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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에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 기자회견을 열고 근무 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29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에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 기자회견을 열고 근무 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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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구에 여직원 2명이 배치돼 휴가도 못 갑니다. 휴가를 떠나 1명만 남게 됐을 땐 화장실도 못 가고, 물을 안 마시게 되고, 밥도 안 먹거나 덜 먹게 됩니다."

29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에서 열린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아래 사무금융노조) 기자회견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이어 김호열 사무금융노조 증권본부장은 "사측은 하나금융투자(아래 하나금투)만 열악하느냐고 하는데 하나금투만 그렇다"고 덧붙였다.

사무금융노조에 따르면 하나금투에는 2명 이하의 창구 직원만 배치한 지점이 72곳 지점 중 50곳이나 된다. 비율로는 70%다. 반면 신한금융투자는 30%, SK증권은 28%다. 증권사 평균은 15.5% 수준이다. 또 하나금투 지점 가운데 창구 직원이 1명인 곳은 10곳이나 된다. 심지어 1명도 없는 지점도 5곳이다.

"가족이 죽어도 곧바로 갈 수 없는 현실... 유산 사례도"

앞서 발언에 나선 김현정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금융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 등 명분을 앞세워 금융을, 특히 금융투자산업을 노동자가 필요 없는 산업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금융투자에서 벌어진 일들이 바로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김 위원장은 "하나금융투자의 유일한 목표는 인건비 축소를 통한 수익 극대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4시간마다 30분의 자유로운 휴게시간, 8시간 근무에 1시간의 점심시간을 보장한 근로기준법은 하나금투 여성노동자들에겐 그림의 떡"이라고 언급했다.

마이크를 넘겨 받은 이상용 사무금융노조 하나금투지부 위원장은 "타사 경영진이 너그러워서 3인 창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비용을 일부 아끼는 것보다 서비스 질 저하로 인해 잃어버리는 것이 훨씬 크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파견 직원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휴가를 가기 위해서는 무려 1개월 전 혹은 6개월 전부터 휴가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까운 가족이 죽어도 곧바로 갈 수 없는 현실이 펼쳐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그는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는 경우가 허다해 물을 적게 마시면서 일하는 동료마저 생겨났다"며 "2인 창구의 구조적 고통으로 인해 유산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비정규직 직원 90% 해고... 업무직 직원에 영업도 시켜

노조는 2년 반 전부터 지속적으로 이런 문제를 제기하며 개선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하나금투 쪽이 거부했다는 입장이다.

이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위원장은 "2인 이하 지점 비중이 점차 확대돼왔다"며 "차후 고용노동부, 국가인권위원회 등 유관기관과 접촉하며 투쟁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상용 위원장은 "창구에서 일하는 업무직 직원 가운데 일부는 비정규직인데, 정규직 직원들이 노동 강도 강화로 다수가 육아휴직을 쓰면서 급작스럽게 채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육아휴직이 끝난 직원들이 돌아오자 비정규직 중 90%를 해고시켰다"며 "우수한 직원을 남겨 3인 이상 배치 지점을 늘려야 하지 않느냐고 사측에 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나금투는 업무직 직원들에게 영업 업무까지 부여했다는 것이 노조 쪽 설명이다. 이 위원장은 "이는 동일임금, 동일노동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이에 대해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포상은 했지만 영업을 독려한 적 없다는 하나금투

이에 회사 쪽은 자료를 통해 해명에 나섰다. 하나금투는 "업무직 직원의 연평균 휴가사용 일수는 12.8일로 영업직 직원의 사용일수(6.9일)보다 많다"며 "회사 보유 콘도 사용률도 업무직 직원이 119%로 영업직 직원(89%)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또 비정규직 해고에 대해 하나금투는 "육아휴직자의 증가로 경력 계약직 업무직원을 채용해 공백을 메운 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 쪽은 "육아휴직 기간 종료와 함께 복귀자가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계약직으로 채용한 업무직 직원은 계약기간이 만료가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와 더불어 하나금투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영업점 수익을 개선하기 위해 점포의 대형화를 통한 인력 재배치로 업무직원의 근무환경을 개선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업점의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채용을 확대하면 영업점 전체의 생존권이 위협받게 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회사 쪽은 덧붙였다.

또 현재 2인 배치 지점 비중이 높다는 주장에 대해 하나금투는 "은행 점포에 입점한 소규모 영업소(13개)를 포함한 수치라 2인 지점 비율이 더 높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하나금투는 업무직 직원에게 영업 업무를 부여했다는 점에 대해 "업무직 직원이 영업과 관련한 성과가 있을 경우 포상을 했을 뿐, 영업을 독려하거나 실적을 점검한 사실이 없다"고 언급했다.



태그:#하나금융투자, #하나금융, #사무금융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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