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인천항 중고차 수출, 수출단지 없어 계속 하락세

인천항 내항 부두에서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용 중고차들.
▲ 인천항 중고차 수출 인천항 내항 부두에서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용 중고차들.
ⓒ 김갑봉

관련사진보기


인천항은 한 때 중고자동차를 연간 37만대 수출할 정도로 중고차 수출산업의 메카 역할을 했다. 하지만 합법적 수출단지를 마련하지 못해 해외 바이어와 수출업체가 인천을 떠나면서 2012년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연수구가 송도 4블록(=송도유원지) 내 중고차 야적장의 불법건축물을 철거하면서 인천의 중고차 수출업체는 더욱 줄었다. 송도유원지 주변에 여전히 야적장이 운영되고 있지만, 개발이 진행되면 이 야적장 또한 사라질 전망이다.

인천시는 연수구 옥련동과 동춘동 일원 송도유원지 부지(=옛 송도해수욕장 등) 107만 4419㎡을 개발하기 위해 '송도유원지 도시관리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업체 선정을 지난 26일 공고했다.

중고차 수출이 활황일 때 인천항은 국내 중고차 수출의 80% 이상을 담당했다. 경인항 북단 경인아라오토단지와 인천 북항 인근 율도단지, 엠파크, 송도유원지 등, 단지 12개에 중고차수출업체 900여 개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송도유원지 인근에 있는 단지 5개만 남았고, 수출업체는 200여 개로 줄었다. 수출물량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중고차 수출물량은 2012년 37만 4393대(=약 2조 2934억원)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했다. 2013년 30만 7676대(=약 1조 7290억원)로 떨어졌고, 2014년 24만 2195대(=1조 3562억원), 2015년 20만 9477대(1조 1262억원)를 기록했다.

그나마 다행히 지난해 하반기 리비아가 우리한테서 수입해 '수단'으로 수출하는 길이 열려, 2015년보다 소폭 상승해 22만 9044대(1조 1516억원)를 기록했다.

일본 차 '우'핸들인데도 '좌'핸들 국가에 더 많이 수출

반면, 같은 기간 일본의 중고차 수출물량은 증가했다. 2012년 100만 4845대(약 7조 1561대)에서 2015년 125만 4074대(8조 4290억원)로 늘었다. 지난해엔 118만 9288대(7조 4469억원)를 수출, 세계 중고차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게다가 일본 자동차가 우(右)핸들 차량인데도, 좌(左)핸들 차량 국가에 많이 수출하고 있다. 한국의 수출국 상위 10개국은 모두 '좌'핸들 차량 국가다. 반면, 일본은 '우'핸들 국가 5개, '좌'핸들 국가 5개다.

그런데 일본이 한국보다 '좌'핸들 차량 국가에 '우'핸들 차량을 더 많이 수출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수출이 중복되는 '좌'핸들 차량 국가 7개(미얀마ㆍ러시아ㆍ아랍에미리트연합ㆍ칠레ㆍ키르기스스탄ㆍ몽골ㆍ필리핀) 기준 한국이 수출한 물량은 2012년 10만 1363대에서 2014년 5만 4079대로 반 토막 난 반면, 같은 기간 일본의 수출물량은 48만 4702대에서 58만 5970대로 10만대 넘게 늘었다.

즉, 인천항의 중고차 수출물량 감소는 수입국의 핸들 사용 여건보다는 인천항 주변의 중고차 수출산업 인프라 부족과 해외 바이어 이탈에 기인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인천항에서 4년 만에 약 14만대(1조원) 사라져

인천항에서 중고차 수출물량이 1만대 감소하면, 중고차 평균 수출단가 약 500만~600만원을 적용했을 때 매출 약 500억~600억원이 사라진다. 실제로 인천항에선 지난해 수출물량이 2012년보다 약 14만대 줄어, 2조 2389억 원에서 1조 1516억 원으로 1조 원 넘게 사라졌다.

여기다 경기평택항만공사의 공격적인 투자와 중고차 수출산업 유치는 인천항의 입지를 더욱 좁게 하고 있다. 경기평택항만공사는 평택항 배후 부지 143만㎡ 중 57만㎡(=약 17만 2400평)를 수입차 피디아이(PDI: pre-delivery inspection, 자동차가 소비자에게 인도되기 전 수행하는 검사) 전용 단지로 조성해 자동차클러스터를 꾀하고 있다.

PDI 전용단지와 자동차 전용 부두를 조성해 저렴한 임차료(㎡당 월 500~700원)를 제시해 인천의 PDI 업체들을 모두 끌어들였다. 폭스바겐ㆍ아우디ㆍBMW 등, 수입차 PDI 업체들이 모두 인천에서 사라졌다.

평택항은 PDI센터를 앞세워 중고차 수출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평택항에는 부두 길이가 290m에 달하는 자동차 전용 부두가 5개 있으며, 선석 한 개를 추가로 건설 중이다. 배후 부지를 제외한 부두 면적만 69만 2000㎡(약 21만평)에 달한다.

국제 해운업체 입장에선 PDI센터가 있는 평택항에 수입차를 하역한 뒤, 바로 그 부두에서 중고차 또는 현대ㆍ기아차, 한국지엠, 쌍용의 수출자동차를 선적하면 그만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인천항은 여러모로 위기인 셈이다.

 평택항에는 자동차 전용 선석(290m)이 네 개 있다. 배후단지를 제외한 이곳 면적은 69만 2000㎡다.
▲ 평택항 평택항에는 자동차 전용 선석(290m)이 네 개 있다. 배후단지를 제외한 이곳 면적은 69만 2000㎡다.
ⓒ 김갑봉

관련사진보기


인천항만공사, 남항에 자동차물류클러스터 조성 계획

이렇듯 국내 중고차 수출산업을 견인해온 인천의 중고차 수출산업이 합법 단지를 찾지 못해 위축되자, 인천항만공사는 중고차 수출산업 육성과 인천항 물동량 창출을 위해 지난해 '자동차물류클러스터 조성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이 연구용역 결과의 핵심은 현재 송도 4블록(=송도유원지)에 산재돼 있는 소규모 중고차 야적장을 대신할 '첨단 친환경 자동차물류클러스터'를 남항 인근 제1국제여객터미널 배후와 석탄부두에 단계적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인천항만공사는 남항 부두 일대의 컨테이너 야적장 부지를 활용해 총39만 6000㎡ 규모의 자동차물류클러스터를 3단계에 걸쳐 조성할 계획이다. 조성 시 주차타워와 경매장, 검사장, 세차장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2019년 상반기 인천 남항에 새 국제여객터미널이 개장하면, 현재 제1국제여객터미널과 항만 부지(=야드)가 비는 만큼, 비는 공간(11만 8000㎡)에 1단계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2022년엔 인접한 컨테이너 복합물류 창고(8만 5000㎡)에 2단계를, 2025년 석탄부두(19만 4000㎡) 이전 시 3단계 클러스터 조성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인천항만공사는 자동차물류클러스터 구축으로 1000억 원 규모의 생산유발효과와 신규 일자리 600여명 창출효과, 교통량 연간 12만대 감소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주민들이 우려한 남항 일대 교통 혼잡의 경우, 연구용역으로 충분히 검증했다. 교통량이 현재 16만대(트레일러)에서 4만대(카 캐리어)로 대폭 감소돼 교통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자동차 수출산업 외에도 수출산업 종사자 2000여명과 차량 매매 고객, 경매 참여 고객 등 유동인구 3000여명 유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주민 반대로 '난항'... "공동비교시찰 등으로 오해 해소"

하지만 인천항만공사의 자동차물류클러스터 구축 계획을 중구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주민들은 송도유원지의 중고차 야적장을 중구로 이전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으며, 중구의회는 지난 3월 '자동차물류클러스터 조성 반대 결의문'을 채택했다.

또한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이 인천시ㆍ인천지방해양수산청ㆍ인천항만공사 등과 개최한 정책간담회에 참석한 민주당 소속 중구의회 의장과 의원 등이 자동차물류클러스터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인천항만공사는 "자동차물류클러스터는 송도 야적장을 옮기는 게 아닌데, 오해가 확산됐다"며 "주민과 대화와 중고차 수출입 산업 선진지 공동 비교시찰로 오해를 풀겠다"고 했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인천항 자동차물류클러스터는 최첨단 친환경시설로 구성된다. 그런데 일부 주민이 오해하고 있다"고 한 뒤 "향후 주민간담회와 공동 국내외 벤치마킹으로 충분히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이견을 좁혀나갈 계획이다. 또한 지역 인재 채용과 사회공헌으로 지역과 상생하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항, #인천항만공사, #중고차 수출산업, #인천남항, #인천항 자동차물류클러스터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