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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10시 문재인 대통령은 8·15 광복절 경축사를 발표했다. 광복절 경축사는 대통령의 한 해 연설 가운데 가장 비중 있는 연설로 알려져 있다.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그 해의 남북관계와 한반도 주변 대외 관계의 노선을 밝히는 것으로 평가 되고 있다.

올해 남북관계의 방점은 무엇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축사에서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을 것"이라면서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선제타격' 혹은 '예방전쟁' 등의 군사적 옵션 등에 대한 우려의 표현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어떤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북핵 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 점에서 우리와 미국 정부의 입장이 다르지 않다"라고 말했다.

'모든 것을 걸고 전쟁을 막을 것이고,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는 표현은 그동안 역대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에서 찾아 볼 수 없는 결의가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뒤에 사족(蛇足)을 붙이지 말았어야 했다. "미국 정부의 입장이 다르지 않다". 역시 남북관계의 방점은 미국이었던 것이다.

지난 일주일 동안 벌어진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말폭탄' 대결로 한반도의 정세는 말 그대로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었다. 그러나 한반도의 광복을 기념하는 8월 15일을 전후로 한국, 미국, 북한에서 모두 위기 진화를 위한 국면전환의 행동들이 나타나고 있다.

전날(14일) 조지프 던파드 미국 합참의장은 용산의 한미연합사령부 방문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던파드 미국 합참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문제 해결에 대한 메시지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했을 것이다. 그리고 13일(현지시간)에는 미국 외교수장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국방수장인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월스트리트저널 공동기고문이 발표 되었다. 그동안 이 둘은 북한 문제에 대해 상반되는 의견을 보여 왔었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대화'를 통한 해결을 주장한 대표적인 '대화론'자인 반면, 매티스 국방장관은 꾸준히 '무력'을 통한 해결을 주장해 대표적인 '강경론'자이다. 때문에 이번에 발표한 공동기고문에 대한 의미가 더욱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공동기고문에는 "미국은 북한 정권을 교체하거나 한반도 통일을 가속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 "비무장지대 북쪽에 미군을 주둔시키기 위한 핑계 거리를 찾고 있지도 않으며, 오랫동안 고난을 겪어온 북한 국민을 해치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것은 틸러슨 국무장관이 강조했던 ▶북한의 정권교체 ▶정권 붕괴 ▶통일 가속화 ▶38선 이북으로의 침공은 '없다(NO)'라는 이른바 '4NO'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으며, 미국의 대북 노선이 평화적 해결에 무게를 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지난 6일 강력한 대북제재를 내용으로 하는 유엔안보리의 '대북결의 2371호' 채택과 미국의 '예방전쟁' 발언에 대해 북한은 지난주 9일 '괌 포위사격' 위협과 함께 구체적인 타격 방안을 공개적으로 발표하면서 북한과 미국 간의 '말 전쟁'의 분위기는 '실제 전쟁'을 방불케 했다. 그러나 어제(14일)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를 통해 "미국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면서 미국에 대해 "먼저 올바른 선택을 하고 행동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북한 역시 숨고르기 국면으로 돌아서는 양상이다.

한반도의 광복을 기념하는 8월 15일을 기점으로 한반도 전쟁위기 역시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 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공동기고문이 그러하며, 북한의 태도 변화 역시 그러하다. 남한 역시 사족을 붙이기는 했지만, 평화적 해결의 의지를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미국도 북한도 그리고 남한도 전쟁을 원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제 일주일 남았다. 그 일주일은 바로 을지프리덤가디언(UFG)훈련까지 남은 시간이다. 던파드 미국 합참의장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훈련 축소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과 북한의 움직임을 보면, 괌에 있는 전략적 무기들은 이번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에는 동원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리고 남은 일주일 동안 미국과 북한 그리고 한국이 가장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이것이 한반도에 드리워진 전쟁위기의 먹구름을 걷어 낼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태그:#광복절 경축사, #8월 위기설, #을지포커스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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