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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언론에는 소위 '중앙'이라는 '서울발' 기사만 차고 넘칠 뿐 내가 사는 곳을 다룬 기사는 찾기 어렵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지역이 희망'이라는 믿음으로 지역 시민기자를 만나러 가면서 해당 지역 뉴스를 다룹니다. 첫 행선지는 대구입니다. [편집자말]
전에 내가 쓴 한 글에서 '현수막 정치'란 표현을 했던 적이 있다. 적당한 선을 넘어 현수막을 남발하게 될 때 드러나는 낭비 현상을 비판한 글이었다. 유력 정치인에게서 나타나기 쉬운 현상으로, 축하받을 일이 있을 때 시내 전체를 현수막으로 도배하다시피 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 드는 비용을 모아 소외계층을 돕는 데 쓰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우리 지역 출신인 이철우 국회의원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에 당선되었다고 한다. 예의 그 현수막이 도로변 곳곳에 등장했다. 최고위원 선출대회에서 최다득표를 얻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도 있었다. 그는 지난 19대 총선에선 83.5%를 얻어 전국 최다득표로 당선된 적도 있다. 압승을 안겨 준 지역 및 국가를 위해서 그가 조응하는 일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이철우 의원은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에 출마해 선거 유세를 하면서 막말 발언으로 빈축을 샀다. 박근혜의 탄핵으로 법정 선거일보다 7개월 가량 앞당겨 치러진 대통령 보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었다. 그러고 채 두 달이 안 되었을 때인데, "문재인 정권이 임기를 채우지 못할 것 같다", "정권을 도로 빼앗아 오겠다"는 발언을 했다.

'염치있는 정치인'이 되기를

이철우 국회정보위원장이 지난 5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국정원의 해외정보원 개편 문제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이철우 국회정보위원장이 지난 5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국정원의 해외정보원 개편 문제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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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말하건대 대통령의 임기는 국민이 정해 주는 것이지 극우 성향의 국회의원이 정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 19대 대선 때 내가 사는 지역의 자유한국당 길거리 선거 유세를 보고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사드 배치를 앞장서서 반대하던 사람들이 붉은 유니폼을 입고 홍준표를 찍어야 나라를 지킨다며 소리를 질러댔다. 럭비공과도 같은 홍준표가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된 것도 아이러닌데 말이다.

사람은 염치가 있어야 한다. 잘못을 하고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사람을 금수(禽獸)와 같다고 했다. 당의 이름을 바꿔 자유한국당이라고 했지만 박근혜가 만든 새누리당의 포장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들의 주군 박근혜는 탄핵당해 지금은 영어(囹圄)의 몸이다. 정치적 패배가 아니라 도의적 타락이 그를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사람들은 이것을 촛불혁명이라고 한다.

박근혜의 죄를 도왔거나 방조한 사람들은 참회하며 국민 앞에 용서를 구할 때이다. 그런데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변해야 산다느니 종북 세력에게 내준 정권을 되찾아 오겠다고 호언하고 있다. 이것들이 공허하게 들리는 것은 왜인가. 20세기 구태 정치로 21세기를 살아가는 국민에게 신뢰를 얻기는 어렵다. 지금의 극우 보수 정치인들은 그 수가 빤히 보인다.

내가 아는 이철우 의원은 상식의 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사람이었다. 본인과 열혈 지지자들은 달리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정치에 입문하고 나서 그는 날개 없는 새처럼 추락했다. 이성과 상식을 상실하게 만드는 것이 정치라면 그것은 존재할 가치가 없다. 정치하는 사람이 존경이 아니라 경멸의 대상이 된다면 국가의 장래는 암울하다.

테러방지법 입법과 사드 배치에 앞장서는 그 결기(?)

지난해 8월 24일 1만 여 명의 시민이 김천종합운동장에 모인 가운데 '사드 반대'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철우 의원은 이 자리에서 물병 세례를 받고 급히 몸을 피해야 했다.
 지난해 8월 24일 1만 여 명의 시민이 김천종합운동장에 모인 가운데 '사드 반대'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철우 의원은 이 자리에서 물병 세례를 받고 급히 몸을 피해야 했다.
ⓒ 이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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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의원 하면 우선 두 가지가 떠오른다. 테러방지법을 대표 발의한 국회의원이고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앞장서 찬성한 사람이다.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찬반이 있을 수 있다. 찬반으로 갈라진 의제를 상호 토론 과정을 거쳐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이 바로 민주주의이다. 테러방지법과 사드 배치 문제도 그렇게 되어야 했다.

이 의원이 대표 발의한 테러 방지법이, 이름 그대로 테러를 방지하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으면 괜찮다. 하지만 테러 방지를 빌미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한 게 문제다. 우리는 그동안 국가가 법을 근거로 기본권을 침해했던 경험들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일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의 치안유지법은 입법 취지와는 달리 독립운동가들을 잡아들이는 데 전가의 보도였다.

국가보안법도 마찬가지다. 이 법의 모체가 일제의 치안유지법임을 감안할 때 짐작하겠지만, 국가의 안위를 위해 필요한 법이 민주화 운동가들을 구속하는 데 사용되었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옥죄는 데 이용했다. 남북의 이데올로기 대치를 지렛대 삼아 여차하면 빨갱이로 몰았다. 동백림, 남민전과 인혁당 그리고 민청학련 사건이 다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사건 아닌가.

이 의원이 찬성한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박근혜 정권의 작품이다. 이 의원도 그의 부역자 위치를 벗어날 수 없다. 이 의원은 국회 정보위원장으로서, 잘못된 정책에 일조했다. 제안도, 협상도 따라서 결정된 것도 없다던 사드를 성주에 배치하겠다고 나섰고, 2017년 12월까지 배치 완료하겠다고 하더니 4월 하순 서둘러 배치하기 시작했다.

이철우 의원 사드 동네로 언제 이사 오시나?

북한의 탄도미사일 방어를 위해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 제3후보지로 김천 인근이 거론되던 지난해 8월 24일, 경북 김천 삼락동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사드배치 결사 반대 범시민투쟁 결의대회'에 김천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이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방어를 위해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 제3후보지로 김천 인근이 거론되던 지난해 8월 24일, 경북 김천 삼락동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사드배치 결사 반대 범시민투쟁 결의대회'에 김천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이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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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배치 반대 김천시민 궐기대회에 참석해 물병 세례를 받는 이 의원을 보고 참으로 분위기 파악 못하는 정치인이란 생각을 했다. 그는 사드 문제에 대해 계속 '헛발질'을 했다. 그중 하나가 롯데CC에 사드가 배치되면 인근 동네에 이사 와 살겠다고 했다. 사드는 이미 배치되었는데, 이 의원은 언제쯤 이사 올 것인지...

'남아일언 중천금'이란 말이 있고, '언행일치'의 정치를 기대하는 김천 시민이 많다는 것을 그도 알 것이다. 홍준표가 당 대표로 선출된 그날 이철우는 최고위원이 되었다. 보수의 활로는 건전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국정 파트너의 한 축으로 자유한국당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참회가 있어야 한다.

'한국의 트럼프', '홍트럼프' 등의 별명을 가진 홍준표에게 보수의 가치 실현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막말과 욕설로 굉장히 악명이 높은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이념의 한 축을 책임지는 정치 지도자가 될 수 있단 말인가. 국민은 군림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섬기며 정성껏 일하는 정치인을 선호한다.

홍트럼프를 닮아가는 이철우의 막말 행진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정우택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이철우 최고위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정우택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이철우 최고위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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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때 자유한국당 홍준표 선대위 사무총장을 맡더니 이철우도 홍준표를 닮아 가는 듯하다. 국민이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선택한 정부를 '종북 정권'으로 표현하고, 오래 갈 것 같지 않다느니, 권력을 빨리 찾아오겠다느니 등등의 발언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그들의 생존 전략이라도 되는 것처럼 문재인 정부 들어서 사사건건 발목잡기다.

대립과 갈등을 부추겨 정치의 질을 떨어트리고 있다. 국민은 협치를 기대하는데 대립을 추구하고, 좋은 정책으로 국민을 만나야 하는데 좌우 흑백 논리로 피아 나누기를 즐긴다. 국민의 정치의식은 일정 단계에 도달해 있는데, 구태의 모습으로 정치 생명을 이어가려 한다. 이건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밖에 안 된다.

보수가 이렇게까지 추락할 줄 알았을까. 박근혜 정권의 실세였던 김기춘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그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지금 감옥 생활을 하고 있다.

"재판할 것도 없이 독배를 내리면 깨끗이 마시고 이 상황을 끝내고 싶다 (...) 과거 왕조시대 같으면 망한 왕조에서 도승지를 했으니 사약을 받지 않았겠느냐."

그의 말에 진정성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지만 새누리당의 후예들은 이런 마음으로 너나없이 '석고대죄'해야 하지 않을까.

건전한 보수 야당으로 거듭나기를...

지난 대선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시도 의원들을 비롯한 당원들이 홍준표 후보 지지를 외치고 있다. (김천시 대곡동사무소 앞) 한 시 의원은 선거운동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았다고 하여 징계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자유한국당 대선 선거운동(김천시 대곡동사무소 앞) 지난 대선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시도 의원들을 비롯한 당원들이 홍준표 후보 지지를 외치고 있다. (김천시 대곡동사무소 앞) 한 시 의원은 선거운동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았다고 하여 징계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이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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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장마의 계절이다. 일이 있어 시내에 다녀왔다. 길가에는 여전히 이철우 최고위원 당선 축하 현수막이 여러 단체 및 모임의 이름으로 달려 있었다. 비에 젖어 축 늘어진 것이 자유한국당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것 같았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9년 동안 내가 사는 지역엔 보수의 발호(跋扈)가 대단했다. 보수 정권에 반대하면 바로 종북좌파로 몰렸다.

이런 극우의 본향 김천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지난 대선 때 혁신도시가 포함된 지역에선 문재인 후보가 50% 넘는 표를 얻었다. 사드 배치 반대 투쟁은 320일을 넘어 만 1년을 향해 달리고 있다. 작은 중소도시에서 이런 가열 찬 투쟁은 지금까지 없었다. 유종의 미를 거두길 기대한다. 문재인 정부는 김천·성주를 위해서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이 곧 한반도를 위하는 길이다.

자유한국당은 건전한 보수 야당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정당 지지율에서 같은 보수 갈래의 당인 바른정당과 오십보백보인 점을 뼈저리게 통찰할 필요가 있다. 바른정당은 새누리당에서 따로 살림을 차린 군소정당 아닌가. 고도(孤島)에 걸려 있는 듯한 축하 현수막으로 자위할 때가 아니다. 축하도 가끔 사람들에게 죄스러울 때가 있다. 새겨듣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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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철우, #최고위원, #자유한국당, #사드찬성, #홍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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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향기 그윽한 김천 외곽 봉산면에서 농촌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과 분리된 교회가 아닌 아웃과 아픔 기쁨을 함께 하는 목회를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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