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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연설 중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 제8회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 기조연설 중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 조선일보 오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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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일 오전 <조선일보> 주최로 열린 제8회 아시안리더십 컨퍼런스(ALC)에 참석했다.

"초불확실성 시대의 뉴 리더십 : 협력과 번영의 길을 찾아서"라는 주제 하에 3~4일 양일에 걸쳐 진행된 이번 컨퍼런스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를 비롯해 전세계 정경계 인사와 석학들이 참석해 국제사회 문제에 대한 견해를 청중들과 나누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기조연설 이후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과 영어로 질의응답시간을 가졌다. 아래는 질의응답 내용에 대한 한국어 번역문이다.

- 대선 후보 시절부터 북핵 문제를 언급했었는데, 북한을 둘러싼 위기는 아직도 존재하고 그 양상이 심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전략적 인내'라고 묘사했는데, 재임 시절로 돌아간다면 다른 조치를 취했을 것인가?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북핵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북한 문제가 이 정도로 오랫동안 언급되어 온 것은 해결에 있어 난해함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대중을 억압하는 정권이 집권하고 있다. 북한은 자신의 권력유지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젊은 지도자(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통치 하에 놓여있고, 한국과 매우 인접해 있다. 군사적 옵션을 생각한다면 군사적 충돌로 인한 잠재적 비용을 고려해야만 할 것이다. 경제적인 압박을 가할 수도 있으나 북한은 국제사회의 흐름에 의존적이지 않다.

대북정책에 있어 미국의 목표는 다음과 같다. 북한의 악의적인 행동에 대해 보상하지 않으며,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 대북압박을 우선과제로 설정하는 것이다. 북한에 있어 중국은 정권에 유입되는 화폐를 공급하는 유일한 국가이다. 따라서 북한은 중국에 의존하고 있고, 그럴 수밖에 없다. 본인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대화를 통해 그 누구도 북한 정권의 급작스런 붕괴나 그로 인한 인도적 위기상황 등을 목도하길 원하진 않고 있다고 전달했다. 동시에 중국이 자국의 이익뿐만이 아니라 북한을 새로운 길로 인도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국제사회의 이익을 인정해야 한다고 그 필요성을 여러 차례 역설했다.

중국은 북한의 전향을 유도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오래전부터 인지하고 있었고, 혹시 있을지 모를 중국으로의 북한발 난민유입에 대해 우려해왔으며, 통일한국이 끼칠 영향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져왔다. 따라서 중국의 전략적 이익이 미국의 그것과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상기 문제들을 논의할 목적으로 미국과 중국, 한국, 일본 간에 견고한 대화창구가 형성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방식은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국들과 중국 간의 효율적인 제휴를 가능케 함으로써 북한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것이다. 북한으로부터 전향적인 태도를 이끌어낼 수도 있으나 (그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누구도 북한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묘책이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가져서는 안된다."

- 본인이 생각하기로는 이전에 개회사에서 방상훈 <조선일보> 회장이 언급했듯이, 극도로 복잡한 요소 중 하나로서 G2라 불리는 양강구도가 형성되어 있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관계 분위기가 고조될수록 한반도는 그러한 게임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비록 중국이 북한의 핵무기가 다른 곳을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지라도 핵무장을 한 불량국가를 이웃으로 두길 원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미중관계는 한국에 있어 매우 복잡한 요소 중 하나이다. 시 주석을 상대한 경험자로서 중국이 북한 핵문제를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의 도구로서가 아니라 자국의 장기적인 이익추구 수단으로 여기게끔 유인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중국정부가 불량국가인 북한의 핵무기를 제거할 의향이 있다고 보는가?
"알아두어야 할 것은 북한 정권이 중국의 입장에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미 일반에 알려지다시피 아버지인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과는 달리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 정부를 향해서 상당히 강도 높은 외교적인 언사를 공공연히 해왔다. 이런 김정은 위원장의 행동은 이전 북한 지도자에게선 관찰되지 않은 것이며, 중국을 놀라게 할만하다.

중국은 이러한 북한의 변화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다. 중국은 북한정권과의 협상에 있어 본질적으로나 통상적으로 조심스런 입장을 취하고 있다. 본인이 생각하기엔 북핵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중국 간에는 신뢰할만 한 대화채널이 이미 개설되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러한 대화를 중국과 이어가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제재조치를 강력하게 이행하려는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대통령 재임 시절 동안 취해진 제재조치에는 많은 허점들이 있었다고 여긴다. 당시 민주주의 체재로 이행하고 있던 미얀마를 예로 들자면, 미얀마가 북한과의 무기거래와 자금유입을 돕는다면 미국 정부는 미얀마와 협력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 다수에도 이와 같은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게 사실이다. 미국 정부가 언급해온 제재조치들은 동남아 국가들과의 상업관계를 대상으로 한다.

희소식은 미국과 중국의 거시적인 전략적 이익이 본질적으로 상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의 평화로운 부흥은 모든 국가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믿고 있다. 시 주석에게 직접 얘기해왔듯이, 가난하고 불안정한 중국보다는 부유한 중국이 훨씬 덜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은 자국을 국제체제에 편승하는 개발도상국으로 인식하는 단계에서 국제체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부와 지위를 가진 국가로 인식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중국으로 하여금 이전에는 짊어지지 않았던, 혹은 짊어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책임을 다해야함을 의미한다. 세계강대국은 국제사회의 규범과 규칙을 준수해야만 한다. 대중은 강대국이 이미 부를 상당한 수준으로 축적한 상황에서 기존의 규범들을 지속적으로 악용하는 모습을 용인하지 않는다. 따라서 강대국은 과거에 개발도상국으로서 펼쳤던 중상주의적 경제정책을 이행해선 안 된다."

제8회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 개막식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기조연설이 있었던 비스타홀
▲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 제8회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 개막식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기조연설이 있었던 비스타홀
ⓒ 신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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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다시피 사드(THAAD) 문제가 한국과 중국 간의 주요쟁점으로 떠올랐다. 1992년에 이루어졌던 한중관계 정상화는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의 상징 중 하나였다. 과거에 한중은 이념적인 적국으로서 한국전쟁에 참가한 바 있다. 그 후 한중관계의 성장세는 무역을 비롯한 모든 부문에 있어 가히 경이로운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양국은 전략적인 문제에 급작스레 봉착했으며, 이것이 경제 부문까지 영향을 미치는 등 부작용을 앓고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상황은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분열시키고 있다. 대량살상무기에 대항한 최소한의 보호책으로서 사드를 배치하여 자국을 방어할 필요성을 느낀 한국은 커다란 이익을 가져다 준 중국에게 분노의 대상이 되었다. 이는 전략적인 문제가 경제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전형적인 패러독스의 사례를 보여주고 있으며, 모든 이해당사자에게 도움이 되는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약화시켰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각국의 현존하는 정부들이 관리하고 있는 군사, 외교문제에 깊게 관여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본인은 두 가지 논점만을 말하겠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사드는 그 어떠한 방식으로도 중국의 전략적 억지력을 약화시키지 않으므로 미사일방어체계라고 할 수 있다. 다른 핵보유국에 비해서 중국의 핵 비축분이 적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이나 러시아 혹은 여타 핵보유국의 선제타격이나 공격으로부터 자국 보호를 보장을 받길 희망하는 것은 납득이 간다. 따라서 중국은 핵을 둘러싼 자국만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만에 하나 사드가 중국의 효과적인 억지력을 감소시킨다면 중국은 이에 대해 논쟁을 할 것이다.

대통령 재임 시절에 미국은 사드가 그 어떠한 방식으로도 중국의 전략적인 억지력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술적인 세부사항을 들어가며 설명했다. 중국 지도부는 이러한 미국 측의 설명을 경청하려고 하지 않았다. 미국이 중국 측에 설명했던 것은 사드문제의 기술적인 배경에 불과했다. 사드는 중국의 억지력에 사실상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 중국이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강력한 국가로 변모함에 따라 국력을 과시하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중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반발은 사실 국력의 과시로 설명될 수 있다. 한국, 일본과의 협력을 통해 동맹의 안전을 보장해온 미국은 강력해지는 중국을 우려의 시선으로 보아왔다.

이런 상황에선 동아시아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 중국과의 대화채널을 열고, 사드배치가 미국, 중국, 한국, 일본의 국익에 진정으로 부합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국가들의 현상유지와 북한의 핵무기폐기 유도가 동시에 이루어진다면 동아시아의 모든 국가들은 번창할 것이며, 해당 지역에서의 경쟁은 이전보다 생산적으로 변모할 것이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중국은 아직 이러한 구상에 공감하고 있지 않고, 여전히 미국의 잠재적인 공격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오히려 국력을 과시해서 미국에 압력을 가하길 원할 수도 있다.

사드가 동아시아 국가 모두를 위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중국이 인정하도록 동아시아 국가 간 전략적인 대화채널을 다양화하는 것이 미국으로선 최선의 접근법이다. 한국은 주권국가로서 당연히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동아시아 지역 혹은 국지적인 방어체제가 부재한다면 통제불능 상태인 미사일로부터 자국을 방어하기는 힘들다. 사드문제로 인해 일시적으로 경제적인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여타 국가 정부가 그렇듯이 한국 정부 또한 자국민의 안전 보장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

- 한국에 있어 일본과의 관계는 민감한 주제이다.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에 한일관계를 다룰 일이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에 있어 가장 중요한 동맹국들이고, 양국은 급속도로 발전하는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는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의 모범적인 사례이다. 물론 양국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역사문제를 비롯해 영토문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본인이 알기론 오바마 행정부가 한일이 협력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비밀리에 노력을 해왔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일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일문제 개선에 있어 미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그 역할은 무엇이고, 대통령 재임 시절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서 미국이 했던 조치에는 무엇이 있으며, 결국 한일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는가?
"희소식이라 하면 한일관계는 이미 진전됐다는 것이다. 양국은 전략적 이해가 서로 일치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다. 한일 양국에 있어 가장 큰 위협은 북한에서 전개되고 있는 상황 그 자체이다. 한일은 중국과의 건설적이고 상호존중하는 관계를 맺길 원하는 동시에 중국의 압력행사를 원하지 않는다. 또한 한일은 경이로운 수준의 경제력을 가진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다. 개인적으로 역사의 중요성을 경시한 적이 없었다. 각 국가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고유의 역사적 사례들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본인이 히로시마를 방문했을 때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과거의 역사를 지우지 않고 인정함과 동시에 과거의 분쟁들을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구축하기 위한 가능성에 대한 것이었다. 한미일 관계는 바로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갔다.

오바마 행정부가 한일관계에 있어 준 도움이라 한다면 양자 간의 대화를 도운 것이었다. 이러한 면에 있어 한일은 진전을 보였다. 물론 한일 간의 뿌리 깊은 불신이 사라진 것은 아니며, 이러한 문제 해결에는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철천지원수였던 미국과 일본은 오늘날에 와서는 동맹으로 지내고 있다. 미국과 독일, 독일과 프랑스 그리고 독일과 영국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발생했던 극심한 비극을 극복했다. 중국, 한국 그리고 일본도 이와 같이 과거의 문제를 극복하길 바란다. 과거문제의 극복은 방위차원에서도 필요하다. 한미일 3국이 강도 높은 정보교류와 협력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북한의 잠재적인 미사일 공격을 방어할 능력이 현저히 낮아지게 된다. 따라서 한미일의 군사와 정보당국이 효율적인 협력을 이행하는 것은 핵심적인 전략적 이익에 부합한다."

개막식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
▲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 개막식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
ⓒ 조선일보 성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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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시간이 5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함재봉 원장은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앞으로 던질 질문에 대한 답변에 1분씩만 할애할 것을 당부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신속하게 답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순간만큼은 사회자와 초청연사만이 무대에 있었다. 청중은 웃었다.

- 중동에 대한 의견을 듣고자 한다.
"기억하기론 본인이 자카르타(인도네시아 수도)에 방문했을 때 혹자가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에 예상하지 못했던 일 중에 가장 놀라웠던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본인은 '아랍의 봄'이라고 답했다. 아마 아랍의 봄이 발생할 것을 예상했던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당시 전세계는 중동의 일부 국가에서 비정상적으로 경영되는 경제, 정부의 부패와 무책임, 젊은층의 높은 실업상황, 극단적인 이데올로기의 발호를 지켜보았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이러한 상황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지 몰랐다. 튀니지 혁명 이후 전세계인들은 더 나은 시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다. 타흐리르 광장(이집트 수도 카이로 소재)에서의 혁명과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 하야 이후에도 전세계인들은 과거에 일어나지 않았던 정치적 변화를 기대했다고 생각한다. 이와는 달리 전세계인들은 시리아와 같은 일부 경우에서 종파를 둘러싼 거대한 정치적 규합들을 목격했다. 시아파와 수니파 간의 갈등은 더욱 극심해지는 양상을 보였는데, 이라크침공이 이러한 양상 강화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세계는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의 발호를 목도했다. 비록 ISIL은 실제적인 위협이라기보다는 징후에 가깝지만 중동 일부지역에 있어서 사회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올 정도의 위력을 보였다. 따라서 현재 세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ISIL과 테러분자들을 격퇴시키고 그들의 소통망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동시에 자국민의 일상적인 요구에 부응하도록 사회를 개혁하려는 의지를 지닌 정부를 도와야 한다. 이러한 원조를 통해 해당 국가들의 문맹률은 낮아지고, 경제는 이전보다 효율적으로 경영될 수 있으며, 이슬람과 근대화 간의 갈등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이슬람과 근대화의 갈등은 필연적이지 않으나 일부 이맘(이슬람 사원의 사제)과 성직자들이 이와 같은 갈등을 설파해왔다. 중동의 근대화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본다. 동시에 세계는 테러조직의 혐오 전파와 무고한 시민에 대한 살상을 차단하는데 집중해야만 한다. 바로 이것이 최우선 목표가 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젊은 세대 간의 긍정적인 대화통로를 제공해야 하는 필요성을 인지해야 한다. 이런 대화통로는 꿈과 희망, 그리고 전통적인 삶과 관용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삶을 반영하는 이야기를 젊은 세대에게 전파할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언젠간 실현될 수 있다. 본인 스스로가 지구상 최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 출신자이다. 인도네시아는 관용적이고 효율적인 국가경영이 이루어지고 있는 사회이다. 물론 인도네시아는 자국만의 문제를 안고 있고 폭력과 근본주의의 압력을 받고 있지만 긍정적인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다. 전세계는 바로 그러한 사례들을 기반으로 성장해야 할 것이다.

극단주의로 인한 문제가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지만 미국에서는 다소 해결이 되었다. 우리 모두는 이런 문제를 바라보는데 있어 역사적인 관점을 견지하곤 한다. 중동에서 발생하는 무력충돌을 보면서 "중동은 항상 전쟁을 한다", "중동사람들은 폭력적이다"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약 6천만 명이 살해된 제2차 세계대전은 중동이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발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한다."

함 원장은 답변하는데 1분이 넘었다고 알리자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방대한 질문(great question)'이라 답하는데 시간이 다소 걸렸다고 해명했다. 청중은 다시금 웃었다.

- 기후변화에 대해 30초 동안 답할 수 있는가?
"1분 동안 답해주겠다. 한국은 인도나 중국, 그리고 여타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공통된 행동을 저해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훌륭한 파트너 국가였다. 대통령 재임 시절에는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간에는 기후변화를 둘러싼 커다란 이견이 존재했으며, 그 간극은 메워질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당시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들이 경제성장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부작용으로서 대기를 오염시켰으나 이제서야 개발도상국들의 경제성장을 자제시키려 한다'는 생각으로 인해 기후변화의 책임을 선진국에 넘겼고, 독자적인 행동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6~8년간 순탄하지 않은 협상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인도 측에 다음과 같은 논리를 펼치며 기후변화방지 노력에 동참할 것을 설득했다:

"미국은 중국이나 인도와 비교했을 때 1인당국민소득이 훨씬 높고 탄소배출량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억 이상의 인구를 가진 중국과 인도가 기후변화방지에 동참하지 않고 미국이 밟았던 발전과정을 밟는다면 미국이 기후변화방지에 있어 어떠한 노력을 하든 소용이 없을 것이고, 결국엔 우리 모두 3미터 물 아래 잠기게 되거나 타죽을 것이다. 혹은 불모의 행성에서 거주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파리기후변화협약 체결은 시 주석을 비롯해 나렌드라 모디 전 인도 총리, 그리고 유럽 동맹국, 일본, 한국의 정상들 덕에 성사될 수 있었다. 현재 미국 행정부가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를 선언한 것에 대해서 낙심한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이에 대해서 지적할 두 가지 사항이 있다. 첫째, 파리기후변화협약이 규정에 의거해서 아직 유효하다는 것이다. 둘째, 파리기후변화협약의 비밀 중 하나는 체약국들이 기후변화라는 문제를 인정하고 협력을 실시함에 따라, 과거부터 그래왔듯이, 시장이 반응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항상 기술자와 과학자들의 독창성을 과소평가 해왔다. 목표가 설정되면 인간의 독창성이 이에 반응하기 마련이다.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을 맡은 동료에게 인도와의 기후변화협상에 있어 난점을 말한 적이 있다. 인도가 자국민들에게 전기를 제공함으로써 원활한 에어컨 사용을 돕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인도에서는 수억 명의 시민들이 현재까지도 전기 없이 생활하고 있다. 인도와의 협상 당시 미국은 화석에너지를 청정에너지로 대체함으로써 전력을 이전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인도 측을 설득했다. 대통령 임기 말기에는 인도의 태양발전 증가율이 미국 측이 예상했던 수치를 훨씬 넘어섰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태양발전율이 10배 증가했고, 풍력발전율이 3배 증가했다. 전지기술의 발전 또한 가속화되고 있어 과거 청정에너지 사용을 제한했던 전기비축과 관련한 문제들이 해결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정 의제가 경제를 자극시켜 이에 맞춰 시장이 작동한다면 미국 연방정부가 해당 의제 해결에 소극적이더라도 의제는 살아남게 된다. 현 행정부가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한다고 해서 월마트가 미국 전역의 자사 건물에 설치한 태양광패널과 청정에너지 관련 장치를 즉시 해체하거나 엘론 머스크가 태양전지 생산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캘리포니아와 같은 주정부 차원에서는 현재까지도 청정에너지 사용에 적극적이다. 캘리포니아는 지구상에서 7번째로 강력한 경제력을 지닌 지역이다. 지역 차원에서 청정에너지 사용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한 전세계는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이다. 물론 미국 정부 고위관료들이 기후변화방지의 책임을 계속해서 인지한다면 청정에너지 확산에 도움이 될 것이다.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가 단지 일시적인 리더십의 부재에 의한 현상이길 바란다."

- 난해한 질문은 항상 마지막에 오기 마련이다.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할 것인가?
"무슨 일을 하게 되든지 미셸(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이 행복해야만 한다. 그게 나에게 있어 최우선 목표이다. 본인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야는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의 차세대 리더십 양성이다. 이미 알겠지만 본인은 대통령 재임 시절 전세계를 여행하면서 그곳의 청년들과 만났다. 이후에 청년리더프로그램을 통해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대륙의 청년들을 미국으로 초청해서 그들과 직접 만나기도 했고, 인턴십과 장학금 제도를 통해 그들을 지원하기도 했다.

탄자니아의 시골에 건강진료소를 세우거나, 청정에너지 사업을 시작하거나, 갈등을 빚은 민족 간의 이해를 돕거나 여성의 교육과 권리를 신장하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방법을 구상해낸 23살 혹은 25살의 근면성실한 청년과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긍정적인 기운을 주는 일은 없다. 그러한 청년들의 이상과 창의성, 열정은 희망을 준다. 따라서 본인의 역할은 그들을 가르치고 재능을 발휘하도록 돕는 것이며, 필요하다면 그들에게 재정지원을 하고 서로 교류를 하게 돕는 것이다. 그렇게 20년 혹은 30년 후 과거를 돌아보면서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세상을 이끌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길 바란다. 우리가 젊은 세대에게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주고 회복불능의 정도로 세상을 파괴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지도자가 됐을 때 현존하는 국제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

<조선일보>는 주요 국제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목적으로 매해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를 개최해 전세계 정경계 인사, 석학들을 연사로 초청해왔다. 올해에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 등 세계적 정치 지도자들이 해당 행사에 참석했다.

제8회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 회의장 밖 풍경
▲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 제8회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 회의장 밖 풍경
ⓒ 신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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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오바마, #트럼프, #사드, #컨퍼런스,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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