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13일 외교부 회의실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들과 만나 "주무부처는 외교부"라고 강조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13일 외교부 회의실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들과 만나 "주무부처는 외교부"라고 강조했다.
ⓒ 허영주 가족 공동대표

관련사진보기


"해외 재난에 대한 주무부처는 외교부입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13일 오후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들을 만나 강조한 말이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들이 대한민국 외교부장관에게서 '주무부처'란 말을 듣기까지 정확하게 105일이나 걸렸다.

바꿔 말하면, 가족들은 참사가 일어난 지난 3월 31일 이후 '주무부처' 하나 없이 대한민국 정부의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수색과정을 애타게 지켜봐 왔다는 의미다.

14일 오후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들을 만났다. 전날까지 서울 도렴동 외교부 앞에서 노숙농성을 한 탓에 가족들의 얼굴엔 피곤함이 가득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강경화 장관과의 면담 내용을 정리하느라, 피켓을 들고 지나는 시민들을 향해 스텔라데이지호의 진실을 알리느라 분주했다.

지친 가족들은 왜 외교부로 향했을까

돌아보면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스텔라데이지호 참사 수습과정은 처음부터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의 집합체였다. 실종선원 가족들이 해수부에 가서 물으면 "사건이 해외에서 발생했으니 외교부에 가서 따지라"고 말했다. 외교부로 가 물으면 "다른 부서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난색을 표했다.

참다못한 가족들은 지난 4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자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이 대신 가족들을 찾아왔다. 스텔라데이지호에 탑승했던 2등 항해사 허재용씨의 누나인 허경주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 공동대표는 "윤 전 장관에게서 마지못해 온 티가 역력하게 났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 19일, 윤병세 장관이 가족들을 찾아왔어요. 사고가 난 뒤에도 계속 모르는 척 하더니 갑자기 선사(폴라리스 쉬핑)에서 제공한 상황실에 왔죠. 정확히 15분 있다가 가더라고요. 악수만 하고 갔습니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허재용씨 누나 허경주씨가 화면을 보며 "선원들이 구조신호를 보냈다"고 설명하고 있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허재용씨 누나 허경주씨가 화면을 보며 "선원들이 구조신호를 보냈다"고 설명하고 있다.
ⓒ 김종훈

관련사진보기


그 후 해수부 등 정부 관계자들이 찾아와 가족들에게 수색 상황을 설명해줬다. 문제는 제대로 된 상황조차 파악하지 않고 왔다는 점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스텔라데이지호 선원들이 구조신호를 몇 번 보냈는지, 어떤 지점에서 침몰했는지도 헷갈려했다. 그러다 정권이 바뀌었다. 시민들은 "대통령과 장관이 바뀌어 괜찮아 진 거 아니냐"고 물었다. 하지만 기대만 너무 컸다.

허경주 공동대표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날, 가족들은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문 대통령을 '먼저' 만났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들은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선원들의 '구조' 바람을 담은 편지를 당시 문재인 당선자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5월 10일 자정 무렵이다. 그 이후로 가족들은 실종 선원을 구조해달라며 청와대에 '문재인 정부 1호 민원'을 전달했다. 가족들은 하승창 청와대 사회혁신수석을 따로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정부는 지난 11일 가족들에게 과장급 공무원을 보내 스텔라데이지호 수색 종료 방침을 통보했다. 이 지점에서 허 대표는 "정부의 수색에서 단 한 번도 진정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바뀌지 않은 실무자들은 차일피일 시간만 보냈다. 정부의 수색 종료가 발표된 날, 가족들이 주무부처 장관을 만나기 위해 외교부 앞에서 노숙농성을 한 이유다.

실종 지역 주변에서 확인된 섬만 7개

허 대표는 강경화 장관을 만났을 때 "사고해역에 섬이 7개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집중수색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강 장관 역시 "섬 수색에 집중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어 강 장관은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앞장서서 관계부처와 협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강 장관의 약속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도 재난 대응의 컨트롤타워 부재 문제가 제기돼 국민안전처가 만들어졌지만 스텔라데이지호 사고처럼 국외에서, 특히 해상에서 일어난 재난의 경우에는 여전히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 무엇보다 정부의 구조상 외교부장관이 다른 부처 장관에 '명령'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실종선원 가족들이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면담을 요청한 이유이기도 하다.

"선사, 수색 의지 있는 건가 의심스러웠다"

광화문 광장에서 스텔라데이지호의 실종선원 수색 촉구 피켓팅을 하는 허재용씨 아버지 허춘구씨. 더위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광화문 광장에서 스텔라데이지호의 실종선원 수색 촉구 피켓팅을 하는 허재용씨 아버지 허춘구씨. 더위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 김종훈

관련사진보기


가족들을 가장 화나게 하는 것은 스텔라데이지호의 선박회사인 폴라리스쉬핑의 태도다. 부산해경이 지난 5월 25일 폴라리스쉬핑의 서울 본사와 부산 본부에 총 20여명의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지만 최근에야 가족들에 대한 참고인 수사가 진행됐다.

허 대표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폴라리스쉬핑 대표가 찾아와 "회사가 부도나면 끝난다"며 "사망보험금 미리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 가족들은 "선사인 폴라리스쉬핑이 과연 수색에 대한 의지가 있나 의심스러웠다"고 한다.

하지만 부도가 날지 모른다고 하소연했던 폴라리스쉬핑은 현재 승승장구 하고 있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아주 높은 회사다. 실제로 폴라리스쉬핑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결과, 회사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이후인 지난 5월 3척의 배를 새롭게 발주했다는 내용이 게시돼 있다. 그러나 폴라리스쉬핑 홈페이지 어디에서도 스텔라데이지호 침몰과 관련된 이야기는 찾기 어렵다.

가족들은 스텔라데이지호 참사와 관련해 구조된 2명의 필리핀 선원과의 만남을 기대했었다. 유일하게 증언을 해 줄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가족들은 10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들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폴라리스쉬핑 관계자만 남아공 현지에서 두 사람을 만나 다독였다고 한다.

외교부, 해수부, 안전처는 오는 18일 가족들과 만나 '외교부 장관 면담 후속조치에 관한 정부 브리핑'을 할 예정이다. 정부가 이 자리에서 가족들에게 어떤 내용을 전할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다만 가족들은 오늘도 7월 삼복 더위에 광화문 땡볕 아래서 피켓을 들고 있다. 가족들은 "정부가 한 번이라도 수색에 대해 진심을 다했는지 느낄 때까지 멈출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지난 3월 31일 브라질에서 철광석 26만 톤을 선적하고 중국으로 향하던 중 남대서양에서 조난 구호를 보낸 후 침몰했다. 현재까지 구명벌에 탄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인 8명을 포함해 총 22명의 선원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태그:#강경화, #문재인정부, #스텔라데이지호, #주황리본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