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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광주지법은 김재림 할머니(사진 가운데), 고 오길애 씨의 유족 오철석(82·사진 오른쪽) 씨 등 4명의 원고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미쓰비시에 배상책임이 있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판결 직후 김재림 할머니는 "오늘 같이 좋은 일이 있을 줄 몰랐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11일 광주지법은 김재림 할머니(사진 가운데), 고 오길애 씨의 유족 오철석(82·사진 오른쪽) 씨 등 4명의 원고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미쓰비시에 배상책임이 있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판결 직후 김재림 할머니는 "오늘 같이 좋은 일이 있을 줄 몰랐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 강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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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로 끌려가 갖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오늘 같이 좋은 일이 있을 줄은 몰랐다.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원고 김재림 할머니)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 민사소송에서 법원의 원고(피해자) 승소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11일 광주지방법원 민사11부(재판장 김상연)는 김재림(88)·양영수(89)·심선애(88) 할머니와 고 오길애씨의 유족 오철석(82)씨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광주지역 2차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소장 반려 등 미쓰비시중공업의 고의적인 시간 끌기로 소송를 제기한 지 3년여 만에 열린 1심 선고 재판에서였다.

재판부는 일본의 대표적인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에 배상책임이 있다며 양영수·심선애 할머니에게 1억 원, 김재림 할머니에게는 1억1천만 원, 유족인 오철석씨에게 1억5천만 원을 각각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소송 제기 3년만에 승소 판결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미쓰비시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에서 일 하고 있는 모습(미국 국립문서기록청)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미쓰비시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에서 일 하고 있는 모습(미국 국립문서기록청)
ⓒ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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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중공업은 최근 개봉한 영화 <군함도>의 배경된 나가사키 하시마섬에서 실제 탄광을 운영했던 전범기업이다. 지난 2015년 계열사인 미쓰비시 머티리얼(미쓰비시 광업의 후신)은 미국, 중국 등 다른 나라의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해서는 사과와 보상을 했다. 하지만 한국 피해자에 대해서만은 책임이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1965년 한일 청구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됐는지 여부 등에 대해 원고의 손을 잇따라 들어주고 있다.

피해자들은 일제강점기인 1944년 13∼15세로 "돈도 벌고 공부도 시켜주겠다"라는 말에 속거나 경찰의 협박 등에 일본 나고야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 항공기 제작소에 강제동원 돼 월급 한 푼 받지 못하고 귀국해야 했다. 이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렸고 인권을 유린당했다.

피해배상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광복 65년이나 70년 만에 사회연금 탈퇴 수당으로 99엔과 199엔을 수령하라는 일본 후생성의 공문을 받았을 뿐이다.(관련 기사 : '1800원' 받은 근로정신대 할머니들 "모욕도 이런 모욕이" / 중국은 35억원인데... 정부가 자초한 '1800원 모욕' )

양영수 할머니는 "오빠는 징용으로 끌려가 집에 없고, 아버지가 늘 (경찰에)쫓겨 다니면서 어머니는 뒷바라지 하시느라 가정 형편도 말이 아니었습니다"라며 "'내가 일본에 조금이라도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버지를 덜 괴롭힐 것 아니냐. 내가 좀 힘들더라도 집안이 좀 편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순진한 생각에 가게 됐다"라고 진술했다.

원고 오철석씨의 누나인 고 오길애 할머니는 1944년 12월 일어난 도난카이 대지진으로 사망했다. 당시 일본은 오길애 할머니 등의 사망을 전시동원체제 홍보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매일신보>는 1944년 12월 23일 <열렬 유언에도 증산, 두 반도여자성신대원 최초의 순직>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오경애 할머니 등이 "'우리들이 죽기 때문에 반도 동무들의 결의가 조금이라도 약하여진다면 미안한 일입니다'라고 말해 전선 장병에도 지지 않는 최후는 일동을 크게 감격케 하였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재판부, 개인청구권·미쓰비시 배상책임 인정

이날 선고 공판에 참석한 오석철씨는 "이번 판결은 개인의 재판이 아니라 한일관계에도 중요한 사건이다"라며 "판결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가(일본 정부)와 기업(미쓰비시 등 전범기업)이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하루라도 빨리 해결되길 바란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재림 할머니는 "아무 것도 모르고 강제로 끌려 갔다가 곧 죽을 것 같았는데…"라며 "세월이 이렇게 흘러서 좋은 일이 있을 줄은 몰랐다, 애써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훔쳤다.

이에 앞서 지난 8일 광주지법 민사1단독(김현정 부장판사)도 김영옥(85) 할머니와 최정례(1927년 출생·1944년 사망) 할머니의 조카며느리 이경자(74) 할머니가 미쓰비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광주지역 3차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현 미쓰비시중공업은 구 미쓰비시중공업을 실질적으로 승계해 동일한 회사로 평가하기 충분하므로 이 소송에서 일본법 적용을 배제하고 대한민국 법률을 적용한다"라며 "한일 청구권 협정에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포함됐다고 보기 어려워 개인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볼 수도 없다"라고 선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구 미쓰비시중공업은 일본 정부에 협력해 어린 여성들을 위험하고 열악한 현장에서 급여도 주지 않고 강제 노역하게 했다"라며 "원고들은 목숨을 잃거나 심한 화상을 입었으며 군위안부로 오해받을 것을 염려하며 살아야 했다"라고 밝혔다.

11일 승소 판결로 광주지역에서 미쓰비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모두 1심에서 승소했다. 광주지역에서는 지난 2012년 양금덕 할머니 등 원고 5명이 제기한 1차 소송을 시작으로 모두 11명의 피해자·유가족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3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1차 소송은 2015년 2심까지 승소한 뒤 현재는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시민모임 "한국 외교부는 '일본 외무성 한국지부'냐"

 11일 광주지법은 김재림 할머니(사진 가운데), 고 오길애 씨의 유족 오철석(82·사진 오른쪽) 씨 등 4명의 원고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미쓰비시에 배상책임이 있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판결 직후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은 기자회견을 열고 미쓰비시에 항소 포기를, 대법원에 계류 중인 상고심의 조속한 판결을 촉구했다.
 11일 광주지법은 김재림 할머니(사진 가운데), 고 오길애 씨의 유족 오철석(82·사진 오른쪽) 씨 등 4명의 원고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미쓰비시에 배상책임이 있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판결 직후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은 기자회견을 열고 미쓰비시에 항소 포기를, 대법원에 계류 중인 상고심의 조속한 판결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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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할머니들을 지원하고 있는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아래 시민모임)'은 판결 직후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쓰비시 측에 항소 포기 등을 촉구했다.

시민모임(공동대표 이국언·이상갑)은 "이번 판결은 미쓰비시 측의 억지 주장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라며 "일제의 한반도 불법 점령 과정에서 자행한 식민 범죄와 인권유린에 철퇴를 가한 한국 사법주권의 승리다"라고 환영했다.

시민모임은 "미쓰비시는 항소를 포기하고 즉각 법원 명령을 이행해야 한다"라며 "지난 9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판결에 대해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이미 해결된 문제'라며 종전 입장을 반복한 것은 이미 낡은 주장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모임은 외교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시민모임은 "한국 정부는 피해자들을 외면해 왔고 일본 정부 대리인이나 다름없는 태도를 취해왔다"라며 "지난해 11월 외교부가 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는 광주지법의 배상 판결에 반발하며 2013년 일본 경제단체들이 이례적으로 공동성명을 발표한 주장을 그대로 옮겨 온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도대체 어느 나라 외교부인가, 일본 외무성 '한국지부'가 아니고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라며 "사법부 결정을 무시하고 일본 외무성이 할 법한 소리를 그대로 옮기는 것은 사법주권에 대한 모독이다"라고 강조했다.

이국언 시민모임 공동대표는 "너무 길고 많은 수고 끝에 얻은 승소 판결인데 피해자들의 사정(고령과 노환 등)을 볼 때 돌아가시 전에 기쁨을 맞이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라며 "피해자의 수고 앞에 우리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외교부가 강제동원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재판에 함께 한 광주지역 1차 소송 원고인 양금덕(89) 할머니는 "광복 70년이 넘었는데 아직까지 미쓰비시와 일본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라며 "대법원이 하루라도 빨리 판결을 해야하고 우리나라 외교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답답하다"라고 토로했다.

미쓰비시 측은 다른 소송 전례에 비춰 8일 3차 소송과 11일 2차 소송 판결에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4년째 계류 중인 재상고심... 일본 정부 "인정 못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들이 미쓰비시 등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국내 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사건은 모두 14건이다.

이 중 미쓰비시, 신일본주금 주식회사를 상대로 청구된 손해배상 청구소송 3건은 대법원의 상고심·재상고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관련 기사 : 대법원, '강제동원' 손배소 상고심 3년째 감감무소식)

미쓰비시중공업(히로시마 징용)을 상대로 고 박창훈(소송수계인 박계훈) 외 22명이 제기한 손배소, 여운택 외 3명이 신일본주금을 상대로 제기한 손배소이 계류 중이다. 또 양금덕 외 4명이 미쓰비시(광주 1차소송)을 상대로 제기한 손배소도 계류 중이다.

이 중 미쓰비시(히로시마 징용), 신일본주금을 상대로 한 소송은 피고인 전범기업들이 재상고한 지 4년이 넘었다. 이 두 건의 재상고심은 이미 대법원이 지난 2012년 5월, 부산고법과 서울고법이 원고 패소 선고한 원심에 대해 "개인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라며 '파기환송' 했던 소송이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은 이후 국내 법원에 강제동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이어졌고, 1·2심 재판부는 대법원의 판례에 따라 원고 승소 판결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피해자들과 피해 지원 단체들은 "이미 5년 전 대법원 스스로 (개인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고 전범기업에 배상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판결)파기환송했던 사건에 대해 4년 넘게 판결을 미루는 이유를 모르겠다"라며 "하루라도 빨리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있어야 한다"라고  촉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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