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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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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에 대해, 남용금지와 차별금지를 많이 이야기한다. 남용금지가 정규직을 써야 할 일자리에 비정규직을 쓰는 것을 금지하는, 흔히 말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의미한다면, 차별금지는 비정규직을 쓸 경우 정규직과의 차별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2006년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는 과정에서 노동계 안에서도 비정규직 보호의 초점을 남용금지에 둘 것인지 차별금지에 둘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있었다는 것을 보더라도 차별금지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중요한 한 축임에 틀림없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한 축, 차별금지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총액은 2015년 기준 146만 7천 원으로 정규직의 54.4%에 불과했다. 비정규직의 주당 근로시간이 35.9시간으로 정규직의 44시간에 비해 적다는 것을 감안해도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의 임금격차가 아주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구나 비정규직의 사회보험 적용비율은 국민연금이 36.9%, 건강보험이 43.8%, 고용보험이 42%로 정규직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한국 노동시장의 양극화 현상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사업주들이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데는 저임금 등으로 인건비를 줄이려는 것이 주요 이유이기는 하나, 업무의 계절성·전문성 등 노동수요의 단속성이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단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비정규직은 정규직화를 통한 남용금지로 해결될 수 있지만, 업무의 단속성으로 인한 비정규직 사용은 차별금지와 같은 노동조건의 공정성 확보가 중요한 해결 방안이 될 것이다.

더구나 남용금지와 차별금지는 상호 분리된 해결방안이 아니다. 비정규직 차별을 엄격히 금지할 경우, 단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사업주들에게 그 이유를 없앰으로써 비정규직 사용 자체를 줄일 수 있는 효과도 있다.

그렇다면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해소는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적용이 가장 중요한 방안이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란, 직무에 관계없이 동일가치노동을 수행하는 노동자들은 동일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것으로, 미국 등에서 남녀 임금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사용되기 시작한 원칙이다.

남녀 임금차별 해소를 위해서 처음부터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확립되었던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으로 출발하였으나, 남성과 여성의 직무가 분리되어 있는 현실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여성운동을 중심으로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조금 더 진전된 '유사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거쳐 직무가 다르더라도 동일가치노동의 경우에는 동일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이 정립된 것이다.

미국의 기준을 채택하여 한국에서도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8조에서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명시하고 있으며, 동일가치노동의 기준으로 '직무 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및 작업 조건'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사업주가 임금차별을 목적으로 설립한 별개의 사업은 동일한 사업으로 본다'고도 명시되어 있다. 기술, 노력, 책임, 작업조건에 대한 기준을 확립하면, 남성 기술자와 여성 어린이집 교사의 직무도 상대적 가치가 얼마인지 계산할 수 있으며 이 상대적 가치에 따라 임금을 비교할 수 있는 것이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성별로 분리된 남녀임금차별의 경우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차별에 훨씬 용이하게 적용될 수 있다. 시설관리, 청소와 같이 과거 정규직이었던 직무가 비정규직화 되었거나, 정규직의 직무를 약간 변형하여 비정규직 직무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남녀 간보다 비교의 대상이 더 명확하다.

궁극적인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위하여

현재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는 정규직과의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제노동자에 대한 차별 대우를 금지하고 있는데, 사업장 내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는 동일노동의 개념보다는 조금 넓지만 한 직무 전체를 비정규직화 하는 상황에서는 비교가 어렵다. 따라서 우선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법률에서도 남녀평등을 위한 법률과 마찬가지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명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법적 명시만으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도 노동조합, 사업주, 전문가들이 함께 팀을 구성하여 장기간에 걸친 조사와 합의를 통해 평가절하되어 왔던 여성의 임금을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맞게 올리는 과정이 전개되었다. 이러한 노력들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2015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남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하나의 사업장이 아닌 동일한 사업주가 운영하는 모든 사업장으로 비교대상을 넓히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법률 명시와 이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노사의 노력이 성공에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으나, 한국 상황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방안들이 필요하다.

첫째, 이 원칙의 적용대상을 간접고용 노동자까지 확대하여 대기업 정규직과 직접 비교할 수 있도록 하고, 현재 차별시정기관인 노동위원회에 조사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또한 비정규직 당사자만이 아니라 정규직 노동조합이나 노동위원회도 차별소송의 주체로 인정하는 등, 직접적으로 이 원칙의 적용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둘째, 동일가치노동 판단을 위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고용공시제에 임금 등을 포함하여 전 사회적으로 임금격차에 대한 현상을 파악하고, 공공부문부터 정규직·무기계약직·비정규직을 포괄하는 직무평가 틀을 마련해야 한다. 민간부문에서도 대표적 업종의 벤치마킹 직무에 대한 직무평가를 정부 지원으로 실시해야 한다. 이렇게 실시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기초적 직무평가 결과는 직무평가 사이트의 형태로 구축하여 산업전반으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법처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동일 사업주의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 제안하고 있는 것처럼, 특히 대기업에서, 간접고용까지 그 비교대상을 확대하는 것으로는 사회 전반적으로 비정규직에 대한 임금차별을 해소하기 어렵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기업주를 뛰어넘어 산업별 혹은 업종별로 임금을 비교하고 평가하기 위한 중장기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완전한 실현은 오랜 동안의 지속적인 노력을 필요로 할 것이다. 그러나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공동체의 균열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 현실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소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새로운 정부가 비정규직의 남용금지뿐 아니라 차별금지와 관련해서도 당장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과제들이 있다. 간접고용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비롯한 최소한의 노동조건 준수를 원청 사용자가 공동으로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이나, 고용공시제의 확대·강화, 공공부문의 직무평가 시행 등 행정적 의지로 가능한 일들이 있다. 이러한 행정적 실천은 평등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염원을 모음으로써 국회에서의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법적 명시와 관련 법 제·개정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혜진님은 세종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입니다. 이 글이 실린 <참여사회> 7~8월 합본호는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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