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정치

포토뉴스

여의도 국회 '싸움꾼'들이 영락없이 '사랑꾼'으로 변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미묘(예쁜 고양이)'와 '댕댕이(강아지)' 등 반려동물 앞에서죠.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 이들과 함께 하는 '입법 집사' 정치인들의 모습을 담아봤습니다. 심장이 아릴 정도로 사랑스러운 주인공들도 듬뿍 담겠습니다. [편집자말]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반려동물인 도마뱀 '꿈바' ⓒ 남소연

"음...큰 애가 94년생이니까 지금 24살에, 큰 애 10대 초반에 샀으니...10년 이상 키웠네요."


구돌이(육지 거북이), 존 트라볼타(도마뱀, 비어디드래곤)를 언제부터 키웠냐 묻자 아들 나이부터 따졌다. 한참 기억을 더듬더니 10년이 훌쩍 지났단다. 도마뱀과 거북이가 "이미 가족"이라는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지난 8일 찾은 금 의원의 회관 사무실에는 또 한 마리의 도마뱀 꿈바(레오파드 게코)가 있었다. 구돌이는 집에서, 꿈바는 의원실에서 산다. 주 양육자였던 아들이 군대에 가고 나서 생긴 변화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키우는 구돌이(왼쪽), 존 트라볼타(오른쪽)의 모습. ⓒ 금태섭 의원 페이스북

"거북이가 크면 사람 똥처럼 싸고 그 냄새도 엄청나요. 겨울에는 가장 큰 대야에 넣어 놓는데 답답할까봐 화장실에 두기도 하거든요. 그럼 화장실이 정말 지저분해져요. 그런 걸 겪으면서도 가족 같으니까, 가족이 못됐다고 관계를 끊을 수는 없잖아요. 아들이 군대 가고 존 트라볼타는 처남이 데려다 키워주고 있는데 구돌이는 맡길 수가 없죠."


이제는 무거워져 들기도 어렵다는 구돌이. 언젠가 금 의원이 아들에게 '구돌이는 언제 죽나' 물었다. 아들의 답은 명료했다. "아빠보다 오래 살 걸."

"100년 쯤 산다니 저보다 오래 살 가능성이 있지만 쉽지 않을 걸요, 저도 오래 살 거거든요, 경쟁 중이에요, 하하핫."

▲ 구돌이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키우는 거북이 구돌이가 집안을 산책 하고 있다.
ⓒ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관련영상보기

이미 강산이 한 번은 변하고도 남을 세월을 함께했지만 금 의원과 반려동물 사이에는 쿨함이 뿜어져 나왔다.

"파충류는 교감이라는 게 없죠. 주인을 알아보는지 알 수가 없어요.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동물은 결국 우리와 별개예요.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애완동물보다는 좋은 말인데 너무 사람 입장인 거 같아요. 우리가 먹이주고 데려다 키운다 뿐이지 '반려'와는 상관이 없죠. 같이, 그렇지만 각자 사는 거예요. 생명체 그대로 존중받아야 하는 거죠."

꿈바의 먹이 밀웜을 직접 먹여주다가 금 의원은 갑자기 "꿈바는 이름도 있고 집도 있는데 바로 그 옆에서 먹이 되라고 이걸(밀웜) 키우니, 얘네(밀웜)는 이름도 없고 만날 먹히고...동물이라고 평등한 건 아니에요, 그죠"라고 말했다. 금 의원이 도마뱀을 넘어 밀웜의 존엄성까지 고민하는 사이 꿈바는 자신의 먹이를 맛있게 먹고 입맛을 다셨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반려동물인 도마뱀 '꿈바' ⓒ 남소연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반려동물인 도마뱀 '꿈바' ⓒ 남소연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반려동물인 도마뱀 '꿈바' ⓒ 남소연

"도마뱀과 거북이, 길들여지지 않는 게 매력"


금 의원과 이뤄지는 교감은 1도 없다는 도마뱀과 거북이. 이들과 함께 살면서 느끼게 된 매력은 뭘까.

"자기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상기하게 돼요. 개나 고양이는 예측이 가능하잖아요, 주인을 알아보고 손도 내밀고. 파충류나 거북이는 내 뜻대로 안 된다는 게 재미죠, 길들여지지 않는. 보통 다른 사람, 동물의 생각을 이해하고 내 마음대로 고쳐보려고 하잖아요. 얘네를 보면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게 돼요.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영역이 있구나. 구돌이를 보면서도 아~ 자기만의 우주가 있구나 하면서 마음이 편해지죠. 고양이 키우는 사람 보고 집사라고 하잖아요. 근데 얘네랑은 서로 쿨하게 사는 느낌이에요. 묘하게 정이 들죠."

아들이 군대 간 지도 벌써 1년 여, 금 의원 보좌진들이 꿈바와 함께한 시간도 같다. 보좌진들 중 파충류를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을까.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반려동물인 도마뱀 '꿈바' ⓒ 남소연
"꿈바는 의원실 마스코트예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꿈바한테 먹이를 주는데, 저희 방의 큰 행사예요. 다들 꿈바와 정도 제법 들었고요."

김민정 비서의 말이다. 금 의원이 얼른 말을 받았다.

"방 식구들이 싫다고 하면 일터에 놓으면 안 되죠. 관리는 쉬워요. 온도 조절을 위해서 전구 달고 전기장판 깔아주고, 일주일에 한 번 먹이주고. 씻기거나 청소할 필요도 없고, 키우기에는 파충류가 깨끗해요."

모두가 퇴근하면 꿈바는 혼자 의원실을 지킨다. 외롭지는 않을까.

"글쎄, 꿈바한테 못 물어봐서 모르겠네요."

인터뷰 말미, 포토타임. 금 의원과 꿈바가 함께 있는 사진을 찍으려할 때 금 의원이 꿈바에게 입술을 내밀었다. 6년 여를 키우며 처음 있는 일이었지만 꿈바는 응해주지 않았다. 원래 움직임이 적다는 꿈바는 뽀뽀샷을 찍으려 할 때 한 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제가 너무 친한 척 하면 우리 아들이 화낼 텐데. 싫어도 잠시만 참아라 꿈바야."

금 의원의 요청은 소용이 없었다.
태그:#금태섭, #도마뱀, #거북이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