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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죽이지 마라. 노동자 피로 얼룩진 죽음의 경주를 멈춰라."

67일만에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렛츠런파크) 마필관리사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이들이 가입해 있었던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분노'했다.

마필관리사 이아무개(36)씨는 1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다. 경찰은 유서는 없었지만, 가족한테 남긴 "미안하다"는 말과 차량 흔적 등을 종합해 자살로 보고 있다.

빈소는 진해 한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었다. 공공운수노조는 유족으로부터 장례 등 모든 문제에 대해 위임을 받았다고 밝혔다.

부산경남경마공원 마굿간 주변에서 지난 5월 27일 마필관리사 박경근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 이어 또 '죽음'이 일어난 것이다. 박씨는 마사회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두 달이 넘도록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양정찬 공공운수노조 부산경남경마공원지부장은 "이아무개씨는 박경근 열사의 추모집회 때도 참석했고, 며칠 전에는 혼자 빈소를 지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아무개 마필관리사는 과다한 업무량과 건강상의 이유로 업무 스트레스가 상당했다고 공공운수노조는 밝혔다. 이들은 "죽음을 불러오는 마사회 착취구조를 끝장내기 위한 투쟁 전개할 것"이라 했다.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마굿간.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마굿간.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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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는 2일 낸 자료를 통해 "이아무개 조합원은 팀장의 병가기간(5~6개월)중에 별도의 인력 충원 없이 본인의 기승조교업무에 추가하여 팀장의 업무까지 인계받아 업무를 수행해 왔다"고 했다.

이들은 "팀장은 6월 1일자로 업무에 복귀했으나 고인은 건강이 안 좋은 상황에서도 말을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며, 과다한 업무량과 건강상 이유로 업무스트레스가 상당했다고 한다"고 했다.

공공운수노조는 "박경근 열사가 마사회 다단계 착취구조에 항거하며 자결하신 지 67일째인 8월 1일 또 한 분의 마필관리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이는 죽음을 불러오는 착취구조에 대해 마사회가 그동안 묵인 방조한 것이 원인"이라 했다.

참담한 심정이라는 것. 이들은 "얼마나 더 죽어야 죽음의 경주를 멈출 것인가? 얼마나 많은 노동자의 피가 필요한 것인가?"라며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은 박경근 열사의 항거로도 모자라 또 다시 이아무개 조합원을 죽음으로 내몰고 노동자의 생명을 담보로 죽음의 경주를 계속할 것인가?"라 했다.

한국마사회 부산경남본부장을 비난했다. 공공운수노조는 "마사회 부산경남본부장이 1일 장례식장에 찾아와 '이번에는 조용히 보내드리자'고 한다"며 "이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의 수장이라는 본부장이라는 자의 수준이다"고 했다.

이들은 "박경근 열사의 죽음 이후에도 여전히 책임회피에만 몰두해 있는 마사회의 인식 수준"이라며 "공론화하지 않고, 조용히 넘기면 모두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마사회, 착취체제에 대한 해결 의지 없이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마사회에 대한 분노를 감출 수 없다"고 했다.

공공운수노조는 "마사회 경영진의 즉각 퇴진"과 "죽음을 방조하는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의 경영진 처벌", "국회 진상규명위원회 설치로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의 착취체제를 조사하고 죽음의 원인 규명"을 요구했다.

또 이들은 "노동부는 마필관리사의 연쇄 자결을 불러오는 죽음의 경주가 중단될 수 있도록 작업 중지 조치하라"고 했다.

공공운수노조는 "박경근 열사의 항거 이후 마사회의 죽음의 착취 구조를 분쇄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했지만, 또 한 명의 조합원을 떠나보내야만 했다. 참담하고, 피가 끓는 심정이다"고 했다.

이들은 "추모하고 눈물을 흘리는 대신, 우리는 다시 한 번 결의한다. 마사회의 착취구조를 끝장내는 투쟁에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매진할 것"이라 했다.


태그:#한국마사회, #경마공원, #마필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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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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