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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6월 3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나와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 청문회 나온 조대엽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6월 3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나와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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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사청문회를 보면 마음이 복잡하다. 어느 분야든 한국사회의 내로라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 중 도덕성이 문제 되지 않는 사람은 정말 없나 싶어 자괴감에 빠져드는가 하면, '그래도 새누리당 시절보다는 도덕적으로 좀 나은 사람들이지' 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려 애쓰기도 한다.

특히 마음이 더 복잡한 것은 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다. 일부 사람들은 '이만하면 괜찮으니 그냥 넘어가자'거나 '트집을 잡는다'고 되레 비난할 때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습관적인 불법과 편법, 갑질과 가부장적 마초 근성에 익숙해져있는 걸까.

최근 각 정당들은 조대엽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와 송영무 국방부장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히 진보성향의 정의당에서마저 조대엽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의견을 내놔 파장이 크다. 사실 나도 조대엽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꽤 실망이었다. 그는 이미 음주운전, 다운계약서 작성, 사외이사 등재 의혹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있던 터였다. 특히 놀라웠던 것은 노동부장관 후보자임에도 주요 노동현안을 파악하고 있지 못해서다.

노동현안 모르는 노동부장관 후보자

지난 6월 30일 인사청문회 당시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동진오토텍, 진우제이아이에스(JIS), 유성기업, 갑을오토텍이 어디랑 문제가 엮여 있느냐?"고 물었을 때, 조 후보자는 한참을 우물쭈물하다가 현대중공업이라고 답했다(관련 기사 : 유성기업, 갑을오토텍 상황도 모르는 고용노동부 장관?). 그가 고용노동부장관이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적어도 노동현안을 파악하려고 노력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게다.

청문회 동영상에 "신문을 아예 안 보고 사나 보군"이라는 댓글이 달릴 정도로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싸움은 세상에 많이 알려졌다. 작년 유성기업의 노조파괴로 고 한광호 노동자가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서울에 분향소를 차리고 1년 가까이 싸웠기 때문이다. 지금도 현대차 본사가 있는 양재동 본사 앞 농성은 진행 중이다.

특히 박근혜 퇴진 투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초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박근혜 퇴진'과 '정몽구 처벌' 피켓을 걸고 현대차 본사부터 청와대까지 오체투지를 했다. 그래서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싸움은 서울 시민들의 지지를 받았고 전국에 방송을 탔다.

지난 11월 12일 오전 11시 30분께 노조파괴 등을 비판하기 위해 오체투지에 나선 유성기업 노동자 70여 명이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오체투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1월 12일 오전 11시 30분께 노조파괴 등을 비판하기 위해 오체투지에 나선 유성기업 노동자 70여 명이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오체투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 최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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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지난 5월 19일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은 현대자동차 법인 및 임직원들을 노조파괴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로 기소했다. 현대차 임원이 1차 납품업체인 유성기업 임직원을 만나거나 메일로 어용노조 가입 인원 확대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사상 처음으로 부품업체 노조를 상대로 한 원청업체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형사책임을 묻게 된 것이다.

물론 검찰의 기소는 매우 늦었다. 2012년 11월 유성기업 압수수색 당시 현대차 임직원의 전자우편을 확인했을 때도, 2016년 은수미 의원이 메일 증거를 공개했을 때도 미루다 공소시효 3일을 남겨두고 기소를 진행했다. 아마도 지난 2월 유성기업 유시영 회장이 부당노동행위로 구속되던 판결문에 현대차의 노조파괴 개입이 명시됐기에 불기소할 수는 없었을 게다. 게다가 대법원의 판결로 확인된 사내하청의 불법파견은 시정되지 않았지만 기소되지 않았다.

재벌의 부당노동행위 근절 의지 필요

사람들이 조대엽 후보가 과연 고용노동부장관의 자격이 있느냐고 묻는 것은 그가 이토록 중요한 노동현안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새정부는 일자리 정책을 우선 과제로 내놓고 있다. 일자리 정책은 노동 정책과 따로 갈 수 없다.

노동 정책을 집행하면서 재벌(대기업)의 저항을 가장 많이 마주할 것이다. 대기업은 그간 엄청나게 성장하면서도 그 성장이익을 독식했다. 납품업체(하청업체)에 불리한 단가를 강요하는가 하면, 유성기업처럼 노사관계에 개입하며 노동자의 삶을 무너뜨렸다. 노조파괴는 헌법 33조에 있는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다. 게다가 하청업체의 노조파괴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위반하는 부당노동행위다. 그런데 현대차그룹의 경우 부품사 노사관계 개입 의혹이 매우 짙다.

지난해 박근혜 파면 과정을 통해 많은 재벌들이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사실상 뇌물을 바쳤다는 의혹이 드러났다. 현대차그룹은 박근혜-최순실 일당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플레이그라운드 광고 명목 등으로 총 200억 원을 냈다. 그 대가가 현대차의 불법행위에 대한 불기소는 아닌지 시민사회는 의심하고 있다. 정경유착이 노동자의 권리를 짓밟는 데 동원되지 않으려면 정부의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2016년 12월, 재벌총수 9명이 출석하는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가 국회 정론관 앞에서 열렸다. 유성기업, 기아차 노동자와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재벌구속특별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재벌 구속 등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하자 국회 경비가 이를 저지하고 있다.
▲ 재벌총수 청문회장, '재벌 구속' 촉구 노동자회견 2016년 12월, 재벌총수 9명이 출석하는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가 국회 정론관 앞에서 열렸다. 유성기업, 기아차 노동자와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재벌구속특별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재벌 구속 등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하자 국회 경비가 이를 저지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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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조대엽 후보자는 훌륭히 사회운동을 분석한 교수다. 그의 학자적 진보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나는 그가 2000년대 촛불운동을 비롯한 사회운동의 변화를 다룬 글을 매우 감탄하며 읽은 바 있다. 특히 <한국사회운동과 NGO>라는 책에서 "혁명적 계급주의와 제도화된 계급주의가 좌절을 경험하면서 등장한 개인들의 두 가지 집합적 경향을 '대중화'와 '시민화'로 설정"한 분석은 탁월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가 오르려는 자리가 고용노동부 장관이라는 점이다. 노동현안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이 필요하다. 그가 '고용노동부를 노동부'로 하겠다거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줄이겠다'거나 '쉬운 해고를 가능케 한 양대지침을 폐기'하겠다고 한 것은 원칙적으로 훌륭하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장관은 기울어지고 불법이 판치는 노동현실을 바꿀 전문적 역량과 의지가 있는 인물이다. 전문성이 없는 장관은 고용노동부 관료들에게 휘둘릴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노동부 장관은 재벌의 갑질, 부당노동행위, 불법파견 등의 현안을 파악하고 해결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 게다가 그가 사외이사로 있었다는 주장이 불거진 기업은 임금을 체불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재벌과 기업의 불법을 다스리지 않고 노동 존중을 성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노동조합 할 권리를 옹호할 장관

현대차가 기소된 지 한 달이 넘었건만 아직 재판이 열리지 않고 있다. 여러 정황을 통해 현대차그룹 부품사의 노조 파괴는 단지 몇몇 이사의 일탈적 행위가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현대차그룹은 한국 재벌 그룹 중 유일하게 노무담당 그룹부회장이 있다. 그만큼 현대차그룹의 노무관리는 치밀하고 중요하다는 뜻이다.

얼마 전에 밝혀졌듯이, 현대차그룹인 현대글로비스는 동진오토텍지회가 설립되기 전인 2016년 6월 '협력사별 대응방안(동진오토텍)'이라는 문건을 만들었다. 원청인 현대차가 협력사 노사문제를 직접 관리하고 있는 증거다.

문건에는 "비정규직 조합원이 동료에게 노조 가입을 권유한 정보가 입수됐을 경우 반장→부서장→사장보고와 글로비스에 동시보고"라 적혀 있다. 그 이전에도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대회사에 이러한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유성기업뿐 아니라 발레오전장, 대림자동차, 상신브레이크 6개 부품사 노사관계에 개입했다.

한국에서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건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제도가 소홀하고 정부의 관리감독이 허술하기 때문이다. 헌법과 노동법이 있지만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기업주로부터 불이익을 당하기 일쑤니 노조가입은 꿈도 꾸지 못한다. 노조에 가입해야 최소한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할 수 없다.

게다가 정부나 보수언론은 민주노총을 불법이익집단으로 매도하고 파업은 공익을 해친다고 왜곡한다. 한국에서 노조할 권리를 행사하기 어렵다. 노조가입률이 10%라는 현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한동안 문재인 대통령이 인기가 높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빗댄 적이 있는데, 오바마 대통령조차 노조가입을 적극 권유한 바 있다.

적어도 새 정부의 노동정책을 집행할 장관이라면, 한국 사회에서 노조파괴행위로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가 어떻게 얼마큼 깨지고 있는지 알아야 마땅하다. 새 정부의 노동정책은 헌법에 있는 노동조합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옹호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데 장관 후보자가 현안을 모른다. 사람들은 장관 후보자가 현대차그룹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원칙적인 입장을 취할지 미심쩍어 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려면 헌법 32조와 33조에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할 고용노동부장관이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명숙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이자 유성기업 괴롭힘 및 인권침해 사회적 진상조사단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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