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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월급은 정의로운가> 책표지.
 <우리의 월급은 정의로운가> 책표지.
ⓒ 루비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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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26일,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를 하다 참변을 당한 예비청년 김 군의 5월 월급은 144만 6천원(월급명세서 참고)이었습니다. 세금을 제외하고, 휴일수당, 연장근무수당 등등 이것저것을 합한 금액이라는데요. 김 군의 기본급은 130만원. 당시 최저임금 6030원을 월급으로 계산했을 때의 금액인 126만 270원보다 4만 원 가량 많았습니다.

사실 김 군과 비슷한 수준의 월급을 받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아니 훨씬 열악한 수준의 월급 또는 임금을 받는 사람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이란 게 있지만 그보다 적은 액수를 받으면서도 그나마의 일자리마저 잃을까 항의 한마디 못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요. 지방의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는 것도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그러니 김 군의 월급을 이야기함이 새삼스럽다, 대체 뭐가 문제라는 걸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김 군의 월급과 관련해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김 군이 원래 받아야 할 돈은 240만 원이었다는 것.

김 군이 일한 현장인 서울메트로가 김 군과 같은 기계정비공 87명 월급으로 매달 240만 원을 꼬박꼬박 지불해왔다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김 군은 왜 턱없이 모자라는 월급을 받았을까요? 서울메트로와 외주 계약을 맺은 은성PSD란 용역업체가 관리비 명목으로 매달 110만 원을 챙겼기 때문입니다.

4대강 공사를 따낸 건설사는 정부로부터 덤프트럭 임대료로 주겠다고 80만원 받아가서 실제로 조주각 씨에게 준 돈은 52만원이었습니다. 28만원 누가 먹은 거죠? 철근 타설 작업에도 품셈에는 1톤 타설하는데 25만원 인건비를 책정해 놨지만 4대강 공사장에서 실제 지급된 인건비는 12만원이었거든요. 4대강에서 건설사들이 너무 해먹은 거 아니냐는 의심이 당연히 들겠죠. 그래서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이 공사 원가를 공개해라, 소송까지 걸었지만 그건 건설사들의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여전히 거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대기업들이 계열사로 건설사 하나씩은 다 두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인건비를 떼어먹기가, 그래서 비자금으로 만들기가 다른 어떤 사업보다 쉽기 때문이거든요.-34~37쪽에서.

4대강 공사도 국민들의 세금이 투입된 경우인데요. 덤프트럭 노동자인 조주각씨가 일당으로 받은 52만원에서 기름값과 보험료, 차량수리비 등을 계산하고 손에 쥔 돈은 4만원.

김 군과 조주각 씨의 사례를 접하며 '뭣이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혹은 '해도 해도 너무 한다'라고 생각할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의 현실은 어떨까요?

<우리의 월급은 정의로운가>(루비박스 펴냄)는 26년차 베테랑 기자가 고발하는 '우리 사회 임금의 불평등'입니다.

책에 의하면 미국도 우리처럼 공공기관들의 일자리 일부를 은성PSD와 같은 외주업체에게 맡긴다고 합니다. 우리처럼 위험요소가 많거나 힘든, 그리하여 사람들이 꺼려하는 청소나 경비 같은 것들을요. 그러나 우리와는 전혀 다른 관련법이나 장치들 덕분에 노동자들이 임금을 당연하게 받는다고 합니다.

'청소미화원은 시간당 23.85달러, 비무장 경비원은 13.35달러' 등처럼 100여 개 직종마다 일의 위험성이나 어려움 등을 기준해 적정임금을 정해 따르도록 하고 있다는데요. 나아가 외주업체들이 정부가 정해놓은 노동자들의 월급을 맘대로 깎을 수 없도록 하는 '프리베일링 웨이지(Prevailing Wage)'란 제도를 제정, 철저하게 관리한다고 합니다.

적정임금제도를 지키지 않거나, 관련하여 조금이라도 어겼을 경우 과중한 벌금은 물론이고 3년간 모든 공공기관과 이익을 위한 어떤 계약도 하지 못하도록 과도한 패널티를 부여함으로써 돈을 벌려면 관련법들을 지킬 수밖에 없도록 유도한다고 합니다.

의료보험 등과 같은 부가 복지비용들을 따로 부담해주도록 하고 있고요. 4대강 공사에 투입된 조주각씨와 같은 현장 노동자들의 경우 우리처럼 비가 오면 한 푼도 벌지 못하는 공치는 날이 아닌 월급처럼 보장해 주도록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권고사항으로 되어 있어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 기득권의 배만 불리는 결과로 흐르기 일쑤입니다. 여하간 우리의 현실과 달라도 너무 달라 부럽기만 합니다.

<우리의 월급은 정의로운가>는 저자 홍사훈씨가 2008년부터 모 TV의 임금과 노동, 고용 관련 시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제작, 방송을 위해 취재한 것들을 바탕으로 엮은 책입니다.

3부로 구성, 1부에서는 김 군이나 조주각씨와 같은 사례들을 통해 공적자금이 투입된 현장의 부당한 임금현실과 국가의 관련법 제도 부실과 관리부실을, 2부에서는 '중소기업 월급은 대기업보다 당연히 적어야 하는 걸까?'란 제목으로 우리의 불평등한 경제구조와 그로 인한 부당한 임금을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3부에서는 '치킨집 사장은 죄가 없어요'라는 제목으로 최저임금 관련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을 조목조목 짚어줍니다.

책 전반에 걸쳐 다양한 노동현장과 노동자들의 사례로 설명하는데다, 노동자들이나 하청업체 운영자, 관련 문제 연구원, 최저임금 위원 등, 국내·외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인터뷰를 실어 이해가 쉽도록 했습니다.

나아가 대안까지 제시하는데, 미국이나 유럽 여러 나라들의 바람직한 노동조건과 임금 현실, 국가의 다양한 개입 사례 등 취재가 바탕이 되고 있어서 훨씬 현실성 있게 와 닿았습니다.

아마도 김 군이 같은 일을 하는 미국의 노동자였다면 그와 같은 참변도 당하지 않았을 것이고, 자신의 월급 절반을 누군가의 배를 불리는 부당한 돈으로 어처구니없게 빼앗기지도 않았겠지요. 국가의 적절한 개입이나 어느 정도의 역할은 그래서 중요하기만 합니다. 저자는 시종일관 이처럼 중요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며 말합니다.

에이~ 선진국과 역사적ㆍ문화적 차이가 있는데 그게 일대일로 비교가 되겠어? 그거 아니더라고요. 역사적ㆍ문화적 차이가 아니라 국가의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였습니다. 이 책이 시종일관 주장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입니다. 정책과 제도를 만드는 그 나라 정부가 누구의 입장에서 그 정책과 제도를 만드느냐에 따라 그 나라가 포용적이냐, 착취적이냐, 그리고 선진국이냐, 후진국이냐로 갈라졌습니다. 우리가 역사적·문화적 차이 때문에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였습니다. 왜 안 하냐고요? 본문을 들여다보시면서 많이 '열 받으시기' 바랍니다. 이 책을 읽은 여러분이 우리사회 소득의, 임금의 불평등에 대해 많이 분노하셨으면 합니다. 국가가 눈감고 하지 않은 일에 대해 왜 분노해야 하는지 느끼셨으면 합니다. - '들어가는 말'에서.

아마도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노동의 대가인 임금에 대한 책인 만큼 함께 읽는 사람들이, 그리하여 과연 우리의 임금은 얼마나 솔직하며, 그리고 정의로울까?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합니다. 아니 저자의 말대로 우리의 임금 현실과 국가의 관리 태만에 분노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합니다. 그래야 바뀔 테니까요!

덧붙이는 글 | <우리의 월급은 정의로운가>(홍사훈) | 루비박스 | 2017-07-01 ㅣ정가 12,000원



우리의 월급은 정의로운가

홍사훈 지음, 루비박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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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