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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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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시절 '고소영'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한 적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동문('고려대')이거나 같은 교회('소망교회')에 다니거나, 같은 동향('영남')인 인사들이 이명박 정부 초기 내각에 대거 발탁된 것을 비꼬는 신조어였다.

이렇게 이명박 정부 시절 '권력의 아이콘'이었던 소망교회(서울 강남 신사동 소재)가 지난 2006년부터 경찰선교에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해온 것으로 드러나 눈길을 끈다. 최근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소망교회 회계자료('예·결산자료')에 따르면, 소망교회는 지난 2006년 경찰선교부를 공식 출범시킨 이후 2014년까지 9년 동안 총 12억3305만 원을 '경찰선교비'로 지출했다. '경찰선교'를 위해 연평균 1억3700만여 원의 예산을 집행한 것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부서인 군경교정선교부가 지난해 군선교후원회,경찰선교후원회, 교정선교후원회를 운영하며 총 2억4897만 원의 후원금을 모으는 데 그쳤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소망교회의 경찰선교비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관련기사). 특히 일부 대형교회만이 소극적인 경찰선교 활동을 벌이고 있는 현실과 비교할 때도 이러한 교회 예산 편성은 상당히 특별하고 이례적이다.

그러한 특별함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지철 담임목사 관련 고소·고발사건에 대비한 경찰 관리용 조직과 예산"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소망교회쪽은 "경찰선교로 선교 기능을 전문화한 것이지 경찰을 관리하기 위한 조직이나 예산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청-경찰대-경찰학교 등 주요 경찰조직에 예산 지원
2008년 소망교회 예·결산자료 중 경찰선교부 예산 내역. ⓒ 구영식
<오마이뉴스>가 최근 입수한 소망교회 내부자료는 주로 '수입·지출명세표', '예산(안)', '예산 대비표(총괄장)', '지출예산안', '지출예산(안) 총괄장', '예비비 사용내역' 등으로 이름 붙여진 예·결산자료다. '대외비'로 분류된 이 자료에는 각종 헌금 등 수입 내역과 교역자 사례비 등 지출내역이 자세하게 적혀 있다.

지출내역을 보면 예배부, 음악부, 교육부, 새가족부, 경조부, 사회봉사부 등 각 부서에서 쓴 금액이 나온다. 특히 '선교부' 조직은 국내선교부와 해외선교부, 북방선교부, 의료선교부, 군선교부, 경찰선교부, 문화선교부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는데 이 가운데 '경찰선교부'가 가장 눈에 띈다.
소망교회 연도별 경찰선교비 사용내역 ⓒ 고정미
경찰선교부는 2006년 8600만 원, 2007년 3억2377만 원, 2008년 1억3530만 원, 2009년 1억1730만 원, 2010년 1억4120만 원, 2011년 1억2050만 원, 2012년 1억2050만 원, 2013년 1억1150만 원, 2014년 7698만 원 등 9년 동안 총 12억3305만 원의 예산(예비비 지출까지 포함)을 썼다. 이는 연평균 1억3700만여 원의 예산을 경찰선교에 집행한 규모다.

경찰선교비는 최초에 '주요 경찰조직'을 지원하는 데 쓰였다. 서울지방경찰청과 경찰서, 경찰대, 경찰병원, 충주중앙경찰학교, 부평경찰종합학교가 소망교회의 지원대상에 포함돼 있다. 지원대상에 들어 있는 '경찰서'는 강남·서초·수서·성동경찰서를 가리킨다. 강남권역이 아닌 성동경찰서가 포함되고, 강남권역인 송파경찰서가 빠진 점이 눈에 띈다. 

소망교회는 2009년도 예산안에 충주중앙경찰학교 교회 신축 지원금으로 3억 원을 책정했다. 그런데 2009년 2월 당회에서 교회 신축 지원금을 2억 원으로 낮추고 이를 예비비에서 지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회계자료상으로는 예비비 2억 원의 승인여부나 사용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다만 소망교회의 한 장로는 "경찰학교 교회 신축에 예산을 지원한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앞서 소망교회는 2008년 경찰선교의 밤 지원금으로 1800만 원을 예비비에서 지출한 바 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자료에 한정해서 보면, 2008년 서울경찰청은 1980만 원, 경찰서는 5300만 원, 경찰대는 840만 원, 경찰병원은 740만 원, 충주중앙경찰학교는 1490만 원, 부평경찰종합학교는 840만 원을 지원받았다. 세부 지출내역이 없는 2006년과 2007년에도 이와 비슷한 규모로 예산을 집행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지원이 2009년부터는 보이지 않는다. 2014년부터 2015년까지 경찰선교부장을 맡았던 박은주 장로는 "회계자료에는 그 항목들이 빠져 있을지 모르나 서울지방경찰청과 네 개 경찰서, 경찰대, 경찰병원, 경찰학교 등 12군데에 계속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라며 "다만 그 예산 규모가 이전보다 줄어들었다"라고 전했다. 

성탄절·부활절·추수감사절·성탄절에 2억 원 이상 지원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소망교회 예·결산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는 투병·모범경찰 지원, 순직경찰 유족 지원, 전·의경 가족 위로예배 지원, 부활절·경찰의날·추수감사절·성탄절 지원, 경찰의 날 지원, 경목 활동비, 파송목사 급여, 경찰선교회 지원 등 새로운 예산 항목이 등장했다. 그리고 2010년부터는 주요 경찰조직에 지원하던 예산 항목이 아예 빠져 있다. 이런 점을 헤아리면 소망교회가 경찰선교에 쓴 예산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예산 지원 규모가 큰 항목은 경목 활동비와 경찰의 날 지원금, 부활절·추수감사절·성탄절 지원금, 파송목사 급여 등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경목활동비(1억6080만 원)와 경찰의 날 지원금(1억550만 원)은 총 1억 원 이상이었다.

'경목 활동비'는 경찰관들만을 대상으로 목회활동을 벌이는 목사('경목')에게 지원되는 예산이다. '파송목사'는 교단의 총회에서 선교 등의 목적으로 국내외에 파견하는 목사를 가리키는데, 5년 동안(2009년-2013년) 이들에게 지급된 급여는 총 6480만 원이었다. 

같은 기간 성탄절과 부활절, 추수감사절 지원에도 총 2억600만 원을 썼다. 성탄절 지원금은 9050만 원, 부활절과 추수감사절 지원금은 각각 6100만 원과 5150만 원이었다. 특히 2014년에는 경찰의 날 지원금(1200만 원)과 추수감사절 지원금(950만 원)이 각각 전액 삭감됐다. 전·의경가족 위로예배 지원금과 순직경찰유족 장학금은 각각 4800만 원과 3600만 원이었고, 투병·모범경찰 격려금은 600만 원에 그쳤다.

한편 2014년에는 경찰선교회 지원금으로 1200만 원이 지출됐다. 행사비과 서무비 명목으로 지출된 예산도 6년(2009년-2014년) 동안 각각 3068만 원과 960만 원에 이르렀다. 

2006년 1월 출범... "70만 경찰 전도해 110만 공무원 복음화"

소망교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소망교회는 지난 2005년 8월 서울경찰청 기동대원 500명의 세례식을 치렀고, 충주중앙경찰학교 경찰교육생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위로예배를 진행했다. 이를 기반으로 다음해 1월 경찰선교부를 공식 출범시켰고, 같은 해 6월에는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경찰복음 전진대회'까지 열었다. 당시 경찰복음 전진대회에는 경찰과 전·의경 550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망교회는 경찰선교를 시작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대민 최일선에서 공무를 집행하는 17만 경찰을 전도하여 복음화되면 110만 공무원의 복음화는 물론 대민전도의 큰 역군으로 크게 쓰임받을 것이며 범죄와 부정부패근절에 앞장서 밝은 사회건설에 기여하고 공정한 공권력의 집행으로 억울한 국민들이 현저히 줄어들 것을 확신하여 경찰 선교사역을 시작하였습니다."

소망교회는 경찰대와 충주중앙경찰학교, 경찰종합학교, 국립경찰병원, 서울경찰청, 서울경찰청 기동대, 청와대 경호단, 강남·서초·수서·성동경찰서, 중앙청 경비대 등을 '1차 경찰 선교 대상'으로 선정했다. 실제로 2006년부터 최근까지 이러한 주요 경찰조직들에 경찰선교비가 지원됐다. 소망교회는 '경찰선교의 방향'을 이렇게 설명해놓았다.

"경찰학교의 학교장과 경찰청장, 각 서장과 적극 협력하며 경찰목사님의 의견을 존중하고 경목활동비 일부지원, 전·의경 세례식, 학생 및 기동대원들 위로예배, 경찰병원의 입원경찰 위로를 통한 전도와 각 경찰서에 부활절, 여름수련회, 추수 감사절, 경찰의 날 위로예배, 크리스마스 축하예배 등을 통하여 말씀 선포를 통한 적극적인 전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소망교회는 주요 경찰조직에 지원되던 예산을 전용해 2009년부터는 투병·모범경찰, 순직경찰 유족, 전·의경 가족 위로예배, 부활절·경찰의날·추수감사절·성탄절, 경찰의 날, 경목 활동, 파송목사 급여, 경찰선교회 등에 지원해왔다.
소망교회 경찰선교부 6월 월례회 공고. ⓒ 구영식
울 대형교회 11곳, 당회 산하 조직으로서의 경찰선교부 없어

소망교회가 2006년부터 당회 산하 조직으로 경찰선교부를 공식 출범시키고, 경찰선교에 연평균 1억 원 이상의 예산을 투여해온 것은 다른 대형교회들의 행보와는 차이가 있다.

최근 <오마이뉴스>가 대표적인 대형교회 11곳(여의도순복음교회, 명성교회, 사랑의교회, 영락교회, 광림교회, 임마누엘교회, 오륜교회, 연세중앙교회, 온누리교회, 충현교회, 금란교회)을 대상으로 경찰선교부 존재 여부를 조사한 결과, 현재 경찰선교 활동을 벌이고 있는 교회는 여의도순복음교회와 명성교회, 사랑의교회, 영락교회 등 네 곳뿐이었다. 그런데 경찰선교 활동을 벌이고 있는 네 곳 가운데 경찰선교부가 당회 산하 조직으로 공식 편제돼 있는 곳은 없었다.

가장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여의도순복음교회 경찰선교부는 당회 산하 조직이 아니라 사단법인 순복음실업인선교연합회 국내선교회 산하 조직이다. 순복음실업인선교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순복음실업인선교연합회는 교회 조직이 아니라 별도 조직이다"라고 말했다. 사단법인 순복음실업인선교연합회는 조용기 목사가 1976년 설립한 모임이다. 산하조직인 경찰선교부는 올해로 창립 29주년을 맞이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경찰선교부는 서울지방경찰청 전·의경 합동세례식, 중앙경찰학교 위문행사 등을 벌였고, 수시로 '경찰복음화'를 위한 금식기도성회 등을 열어왔다. 특히 지난 2007년 6월 청와대를 방문해 노무현 대통령을 만난 사실이 눈길을 끈다. 이는 대통령 경호실 차장으로 있던 주대준 장로의 초청으로 이루어졌다.

명성교회와 영락교회는 각각 특수선교부와 군선교팀에서 경찰선교를 맡고 있다. 사랑의교회는 지역사회선교부에서 경찰선교 활동의 일환으로 관할인 서초경찰서를 지원하고 있다. 광림교회는 경찰선교를 맡고 있는 조직이 없으나 경찰대에 목사를 파견하고 있다. 

강남·서초서에 접수된 고소·고발 29건 중 기소는 1건뿐

앞서 본 것처럼 대형교회에서 경찰선교부를 당회 산하 조직으로 두고 예산을 지원해온 곳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소망교회의 경우는 특별하다. 이러한 특별함 때문에 일부에서는 '김지철 목사 고소·고발사건을 잘 처리하기 위한 조직과 예산 집행'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소망교회의 한 교인은 "김지철 목사가 2003년 10월에 소망교회 담임목사로 온 뒤에 2004년부터 교회 내부 갈등으로 인해 김 목사를 고소·고발하는 일이 생겨났다"라며 "이렇게 김지철 목사와 관련한 고소·고발이 많아지자 경찰선교부를 만들어 예산을 지원해왔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그래서 김지철 목사와 관련한 고소·고발사건이 많이 있었지만 한 건도 기소된 게 없다"라고 덧붙였다.

<오마이뉴스>가 최근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얻은 '2004년부터 2017년 6월까지 강남·서초·수서·성동경찰서에 접수된 김지철 목사 고소·고발 건수와 사건처리 결과' 자료에 따르면, 강남경찰서에는 27건의 고소·고발건이 접수됐지만 1건만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서초경찰서에도 2건의 고소·고발건이 접수됐지만 기소된 것은 없었다. 성동경찰서와 수서경찰서에는 아예 접수된 고소·고발건이 없었다.

소망교회가 경찰선교비를 통해 지원해온 네 개 경찰서에 김지철 목사와 관련된 29건의 고소·고발건이 접수됐지만 1건만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것이다. 나머지는 불기소 의견(14건)으로 송치되거나 각하·이송 등(14건)으로 처리됐다.  

소망교회쪽 "선교 기능을 전문화-세분화... 고소·고발사건 대비한 것 아니다"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소망교회. ⓒ 엄지뉴스
태원석 부목사는 지난 6월 15일 소망교회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분단된 이후 교회가 계속 군에 관심을 많이 가져왔지만 경찰에는 관심이 약했다"라며 "게다가 지교회가 경찰선교에 관심을 갖기에는 여력이 없어서 큰 교회가 경찰선교를 감당해야 한다는 요청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태 부목사는 "경찰 안에 신우회도 있고, 경목도 있는데 그분들이 '다른 교회는 못하니까 소망교회가 지원해 달라'고 많이 요청했다"라며 "이와 함께 그동안 군선교만 해오다가 선교 기능을 경찰선교 등으로 전문화, 세분화시키자는 뜻도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교회의 필요에 따라 사역을 경찰선교로 분화시키고 전문화시킨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다른 부서에 나가는 예산 액수에 비하면 경찰선교부에서 쓰는 예산은 많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태 부목사는 "만약 교회의 로비로 경찰이 김지철 목사를 불기소했다고 한다면 대한민국이 부끄럽게 된다"라며 "경찰이 교회의 로비 때문에 김지철 목사를 불기소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에 동석했던 임현철 장로도 "교회가 고소·고발사건에 대비해서 한 것은 없다"라며 "경찰도 수사와 증거를 근거로 무혐의 처리한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임형철 장로는 "곽선희 목사는 북방선교에 관심을 많이 쏟았는데 김지철 목사는 경찰선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경찰선교부를 만들었다"라며 "김지철 목사가 고소·고발 당할 것을 생각하고 만든 조직이 아니다"라고 일부의 주장을 일축했다. 임 장로는 "10여년 동안 허위사실과 폭행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들이 김지철 목사를 어렵게 하기 위해 그렇게 주장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박은주 장로도 "고생하는 경찰을 위해 기도해야겠다는 생각에서 경찰선교부를 만들게 됐다"라며 "모든 지원은 계좌를 통해 (투명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서울경찰청 경목실쪽 "경찰 관리 위해 예산 지원, 사실과 다르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 경목실의 한 관계자는 11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경찰청 안에 경목실이 있고, 경목실에 여러 선교단체들이 있다"라며 "그렇게 (여러 선교단체에) 분산해 지원한 것을 소망교회에서는 서울지방경찰청에 준 것으로 (뭉뚱그려) 예산안에 기록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연말이나 성탄절 등에 행사가 진행되니까 교회에서 기부하는 경우가 있긴 하다"라며 "하지만 소망교회가 경찰을 관리하기 위해 예산을 지원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라고 일축했다. 
태그:#소망교회, #경찰선교부, #고소영, #김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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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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