의 매일 진행되는 것이니 서둘러 마쳐놓고 다음 일을 준비해야 한다. 서울로는 찾는 시민들이 많은 만큼 다양한 민원이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기온이 상승하면서 너무 덥다는 민원이 많다. 바닥 복사열을 낮추는 방법을 찾기 위해 업체 담당자를 만나고, 적절한 장소를 찾아 시운전을 해 보고 관련 시설 설치 여부를 판단한다.

쿨팬과 바닥스프링클러는 이런 고민 끝에 추가로 설치된 시설이다. 특히 바닥스프링클러는 이동이 편하고, 물수요가 적고, 통행하는 시민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 1석 3조의 효과가 있다. 이 시설은 기간제 및 공무직 관리자들과 고민하며 만들어낸 서울로 맞춤형 시설이다.

기온이 30도를 넘으면 안개분수와 바닥스프링클러, 쿨팬을 최대한 가동시킨다. 스마트폰으로 계속 기상환경을 검색해서 바람이 5m/sec 이상이면 그늘막을 철거해야 한다. 자칫 바람에 날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산책로에 물을 뿌려 복사열을 낮추는 작업도 중요하다.

한 번은 공중자연쉼터에서 쉬는 방문객들이 물이 미지근하다고 하기에 대형 얼음 조각을 넣어주어 감동을 주기도 했다. 이런 작은 업무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시민들의 불만을 감동으로 바꿀 수 있다.

서울역고가를 리모델링해 보행길로 만든 서울로 7017 전경.
 서울역고가를 리모델링해 보행길로 만든 서울로 7017 전경.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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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7017에서 어린 아이와 산책 나온 시민들이 공중자연쉼터에 설치된 분수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서울로 7017에서 어린 아이와 산책 나온 시민들이 공중자연쉼터에 설치된 분수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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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뒤 우거진 나무와 만개한 꽃, 상상만 해도 가슴 벅차

식물관리는 주민 자원봉사자인 '초록산책단' 단원들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매일같이 식물들의 심기를 살펴 보살피는 것은 이 분들의 열정이 없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서울시에서 정원사 교육을 받은 초록산책단 단원들은 모두 144명이고, 이 중 약 60명은 5년 전부터 서울시가 진행한 '시민정원사' 과정을 수료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전문가 뺨치는 지식을 바탕으로 요일별로 조를 짜 활동하고 있다.

매일같이 식물들의 상태를 촬영하여 SNS로 공유하고, 상한 잎과 가지를 정리하고, 시민들에게 식물에 대해 알려주기도 한다.

오후가 되면 조금 더 바빠진다. 족욕탕의 수질관리부터 구석구석 청소, 화장실 점검, 나무와 꽃들의 생육상황 체크 등 눈코 뜰새 없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하는 것도 이 시간이다. 국립수목원, 서울식물원, 푸른수목원 등 전문기관들을 통해 식물의 상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

땅에서 자라는 나무와 꽃이 아니다 보니 조금만 방심해도 피해가 커질 수 있다. 분야별로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고 있다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교환하면서 자문을 받고 있다.

날이 더워도, 바람이 불어도, 비가 내려도 걱정, 걱정은 끝이 없다. 입추도 지났으니 앞으로 찬바람 불면 낙엽 치우는 계절이 올 것이며, 눈이 내리면 부산하게 눈을 치워야 할 것이다. 그렇게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이 올 것이다. 그러면 서울로의 나무와 꽃도 1년이 되어서 좀 더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서울로 7017을 관리하는 우리도 처음이지만, 이곳저곳에서 이사 온 식물들도 이곳 생활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제대로 뿌리를 내린다면 서울로 7017에는 지금보다 훨씬 그늘도 많아지고 꽃도 만개할 것이다. 이곳에 온 사람들이 우거진 나무들과 흐드러지게 핀 꽃향기에 즐거워하는 모습을 그리며, 나는 오늘도 서울로 7017 현장으로 달려간다.

덧붙이는 글 | 유시범 기자는 서울시 푸른도시국 서울로운영단 소속 주무관입니다.



태그:#서울로 7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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