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두산의 마무리투수는 정해지지 않았었다. 이용찬과 이현승의 더블스토퍼 체제로 시작된 마무리투수 경쟁은 현재는 이용찬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이현승의 허리 부상과 제구력 난조가 이용찬을 마무리로 선택하는데 가장 큰 이유가 되었지만 5월까지만 해도 이용찬은 확실한 마무리의 위용을 보여주지 못했다(4-5월 방어율 3.52).

1이닝을 깔끔하게 막고 경기를 끝낸 경우가 6월 전까지 21번의 등판 중 3차례에 불과했다. 현재도 1이닝을 깔끔하게 마무리하지는 못하지만 1안타 내외로 세이브를 챙기고 있다. 6월에 실점한 경기도 8번의 등판 중 단 한 경기 뿐이다. (6월 21일 현재 방어율 1.64 기록 중) 이는 두 가지 요인으로 설명 가능하다.

불안감 탈피

4-5월 이용찬의 결정구는 포크볼이었다. 물론 이건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팔꿈치 수술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포크볼을 던졌기에 각도가 예리하지 못했다. 직구 구속 역시140초반에 형성 될 정도로 완벽하게 준비되지 못한 모습이었다. '이렇게 던지면 다시 아프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이 투구 중에서도 나타났다.

직구 구위가 타자를 압도하지 못하자 주무기인 포크볼을 남발했다. 그 공이 타자 눈에 익어 포크볼을 참아내며 볼넷을 걸어나가는 경우가 많았고 2볼에 몰려 스트라이크를 잡아야 하는 상황에 포크볼을 스트라이크 존으로 던져 장타를 맞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즉,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은 것은 실전투구를 한 지 3개월만인 6월이었다.

이제 시즌을 치르면서 "던져도 팔이 아프지 않구나"라는 확신이 든 모습이다. 6월 직구 평균 구속은 145km 최구 구속은 148까지 나왔다. 공을 때리는 느낌이 강해지면서 커맨드(자신이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질 수 있는 능력/제구력은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가 좋아졌다. 포수가 원하는 곳에 강력한 공이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더불어 포크볼이 살아났다. 타자는 이제 148의 직구를 머리 속에 염두해 두어야하는데 그런 상황에서 포크볼이 뚝 떨어지자 헛스윙하는 비율이 늘어난 것이다. 기록으로도 나타난다. 볼카운트 2-2에서 볼넷이 없다. 삼진만 9개를 기록하고 있다. 당장 일요일 경기만 봐도 2-2까지 직구와 커브로 카운트를 잡아가는 모습을 경기를 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다. 그 다음에 포크볼을 떨어뜨린다. 이는 4-5월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커브의 등장

4-5월에는 직구-포크볼 투 피치 유형의 투수였다. 투구수와 관계없이 직구와 포크볼 딱 두 가지 구종만을 사용했다. 타자는 50%만 노리면 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직구의 구위가 좋지 않자 포크볼의 구사비율을 높였다. 타자는 한 가지 구종만 노리고 타석에 들어왔다. 투수는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게 가장 큰 목적인데 4-5월의 이용찬은 이를 실패한 투수였다.

그도 알았던 것인지 포수인 양의지가 추천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5월 말 부터 커브볼의 구사비중을 조금 높였다. 30개 정도를 던졌다고 예를 들면 커브볼이 5-6개. 즉 20%의 비율로 던지기 시작했다. 이는 타자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제 타자들은 세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공의 비중이 한 구종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이제는 계산이 가능해진 것이다.

직구-포크 투피치의 경우 잘못하면 직구 타이밍에 포크볼이 걸려 장타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포크볼 사인은 바닥에 글러브를 대고 내는 것이다. 무조건 스트라이크존에서 홈플레이트 쪽으로 떨어뜨리라는 것이다(3-2 풀카운트에서 볼넷이 11개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던질 공이 없어진다"라고 표현하는데 포크볼을 던졌다가 볼이되면 볼넷이고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던지기에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커맨드를 흔드는 것이다).

하지만 커브는 다르다. 직구·포크를 노리다가 커브가 들어오면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9회라는 특성 상 느린공을 결정구로 사용하지는 않지만 초반에 적절히 사용하면서 카운트를 유리하게 만들어간다. 그 점이 그를 6월 1점대 5세이브 투수로 만들지 않았나 싶다.

두산의 대부분 투수들이 유희관의 투구스타일을 조금씩 참고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커브의 사용비중이 높아진 것은 이용찬 뿐만이 아니다. 함덕주도 이현승도 슬로우커브를 자주 사용한다. 카운트를 뺏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투수들. 공은 강하게 던지는게 다가 아님을 느끼고 있는 바람직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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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와 오피니언은 구분할 줄 아는 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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