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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완성차만이 아니라 부품사, 철강, 물류 등 여러 분야에서 30여개가 넘는 기업을 거느리고 재벌이다. 특이한 점은 현대차에 납품하고 있는 부품사의 노조들이 기업의 노조 깨기로 인해 고초를 겪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한국 재벌 그룹 중 유일하게 노무담당 그룹부회장이 있는 그룹으로 노무관리가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대차는 계열사의 노무관리만이 아니라 부품사 노무관리도 진행하고 있어 부당노동행위(노동법 상  하청업체의 노사관계 개입 불가)를 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2017년 5월 부품사인 유성기업의 노조를 깨는 행위로 현대차와 임원진이 기소됐다. 부품업체 노조를 상대로 한 원청업체의 부당노동행위에 형사책임을 물은 첫 사례다. 이에 유성범대위는 현대차그룹의 부품사 노조파괴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모색하는 글을 연재하고자 한다. - 기자 말

유성기업의 노조파괴는 7년째 이어지고 있다. 노동조합(금속노조 유성지회) 파괴공작은 유성기업, 현대자동차와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이 공모하여 진행하였다. 그 과정에서 2016년 3월 17일 유성지회 조합원 한광호는 괴로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동자를 죽음으로까지 내몬 노조파괴에는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검찰의 편파적인 행보가 자리 잡고 있다.

유성지회가 2011년 5월 18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을 결의하자, 유성기업은 같은 날 아산공장에 대하여, 같은 달 23일 영동공장에 대하여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2011년 7월 1일부터 법률상 복수노조가 허용됨에 따라 유성기업은 회사에 우호적인 유성기업(주)노동조합(제2노조)을 설립하고 제2노조가 과반수 이상의 조합원을 확보하여 교섭대표 노동조합이 되게 만드는 방식으로 유성지회를 무력화시키거나 와해시킬 기획을 세웠다.

유성기업은 2011년 7월 제2노조의 규약, 노조설립신고서, 창립총회 의사록을 작성해 주는 등 제2노조의 설립에 개입하였다. 직장폐쇄가 철회된 이후에는 유성지회 조합원들에게 연장근로 및 휴일특근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하는 방법으로 임금상의 불이익을 가했다. 유성기업은 2011년 10월 18일과 같은 해 11월 1일 유성지회 조합원 27명을 단체협약을 위반하며 해고하였는데, 해고자들은 유성지회 간부이거나 노동조합 활동에 적극적이던 조합원이었다. 제2노조를 과반수 노조로 만들기 위해 유성기업은 각 팀별로 팀장 등 관리직원들을 전방위적으로 동원했고, 팀장 등 관리직원들은 유성지회 조합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하여 유성지회에서 탈퇴하고 제2노조에 가입할 것을 권유하거나 종용했다.

위와 같은 작전에도 불구하고 2012년 임단협을 앞두고 제2노조가 과반수의 조합원을 확보하지 못하자 유성기업은 관리직 사원들의 제2노조 가입을 추진했고 유성기업은 2012년 1월 9일부터 같은 달 26일까지 관리직사원 49명을 제2노조에 가입하게 하였다.

불기소처분으로 사건을 종결시킨 검찰

유성기업의 노조파괴 범죄사실에 대하여 유성지회는 직장폐쇄 직후부터 유성기업 사용자를 네 차례(2011년 10월 26일 1차 고소, 같은 해 11월 29일 2차 고소, 2012년 1월 10일 3차 고소, 같은 해 6월 7일 4차 고소)에 걸쳐 고소하였으나,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은 수사를 진척시키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12년 9월 중순께 국회 청문회에서 유성기업과 창조컨설팅이 공모한 노조파괴시나리오 및 그 실행과정이 폭로되었고, 유성지회는 2012년 10월 23일 다시 고소하였다. 그러나 천안지청은 2013년 12월 30일 고소사건에 대해 대부분 불기소 처분을 내려 사건을 종결시켰다.

유성지회 조합원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검사의 불기소처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전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하였다. 재정신청 사건에서 대전고등법원은 2014년 12월 30일 공소제기명령을 하였다(대전고등법원 2014초재413 재정신청). 검사는 공소제기명령에 따라 2015년 4월 8일 비로소 기소하였고, 마침내 천안지원은 2017년 2월 17일 유성기업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하였다{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17. 2. 17. 선고 2013고단1867, 2015고단507(병합), 2015고단768(병합), 2016고단2490(병합) 판결}.

유성지회는 직장폐쇄 직후 현대자동차 구매담당이사의 제네시스 자동차 안에서 발견된 창조컨설팅 문건 등을 통해 현대자동차가 유성기업 노조파괴에 깊숙이 개입한 사실을 인지하였다. 뿐만 아니라 2012년 10월 국회 청문회를 통해 폭로된 다수의 창조컨설팅 문건을 통해 유성기업이 현대자동차에 수시로 보고하였음을 확인됐다. 2012년 10월과 11월에 있었던 창조컨설팅과 유성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현대자동차 임직원들과 유성기업 임직원들이 2011년 5월 4일부터 2012년 5월 31까지 서울 강남구와 충남 아산시 둔포면 소재 음식점과 술집 등지에서 121차례의 회합을 가지면서 노조파괴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사항을 점검한 사실, 현대자동차 임직원들이 이메일을 통해 유성기업에게 제2노조 조합원 확대를 지시한 사실, 현대자동차가 양재동 본사 10층 회의실에서 유성기업과 창조컨설팅 임직원들을 불러 노조파괴공작을 점검하는 회의를 주기적으로 진행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검찰(천안지청)은 2013년 12월 30일 현대자동차와 대표이사에게 불기소처분을 하였다. 유성지회는 증거자료(2012년 8월 창조컨설팅에 대한 압수수색 결과, 같은 해 11월 14일 유성기업 서울사무소, 아산공장, 영동공장에 대한 압수수색 결과)를 확보한 후 2016년 2월 4일 현대자동차 주식회사 등 26명을 재차 고소했고, 천안지청은 2017년 5월 19일에 현대자동차 구매담당 임원 등 4명과 현대자동차를 기소했다.

기업은 기소는 최대한 느리게, 노동자 기소는 쏜살 같이

천안지청이 2013년 12월 30일 유성기업의 노조파괴를 불기소처분한 이유는 피고소인의 변명을 전적으로 신뢰해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검찰이 유성기업 사용자에 대한 신속하고 적극적인 수사를 한 후 위와 같은 불기소 처분을 했다고 믿는 사람은 검사를 제외하고는 없을 것이다.

부당노동행위를 입증할 증거는 차고 넘쳤다. 범죄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검찰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이후 유성지회가 제기한 재정신청 사건에서 대전고등법원의 공소제기명령과 유성기업 대표이사에 대하여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한 천안지원의 판결에서 입증되었다. 검찰은 2013년 12월 30일 불기소처분을 함으로써 유성기업의 노조파괴 기획과 실행에 면죄부를 준 것이다.  

또한 검찰은 유성지회가 2016년 2월 4일 현대자동차를 재차 고소한 이후에도 이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않다가 공소시효가 2017년 5월 22일에 만료된다는 대전고등법원의 2017년 4월 28일자 결정이 있고서야 현대자동차 임직원들을 소환하여 수사를 진행하였다. 현대자동차 기소의 주요 증거는 2012년 10월과 2012년 11월 압수수색결과 확보된 이메일과 전략회의 문건이었다. 이미 2012년 11월에 핵심증거를 확보하고 한 차례 불기소처분을 하였고, 공소시효 만료를 3일 앞두고 비로소 기소한 것이다. 특히 현대자동차 임직원들과 유성기업 임직원들의 변명이 종전과 다르지 않아 추가적인 증거는 없었던 점을 볼 때, 결국 2012년 말경 기소할 수 있었던 사건을 4년 반 이상 방치한 것일 뿐이다. 

반면 유성기업 사용자가 유성지회 조합원들에 대하여 제기한 고소고발에 대하여는 신속한 수사가 이루어졌고 기소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유성기업 사용자는 유성지회 조합원들을 무차별적으로 고소하였다. 유성지회 조합원들은 대부분 고소를 당하였고, 두 번 이상 고소를 당한 조합원들의 90%이상이 유성지회에서 임원, 상집, 대의원 활동을 했던 간부들이었다. 네 번 이상 고소를 당한 조합원들도 상당수 있는데 간부였던 한 조합원은 17차례 이상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한광호 열사도 5개월간 11차례 고소를 당했고, 아산지회의 한 조합원은 소속장인 관리자로부터 71건의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유성기업 사용자의 무차별적 고소는 유성지회 및 조합원들의 쟁의행위를 위축시키기에 충분하였는데, 이는 검찰의 편파적인 행태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만약 유성기업과 현대자동차의 부당노동행위 대하여 검찰이 신속히 수사를 진행하고 기소를 하였다면 유성기업의 노사관계는 현재와 전혀 다른 양상이었을 것이며 유성기업의 무분별한 대규모 고소 또한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검찰개혁의 필요성과 방향

검찰개혁의 필요성은 비단 유성기업 노동자들만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여론조사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올해 5월 10일부터 3일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새 대통령의 개혁과제로 검찰개혁(24.0%)이 1위를 차지했다. 검찰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이 분명하다.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례에서는 다음과 같은 방안이 부각된다.

첫째, 검찰과 특별사법경찰관인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의 수사권 조정이 필요하다. 

유성기업 임직원들의 노조파괴 고소사건에서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의 근로감독관이 수사를 진행하였다. 근로감독관은 유성기업 임직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후 고소대상 혐의에 대하여 많은 부분을 '기소의견'으로 담당 검사에게 수사보고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수차례 보고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검사는 재수사를 하라고 수사지휘하며 사건을 근로감독관에게 돌려보냈다.

현행 제도에서는 검사가 근로감독관을 비롯한 경찰의 수사를 지휘한다. 수사권은 검사에게 있기 때문에 근로감독관을 비롯한 경찰은 종속적 관계에 있는 것이다.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례에서는 일반경찰관보다 특별사법경찰관인 근로감독관이 훨씬 더 검사에 대하여 종족적 관계에 있음이 확인되었다. 공소권과 수사권 분리가 가장 필요한 부분은 일반경찰이 아니라 특별사법경찰관인 근로감독관이다. 특별사법경찰관인 근로감독관이 노사관계의 사실관계와 쟁점을 가장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전문성이 있기 때문이다. 새 대통령은 근로감독관 1000여명의 충원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근로감독관 충원보다 현재의 근로감독관이 종속적 관계에서 벗어나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수사권독립 논의와 관련하여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관의 수사권독립 주장을 하고 있는지, 수사권독립에 대하여 어떠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둘째, 재정신청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유성기업 노조파괴 고소사건에 대하여 대전고등법원이 2014년 12월 30일 공소제기결정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검사는 유성기업 대표이사에 대하여 2015년 4월 8일에서야 비로소 공소를 제기했다. 공판에서도 검사는 공소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위 유성기업 대표이사에 대하여 징역 1년을 구형함으로써 징역 1년 6월의 선고형보다 낮았다. 선고형이 구형보다 높은 것은 이례적으로, 검사의 구형이 적정하지 못함을 보여준다.

위와 같은 문제점은 재정결정된 사건에 검사가 공소유지를 담당하도록 하고 있는 현행제도에 기인한다. 검사의 공소수행제도를 폐지하고 재정담당변호사가 공소유지를 담당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재정담당변호사는 재정사건에 대하여 보완수사를 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  

셋째,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유성기업 노조파괴 고소사건을 담당한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근로감독관은 유성기업 대표이사와 아산공장장에 대하여 구속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히며 수차례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청구를 촉구했다. 또한 고용노동부 영동지청 근로감독관은 영동공장장에 대한 구속영장청구를 촉구했다. 그러나 아산지청과 영동지청의 검사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수사를 진행하는 근로감독관이 아무리 구속수사 필요성을 밝히더라도 검사에게 영장청구권이 독점되어 있기 때문에 검사가 거부하는 한 구속수사는 이루어질 수 없다. 만약 수사의 초기단계에서 대표이사, 아산공장장, 영동공장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면 유성기업 사용자는 노조파괴 공작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유성지회 노동자들의 노동3권이 보장되고 유성기업과 현대자동차의 노조파괴행위가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유성기업과 현대자동차는 엄중히 단죄되어야 한다. 그리고 유성기업과 현대자동차의 노조파괴를 가능하게 했던 검찰에 대한 개혁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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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기업 노조파괴의 진실 '유성기업 노동자들과 함께' 감상평을 남겨주세요.
ⓒ 유성범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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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차곤 님은 민변 노동위 소속 변호사입니다.



태그:#유성, #검찰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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