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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여보! 한켠에 세우고 받아요. 제~ 발~!"
"걱정을 마시라우요. 이래 뵈도 멀티 플레이어라는 거..... 운전하며 전화 받는 거야 기본이지유!~~~"
"아니, 내가 불안해 못 살아. 제발, 차 세우고 받읍시다."
"여보! 여자랑 남자는 다르거등. 남자는 말야!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어."
"내가 말을 말아야쥐. 이거야 원!!"
"~~"

이렇게 나와 아내, 우리 둘의 논쟁은 전화를 끊고야 그친다. 운전하며 전화 받는 걸 질색하는 아내, 그런 아내가 재미있는 나, 우리는 이게 일상이다. 블루투스가 가능하던 차에서 불가능한 차로 옮겨 운전하면서 최근에 부쩍 늘어난 현상 중 하나다.

아내가 싫어하는 걸 알면서도 내 할 말을 계속한다. 학창 시절에도 수학 문제를 풀며 비틀즈의 <렛 잇 비>를 들었다는 둥, 라디오 방송 '밤을 잊은 그대에게'를 들으며 영어 공부를 했다는 둥, 책을 읽으며 TV를 보았다는 둥(이 말은 순전히 거짓말이다. 그땐 TV가 우리 집에 없었다), 조금은 과장된 이야기지만 내가 멀티 플레이어라는 걸 강조한다.

적게 일하라,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니

<단순함이 너의 모든 것을 바꾼다> (리오 바바우타 지음 / 허형은 옮김 / 경원북스 펴냄 / 2017. 6 / 215쪽 / 1만3000 원)
 <단순함이 너의 모든 것을 바꾼다> (리오 바바우타 지음 / 허형은 옮김 / 경원북스 펴냄 / 2017. 6 / 215쪽 / 1만3000 원)
ⓒ 경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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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리오 바바우타의 <단순함이 너의 모든 것을 바꾼다>를 읽으며 한 방 맞았다. 보기 좋게. 멀티태스크를 자랑하는 그대여! 아름다운 결과를 얻기 원한다면 싱글태스크를 해라,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적게 일해야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책에 대하여 이렇게 소개한다.

"이 책은 삶을 단순화하고 핵심에 집중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책이다. 어떻게 하면 더 적게 하면서 더 많이 성취할까. 어떻게 하면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그 집중력을 이용해 목표를 성취할까, 그 노하우를 가르쳐 주는 책이다. 한마디로 얼마나 많이 하느냐보다는 얼마나 제한하느냐에 초점을 맞춘 책이라고 할 수 있다."(11쪽)

이 시대를 사는 사람은 대부분 멀티 플레이어임을 자랑한다. 하도 복잡한 세상이다 보니 한두 가지 일로는 직성이 안 풀린다. 한 번에 적어도 두세 가지를 해야 일을 한 것이라 느낀다. 컴퓨터 기기 또한 멀티태스킹이 기본이다. 그런데 저자는 그래 가지고는 아무것도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덜 하기'가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한 법칙이 있다.

1. 제한 두기
2. 핵심 파악하기
3. 단순화하기
4. 집중하기
5. 습관들이기
6. 작은 것부터 시작하기 (10쪽)

책은 이 6가지를 어떻게 할지 일러주고 있다. 핵심을 파악하고 나머지는 과감히 버리라고 말한다. 일의 단순화 작업이야말로 현대인이 바쁜 일손을 멈추고 새겨 들어야 할 충고가 아닌가 생각한다. 아침에 출근하여 너무 많은 일 더미에 치어 지내다 녹초가 되어, 그것도 밤중에 퇴근하는 우리네 풍습(?)은 어딘가 문제가 있긴 하다.

저자는 제한을 두면 핵심적인 것만 선택하게 되고 핵심적인 것을 추려내기만 하면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럼 어떻게 핵심을 파악할 것인가, 어떻게 핵심에 집중할 것인가, 바로 그걸 말하는 게 <단순함이 너의 모든 것을 바꾼다>는 책 내용이다.

질문을 통해 핵심파악하기... 싱글태스킹으로 전환하기

저자는 우선 질문을 하라고 충고한다. 핵심을 가려내기 위해 필요하다는 질문은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있는지, 내 목표가 무엇인지, 나는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언지, 어떤 게 가장 큰 효과를 가져다줄지, 장기적인 효과가 가장 큰 것은 무언지, 필요한 것인지 원하는 것인지, 그런 후 비핵심적인 것을 버리고 이 과정을 반복하라고 한다.

저자는 이어 '덜 하기' 위해 하나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멀티태스킹'에 대한 기존의 입장에 매스를 가한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면 더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다며, 이를 '싱글태스킹'이라고 정의한다. 몰입할 수 있는 건 멀티태스킹이 아니라 싱글태스킹일 때 가능하다고 한다.

"초고속 테크놀로지의 시대인 지금, 우리는 정보에 짓눌려 숨을 헐떡이고 시간이 모자라서 또 헐떡거린다. 하지만 인간은 애초에 이 모든 것을 감당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지나친 업무량을 못 이겨 우리의 정신과 신체 시스템은 무너져버릴 것이다. 그 대안으로 나는 '싱글태스킹'을 제안한다.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신경을 쏟고 최대한 일을 단순화해 능률을 향상시키고 마음과 몸의 건강도 유지하는 것이다."(50쪽)

요즘 세상은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하는 '멀티태스킹'의 세상이다. 멀티 플레이어가 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시대에 반하는 저자의 이론이 왜 이리 설득력이 있어 보일까. 점점 사람들은 멀티태스킹에 지쳐가고 있음이 현실이다. 당연히 그의 아날로그 인식이 힘을 받는 이유다.

한 술 더 떠, 아날로그의 삶을 장려하기까지 한다. 예를 들면, 종이 수첩을 이용하여 스케줄 관리를 하라고 한다. 두꺼운 스케줄러나 복잡한 컴퓨터 프로그램 대신 단순한 달력에 메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추천한다. 실은 밖에 나가 일하다 간단히 체크할 게 있는데 휴대폰의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게 더 느릴 때가 있다. 충분히 저자의 충고가 수긍이 간다.

저자는 인터넷 접속 충동 또한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방법의 일환으로 일주일 동안 인터넷 접속을 끊어보기를 추천한다. 안 되면 강제로라도 '오프라인 시간'을 정해 놓는 게 좋다고 한다. 실은 정보의 바다에서 헤매는 인터넷 중독자가 꽤 많은 게 현실이다. 인터넷이 일의 능률을 올려주는 게 아니라 쓸데없는 시간 낭비로 흐르기 십상이다.

그래서 저자가 주장하는 탈디지털 즉 아날로그로의 회귀가 더 능률적일 수 있다. 쓸데없는 정보로 가득한 인터넷의 바다에서 헤매기보다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아 몰두한다면 목표 달성이 훨씬 쉬워질 것이다. 인터넷이나 과도한 스케줄에 지배당하는 삶보다는 저자의 주장대로 단순하고 간결한 '미니멀리즘' 시간 관리가 꽤나 설득력이 있다.

저자는 멀티태스킹 시대에 싱글태스킹으로의 전환은 부단한 훈련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쉬운 것부터 시작하고 이 훈련을 지속하라고 말한다. 최고의 동기 부여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열심히 하는 사람이 좋아서 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저자도 좋아하는 일을 하되 단순화하고 몰입하라고 말한다.

책을 읽으며 멀티 플레이어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게 좀은 부끄러워진다. 그러니 뭐 하나 우뚝 솟은 결과가 없지 않았나 싶어 말이다. 집중과 몰입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저자의 표현으로 글을 마치겠다.

"적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하는 법을 배우라는 게 아니다. 정작 배워야 할 것은 어떤 일이든 제대로 하는 것, 그리고 정말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이 두 가지다. 이 단순한 조합이 일의 효율이나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그건 차치하더라도 페이스를 늦추기만 해도 인생에서 무엇을 성취하건 우리의 삶은 훨씬 풍요로워질 것이다."(170쪽)

덧붙이는 글 | <단순함이 너의 모든 것을 바꾼다> (리오 바바우타 지음 / 허형은 옮김 / 경원북스 펴냄 / 2017. 6 / 215쪽 / 1만3000 원)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단순함이 너의 모든 것을 바꾼다

리오 바바우타 지음, 허형은 옮김, 경원북스(2017)


태그:#단순함이 너의 모든 것을 바꾼다, #리오 바바우타, #싱글태스킹,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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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행복이라 믿는 하루가 또 찾아왔습니다. 하루하루를 행복으로 엮으며 짓는 삶을 그분과 함께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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