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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와 송혜교가 오는 10월 말 결혼을 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이들의 결혼을 '송송 커플'이라고 명명해 부르고 있습니다. 어느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들의 결혼식을 자신들의 지방에서 치르게 하려 발 벗고 나섰다고 합니다.

젊은 남녀가 마음 졸여가며 알게 모르게 키워왔을 사랑이 가정까지 이루는 결실을 맺는다고 하니 듣기도 좋고 보기도 좋습니다. 하지만 좀 알쏭달쏭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만약 이들이 조선시대 사람이고, 조선시대에 만난 연인이라면 단지 성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결혼은커녕 장 60대를 맞는 곤욕을 치러야 했을 겁니다. 이미 결혼을 했더라도 이혼을 해야 했을 거고요.

■동성혼(同姓爲婚)
같은 성으로 혼인한 자는 각각 장 60을 치고 이혼시킨다.
凡同姓爲婚 各杖六十 離異 - <이혼법정에 선 식민지 조선여성들> 488쪽

얼마 전, 서울가정법원에서 내로라하는 재벌 집 딸이 청구한 이혼을 받아들이고 남편이었던 남자에게 86억 원의 재산을 분할해 주라고 판결했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이 또한 조선시대라면 여자는 단순히 여자가 이혼을 청구했다는 이유만으로 '남편을 배반한 죄'로 처벌을 받아야 했을 겁니다.

여성의 경우에는 이혼 자체가 불가능했다. 심지어 남편에게 분명한 잘못이 있더라도 아내는 이혼을 제기할 수 없었다. 만약 이를 어기고 남편에게 이혼을 청구하면 『대명률大明律』에 따라 '남편을 배반한 죄로 처벌받았다. - 69쪽

<이혼법정에 선 식민지 조선여성들>

<이혼법정에 선 식민지 조선여성들> / 지은이 소현숙 / 펴낸곳 ㈜역사비평사 / 2017년 7월 1일 / 값 35,000원
 <이혼법정에 선 식민지 조선여성들> / 지은이 소현숙 / 펴낸곳 ㈜역사비평사 / 2017년 7월 1일 / 값 35,000원
ⓒ ㈜역사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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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법정에 선 식민지 조선여성들>(지은이 소현숙, 펴낸곳 ㈜역사비평사)은 식민지 시대를 전후한 이혼제도에 대한 연구결과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요즘의 시대적 가치로 봐서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던 게 조선시대였습니다. 그런 조선시대에도 이혼은 있었습니다.

남자는 여자를 버릴 수 있는 이유가 많았습니다. 소위 칠거지악이라고 해서 아들을 낳지 못하는 것도 여자에게는 버림을 당할 이유가 됐습니다. 시부모에게 순종하지 않고, 질투를 하는 것도 남자에게는 아내를 내쫓을 명분이 됐습니다.

양반과 상민으로 엄격히 구분돼 모든 게 양반이 좋은 쪽으로 흘러갔지만 이혼만큼은 그렇지 않았나 봅니다.

양반집 아낙들이 명분과 집안체면에 얽혀 지옥살이 같은 시집살이를 하며 그 집 귀신으로 살아야 했던 반면 서민층 아낙들에게는 일말의 여지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주로 서민층에서 행해졌던 사정파의事情罷議나 할급휴서割給休書의 습관이 이를 보여준다. 사정파의란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남편과 아내가 서로 대면하며 부부 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사정을 설파하고 결별의 말을 하여 상호 응낙한 후에 이혼하는 것을 말한다. 휴서란 이연장離緣狀을 일컬으며, 할급휴서란 가위로 상의의 옷깃을 잘라 그 한쪽을 배우자에게 주어서 이혼의 표징으로 삼는 것이다. - 68쪽

정표로나 줄법한 옷깃 한 조각을 이혼의 표징으로 건넸다고 하니 정서적 이질감이 시대를 초월하는 느낌입니다. 

이혼 청구하는 원고, 90%가 여성

식민지가 되고, 일본 제도가 들어오면서 이혼과 관련한 문제들도 하나 둘 법 조항으로 제도화되기 시작합니다. 그동안 관습법에 따라 억제되고, 관습법에 따라 이뤄지던 이혼이 법이라는 심판대에 서기 시작하며 이혼을 청구하는 원고의 90%가 여성이었다는 점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1910년대에 이혼소송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원고의 90% 이상이 당시 이혼청구권이 부여되지 않았던 여성이라는 사실은 이혼법 개정 과정을 단순히 일제의 의도로만 볼 것이 아니라 조선사회 내의 변화라는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를 제기한다. - 64쪽

책은 크게 세 부분, 근대적 이혼제도의 도입과 이혼 실태, 자유이혼론의 수용과 이혼관의 변화, 이혼소송 및 기타 소송의 분석으로 구분해 싣고 있으며 이혼 이후 여성의 삶을 다룬 내용까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당시의 상황을 담고 있는 각종 판결문과 자료, 연구결과물, 언론보도 내용, 잡지 등을 기반으로 한 사례와 통계로 식민지를 전후한 이혼제도의 변천사, 사회적 인식변화 등을 광범위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이혼당한 여성은 남의 집 침모, 행랑어멈, 방물장수, 공장 노동자 등 하층민의 삶을 살아가면서 노동 생활을 전전하거나 남의 첩이 되는 길 외에 다른 출로를 찾기가 어려웠다. 따라서 재혼이 어려웠던 중산층 여성에게는 이혼 자체가 하층으로 전락하는 일이기 때문에 더 크게 비관하고 자살했던 것으로 보인다. - 154쪽

부록으로 이혼과 밀접한 내용, 대명률, 경국대전, 속전, 민적법, 조선민사령, 조선호적령, 일본민법, 조선형사령, 일본형법 형사소송법 등에 수록돼 있는 조문들을 정리해 놓고 있어 식민지 시대를 살던 여성들이 법정에서 다투던 것은 단순한 이혼이 아니라 인간답게 살기 위한 처절한 성 독립운동이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혼법정에 선 식민지 조선여성들> / 지은이 소현숙 / 펴낸곳 ㈜역사비평사 / 2017년 7월 1일 / 값 35,000원



이혼 법정에 선 식민지 조선 여성들 - 근대적 이혼제도의 도입과 젠더

소현숙 지음, 역사비평사(2017)


태그:#이혼법정에 선 식민지 조선여성들, #소현숙, #㈜역사비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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