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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캘로그, 쓰레기 제로 라이프 스타일 블로거
▲ 캐서린 캘로그, 쓰레기 제로 라이프 스타일 블로거 캐서린 캘로그, 쓰레기 제로 라이프 스타일 블로거
ⓒ 조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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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의 산뜻한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오는 7월 초, 샌프란시스코 근처의 발레호에서 '고잉 제로 웨이스트' 블로그를 운영하는 캐서린 캘로그를 만났다. 캐서린은 2015년 캘리포니아로 이사 온 후 2015년 1월 25일부터 쓰레기 제로 라이프를 살고 있다. 지난 2년간 캐서린이 만든 쓰레기는 내 손만 한 크기의 유리병에 다 들어 있다. 그는 발레호에서 남편 저스틴과 시베리안 허스키 개 한 마리와 살고 있다.

캐서린은 20대 초반에 유방에서 6개의 종양을 발견했고, 치료 과정에서 채식주의자가 됐다. 다행히 종양은 사라졌지만, 젊은 나이에 왜 몸에 종양이 자란 건지 궁금했다. 평소에 쓰던 샴푸, 화장품, 세제 등 생활 화학제품을 조사해 봤고, 가공 음식 섭취를 줄였다. 그 과정에서 환경 호르몬 문제, 플라스틱 쓰레기가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알게 됐고 조금씩 쓰레기 제로 라이프에 관심을 가졌다.

"몸이 아프기 전에는 내가 쓰는 물건이 어디서 왔고, 다 쓴 후 어디로 가는지, 성분은 뭔지 그런 거 하나도 관심 없었어요. 그런데 당장 내 몸이 아프니까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몸이 다 낫고 난 후에도 동네 길거리에 널려 있는 쓰레기, 악취가 정말 신경 쓰이더라고요."

캐서린 캘로그, 쓰레기 제로 라이프 스타일 블로거
▲ 캐서린 캘로그, 쓰레기 제로 라이프 스타일 블로거 캐서린 캘로그, 쓰레기 제로 라이프 스타일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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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을 만나기로 한 날은 마침 농산물 직거래 장터가 열리는 토요일 오후였다. 캐서린과 같이 장을 보러 나섰다. 캐서린은 나뭇잎을 엮어 만든 커다란 장바구니를 들고 나타났다. 캐서린의 장바구니에는 스테인리스 통 1개, 12개 달걀을 넣는 종이 상자 1개, 마실 물이 든 유리병 1개, 끈 주머니 3개, 헝겊 주머니 1개가 들어 있었다. 플라스틱 용기는 없었다.

우리는 먼저 오이와 토마토를 샀다. 판매자는 캐서린이 따로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토마토와 오이를 비닐봉지에 담지 않고 캐서린이 내민 줄 주머니에 담았다. 캐서린이 자주 들르는 야채 가게였고, 판매자는 이미 캐서린의 소비 습관을 알고 있었다.

달걀 판매 가판대에 가서는 가방에 들어 있던 빈 달걀 종이 상자를 꺼내 생산자에게 돌려주고, 다시 달걀 한 상자를 샀다. 누구도 캐서린의 행동에 질문 하지도, 불편해 하지도 않았다. 상추를 사러 갔는데, 상추는 이미 비닐포장지에 들어 있었다. 캐서린은 상추를 비닐봉지에서 꺼내 헝겊 주머니에 담았고, 비닐봉지는 판매자에게 돌려줬다.

딸기 시식코너에도 들렸다. 다 먹은 딸기 꼭지를 버리려고 판매자가 준비한 쓰레기통을 보니 음식물 쓰레기, 일반 쓰레기가 뒤섞여 있었다. 캐서린은 딸기 꼭지를 그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고 근처 나무 화단에 버렸다. 작은 딸기 꼭지지만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면 매립지에 묻혀 악취 나는 쓰레기가 되고, 나무 화단에 버리면 햇빛에 말라 땅 속으로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마지막으로 피자가게에 갔다. 캐서린은 유제품 알레르기가 있어 치즈를 먹지 못하는데 왜 피자가게에 들렀나 궁금했다. 캐서린은 스테인리스 통을 내밀며 "피자 반죽만 살게요"라고 했다. 가게 종업원들은 캐서린의 그런 행동이 익숙한 듯 2달러만 받고 피자 반죽을 스테인리스 통에 넣었다.

캐서린의 장바구니는 꽤 묵직했지만, 그 안에 버릴 것은 하나도 없었다. 모두 다 재사용 할 수 있는 용기밖에 없었다. 캐서린이 쇼핑하는 동안 아무도 캐서린의 행동에 짜증 내지도 않았고, 안 된다고 플라스틱 봉투에 담으라고 강요하지도 않았다. 

"쓰레기 제로 라이프 스타일이 거창하고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어요. 사람들은 어떻게 제가 2년 치 쓰레기를 조그만 유리병에 넣는지 궁금해 하고 자기들은 절대 못 한다고 해요. 사실 쓰레기 제로 라이프는 거창하지 않아요. 하루를 시작하며 집을 나가기 전 2초만 생각해 보세요. '오늘 내가 누굴 만나지', '오늘 내가 어디에 가지', '오늘 내가 뭘 먹지'. 그에 따라 필요한 물건을 미리 집에서 챙기면 돼요. 알레르기 비염이 심한 남편, 저스틴은 집을 나가기 전에 늘 손수건을 챙겨요. 식당에 가서도 종업원에게 '빨 때 빼고 주세요'라고 말하기만 하면 돼요. 아주 잠깐이면 돼요."

손수건과 텀블러를 챙기는 작은 행동이 '중요'

캐서린이 인터뷰 내내 강조한 건 꼭 쓰레기 제로 라이프 블로거들처럼 쓰레기를 유리병에 다 담는 완벽한 쓰레기 제로 라이프를 하겠다고 매달리기보다, 손수건과 텀블러를 챙기는 작은 행동 하나가 중요하다는 거였다.

"완벽해지실 필요 없어요. 완벽해지려고 하면 스트레스받고 쓰레기 제로 라이프를 살기 힘들어요. 여러분이 만드는 어떠한 작은 행동도 쓰레기를 줄이는데 다 의미가 있어요. 좋아하는 제품이 있는데 그 제품이 과대포장 용기에 담겨 있어서 싫다면, 해당 회사에 전화를 걸어서 소비자의 권리를 행사하세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자는 결국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할 수밖에 없어요. 많은 사람이 지속적으로 같은 요구를 하면 생산자는 자신들의 상품을 바꿀 수밖에 없어요."

사실 캐서린이 사는 샌프란시스코 지역은 쓰레기 제로 라이프를 실천하기 몹시 어렵지 않다. 쓰레기 제로 라이프에 맞는 상품을 파는 가게만 이용하면 된다. 레인보우 그로서리 같이 생화학분해 가능한 플라스틱 용기에 물건을 담아 파는 가게가 종종 있다. 캐서린이 자주 이용하는 '크레도 뷰티'라는 가게에서는 화장품을 유리병같이 재활용 가능한 용기에만 판다.

캐서린 캘로그, 쓰레기 제로 라이프 스타일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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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에서는 영수증이나 입장권을 환경 호르몬 BPA가 묻어 있는 감열지가 아니라 고객의 이메일이나 핸드폰으로 보내주는 가게들도 더러 있다. 나도 자전거 대여를 하러 갔을 때, 자전거 가게에서 영수증을 이메일로 보내줬다. 미국에는 재사용 용기에 물건을 담아 판매하는 온라인 샵들이 꽤 많다. 캐서린에게 "당신은 샌프란시스코같이 쓰레기 제로 운동에 적합한 곳에 사니까 쓰레기 없이 살 수 있는 거 아니에요?"라고 물었다.

캐서린은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요즘 제가 하고 있는 도전이 일반적인 슈퍼마켓에서 물건 사는 거예요. 그 때문에 요즘 완벽하게 쓰레기 제로 라이프를 하고 있지는 못해요. 일반 슈퍼에서 물건 살 때도 완벽히 쓰레기를 줄일 방법이 있죠. 야채나 과일을 살 때 꼭 비닐봉지에 넣어서 무게를 잴 필요 없어요. 플라스틱 제품에 든 것보다는 재활용률이 높은 캔에 든 상품을 사는 게 좋죠. 플라스틱 그물주머니에 든 레몬보다는 개별로 놓여 있는 레몬을 사면 돼요."

캐서린을 만나기 전 쓰레기 제로 라이프는 굉장히 어려운 것 같아 보였다. 고작 4일 동안 쓰레기 제로 라이프를 했는데 매일 버리게 되는 영수증, 버스 티켓 등이 잔뜩이었다. 어쩌다가 플라스틱 포크를 사용한 날은 약간 죄책감도 들었다. 캐서린은 그런 내게 완벽해지려고 할 필요 없다, 여행하면서 쓰레기 제로 하는 건 분명 어려울 거다, 텀블러와 손수건 가지고 다니는 것만 해도 잘 하는 일이라며 격려했다.

캐서린은 쓰레기 제로 라이프가 행동의 작은 변화일 뿐이라고 했지만, 손바닥만 한 유리병에 2년 치의 쓰레기를 넣는 캐서린이 대단하게 보인다. 캐서린은 플라스틱 봉지에 들어있는 과자를 먹지 않고, 채소와 과일 위주로 먹는다. 채소와 과일 찌꺼기, 화학물질이 묻지 않은 종이 쓰레기는 뒷마당에서 퇴비로 만든다.

캐서린은 크레도 뷰티를 이용하긴 하지만 아이라이너와 마스카라를 직접 만들어서 유리병이나 깡통에 담아 쓴다. 캐서린의 행동을 하나하나 다 따라 하는 건 여행 중인 나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캐서린이 말한 것처럼 쓰레기를 하나도 만들지 않으려고 완벽해지려고 하기보다는 손수건, 물병, 스테인리스 컵을 매일 가지고 다니며 작은 행동의 변화를 실천하면 된다. 앞으로 여행하며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캐서린 흉내를 내보고 싶다. 지구를 위해, 나의 건강을 위해, 그리고 쓰레기로 고통받는 동물과 가난한 이웃을 위해서.

구글에서 'Going zero waste'를 검색하면 캐서린의 블로그를 찾을 수 있다. 캐서린의 블로그에는 DIY 마스카라, 아이라이너 만드는 법 등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게 안내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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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미국여행, #샌프란시스코, #세계일주, #쓰레기, #지속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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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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