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예보 영화제에서 사드 반대 시위에 동참한 올리버 스톤 감독.

사라예보 영화제에서 사드 반대 시위에 동참한 올리버 스톤 감독. ⓒ 클레어 함


부산영화제 올해 뉴커런츠 심사위원장은 미국의 올리버 스톤 감독이 맡게 됐다. 부산영화제는 21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5명의 심사위원단을 발표했다. 심사위원장인 올리버 스톤 감독 외에 장선우 감독, 필리핀 라브 디아즈 감독, 이란 바흐만 고바디 감독, 프랑스 아네스 고다르 감독이 심사위원으로 확정됐다.

이들 심사위원 중 다수는 각국의 사회파 감독으로 불리는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탄압과 표현의 자유와 논란을 겪은 부산영화제 측이 상징성 있는 영화인들을 심사위원에 선정한 것으로 보인다.

 2010년 부산영화제를 방문한 올리버 스톤 감독.

2010년 부산영화제를 방문한 올리버 스톤 감독. ⓒ 부산국제영화제


특히 올리버 스톤 감독은 반전 평화 운동에도 열심히 나서고 있는 것으로 세계적 거장 감독이라는 점에서 심사위원장 선정은 특별하다. 지난 11일~18일까지 보스니아의 사라예보국제영화제를 방문해 한국 영화인과 함께 사드 반대 시위에 흔쾌히 동참해 연대감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독일에서 세월호 다큐 <정지된 시간>을 만든 클레어 함 피디는 "올리버 스톤 감독은 사라예보영화제에서 본인의 실제 참전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 화제가 되었던 반전영화 <플래툰> 상영 후 '사드가고, 평화오라' 시위에 동참해달라는 제안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기쁘게 응원해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감독님이 따로 차 한잔하는 대화의 자리도 제안했는데, 한반도 정세를 이미 잘 알고 계셨다"며 "올리버 스톤 감독은 '미국은 돈을 벌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군수산업으로 많은 달러를 벌어왔고, 미국 주류 언론은 베트남전, 이라크전 등 전운이 강할 때마다 침략 전쟁을 옹호하는 부역자 역할을 해왔다'는 따끔한 일침을 가하기도 하셨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0년, 부산영화제를 방문한 올리버 스톤 감독.

지난 2010년, 부산영화제를 방문한 올리버 스톤 감독. ⓒ 부산국제영화제


올리버 스톤 감독은 지난 2013년에는 해군기지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는 제주 강정마을을 방문해 평화행진에 동참하고 반대 투쟁 과정에서 구속된 영화평론가를 면회하기도 했다. 최근 한반도 긴장이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전운동가인 세계적 거장 감독이 심사위원장으로 부산영화제 기간 중 내내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게 받아들여진다.

올리버 스톤 감독은 2010년 부산영화제에 첫 방문 했고 신작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 상영과 핸드프린팅을 남기기도 했다. 당시는 김동호 집행위원장이 명예 퇴임을 앞둔 시점이었는데, 공교롭게도 이번 역시 김동호 이사장이 올해 영화제 직후 사임을 밝힌 상태다.

사회파 감독들 심사위원에 포진

 올해 부산영화제 심사위원에 선임된 장선우 감독, 바흐만 고바디 감독, 라브 디아즈 감독, 아녜스 고다르 감독.

올해 부산영화제 심사위원에 선임된 장선우 감독, 바흐만 고바디 감독, 라브 디아즈 감독, 아녜스 고다르 감독. ⓒ 부산국네영화제


장선우 감독은 2002년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을 끝으로 메가폰을 내려놓은 이후 오랜 시간이 흘러 부산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서게 됐다. 장 감독의 <거짓말>은 1999년 부산영화제에서 암표 값이 10만 원을 호가할 만큼 크게 화제가 됐고 개봉 후 논쟁이 거센 작품이기도 했다.

장 감독은 1970년대~1980년대 민중 문화 운동을 했고, 1980년 5월 광주항쟁 당시에는 계엄사에 연행돼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이후 대표적인 사회파 감독으로서 1996년 광주항쟁을 소재로 한 <꽃잎>을 만들었다.

이란의 유명 감독인 바흐디 고바디 감독은 다양한 영화를 만들며 작품 활동을 이어갔지만 나날이 심해지는 이란의 영화제작탄압을 견디지 못하고 2010년 터키로 망명한 영화인이다. 부산영화제는 정치적 탄압을 받는 아시아 영화감독들을 위해 고 김지석 집행위원장이 앞장서 이들의 영화 제작을 후원하고, 신작을 영화제에 상영하며 연대해 왔다. 바흐디 고바디 감독의 심사위원 선임은 이런 의미가 배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의 라브 디아즈 감독은 감독뿐 아니라 촬영감독, 편집자, 작가, 제작자, 배우이자 시인, 작곡가, 프로덕션 디자이너까지 전방위적으로 활동해 왔고 필리핀의 사회 문제들을 일관성 있고 섬세하게 다루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6년 한 해에 <슬픈 미스터리를 위한 자장가>(2016)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알프레드바우어상, <떠나간 여인>(2016)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석권하는 진기록을 세우며 명실공히 필리핀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거장의 입지를 굳혔다. 오랜 시간 부산영화제가 주목해 온 감독이다.

아녜스 고다르 감독은 1990년부터 활동해 온 프랑스의 촬영감독이다. 프랑스국립영화학교(IDHEC, FEMIS의 전신)를 졸업하고 클레르 드니, 빔 벤더스, 클로드 베리, 엠마누엘 베르코 등 세계적 감독들과 협업해왔다. 클레르 드니 감독의 <아름다운 직업>(1999)으로 세자르상과 전미비평가협회상 최우수 촬영상을 수상하였고, 위르실라 메이에 감독의 <홈>(2008)으로 마르델플라타국제영화제 촬영상과 뤼미에르상도 수상하며 뛰어난 촬영감독으로 평가 받고 있다.

올리버 스톤 부산영화제 장선우 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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