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직전 트레이드를 통해 손동욱(좌)과 이승호(우)를 영입한 넥센

마감 직전 트레이드를 통해 손동욱(좌)과 이승호(우)를 영입한 넥센 ⓒ 넥센 히어로즈


역시 넥센이었다. 2017시즌 트레이드 마감 기한인 7월 31일, 넥센은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지난 해 구원왕에 올랐던 마무리 김세현과 외야수 유재신을 KIA로 보내고 올시즌 입단한 고졸 신인투수 이승호(2차 1라운드 4순위)와 손동욱(13 1라운드 5순위)을 영입한 것이다.

올 시즌 정규시즌 우승이 유력한 KIA는 상대적으로 약한 불펜이 최대의 고민거리다. 비록 올올해 주춤하며 마무리 자리에서도 낙마했지만 지난 시즌 구원왕에 올랐던 경력이 있는 김세현은 KIA의 불펜 고민을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는 자원이다. 통합 우승을 노리는 KIA로서는 최대 약점을 보완한 셈이다.

한편 넥센은 이번 트레이드가 벌써 시즌 4번째 트레이드다. 단일리그 특성상 선수 이동이 적은 KBO리그에서는 흔치 않은 사례다. 흥미로운 대목은 올 시즌 트레이드를 통해 넥센이 영입한 자원이 전원 투수라는 점이다.

김한별(전 NC), 김성민(전 SK), 정대현, 서의태(전 kt) 그리고 금번 이승호와 손동욱까지 야수는 단 한 명도 없다. 또한 대부분 나이 어린 유망주들이다. 최연장자가 만 28세인 손동욱(89년생)일 정도로 영입 투수 대부분이 20대 초중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트레이드를 통한 넥센의 지향점이 현재가 아닌 미래임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들 중 현재 선발투수로 활약중인 김성민과 불펜 정대현을 제외하면 당장 1군 '즉시 전력감'은 없다.

입단 1,2년차 신인급인 김한별, 서의태, 이승호는 모두 퓨쳐스 등판 기록이 없다. 입단 후 재활에 매진하거나 투구폼 조정 중이기 때문이다. 넥센은 지금 당장 활용할 순  없지만 고교 에이스 출신 유망주들의 성장에 기대를 걸고 트레이드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2018시즌 이후 FA 자격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김세현

2018시즌 이후 FA 자격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김세현 ⓒ 넥센 히어로즈


또 최근 트레이드로 이적한 윤석민과 김세현 역시 공통점이 있다. 두 선수는 2018시즌 이후 FA자격을 얻을 수 있다. 이른바 '서비스 타임'의 종료가 임박한 선수들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FA를 눈 앞에 둔 주전급 선수들을 교환 카드로 활용해 잠재력이 뛰어난 유망주를 받아오는 트레이드가 흔하게 일어난다. 그러나 유망주 풀이 좁고 과감한 트레이드가 적은 KBO리그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유형의 트레이드가 아니었다. 이런 형태의 트레이드는 모구단의 지원없이 자력으로 생존해야 하는 넥센이기에 가능했다.

또한 넥센은 최근 수년 간 쓸만한 좌완 투수의 부재가 골칫거리였다. 넥센이 올 시즌 트레이드로 영입한 투수들은 김한별을 제외하면 전원 좌완투수다. 넥센이 좌완투수 갈증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했다.

 데뷔 첫 해 SK에서 넥센으로 이적해 선발투수로 활약하고 있는 좌완 김성민

데뷔 첫 해 SK에서 넥센으로 이적해 선발투수로 활약하고 있는 좌완 김성민 ⓒ 넥센 히어로즈


완벽한 전력을 구축한 팀은 없다. 어떤 팀이든 고질적인 약점이 있게 마련이다. 때로는 그 약점을 메우기 위해 거액 FA 선수를 영입해 전력 보강을 한다.

FA 시장가가 점점 치솟는 상황에서 자금 사정이 넉넉치 않은 넥센으로서는 FA 영입을 통한 전력 보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여러 사정상 넥센은 과감한 트레이드를 통해 지속 성장을 위한 활로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

프로 스포츠는 경쟁의 연속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우승 또는 생존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팀이 추구하는 방향이 확실해야 한다. 확실한 목표 없이 갈팡질팡하는 팀은 그 어느것도 이룰 수 없다. 지난 4번의 트레이드를 통해 넥센은 자신들의 지향점을 확실히 했다.

물론 이 시도는 참담한 실패로 귀결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주목해야할 대목은 지속적인 생존과 성장을 목표로 하는 넥센이 녹록치 않는 현실 속에서도 끊임없이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는 점이다. 프로 팀에게 가장 위험한 것은 도전 중 겪게 되는 실패가 아닌 방관이나 정체다. 그런 관점에서 넥센은 확실한 목표의식을 가진 보기드문 '프로' 팀이다.

[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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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원문: 이정민 /재정리 및 감수: 김정학 기자) 이 기사는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에서 작성했습니다. 프로야구·MLB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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