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 1만명 정규직 전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가운데,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공사)가 지난 13일 정규직 전환을 위한 연구용역인 '좋은 일자리 창출전략 및 실행방안 수립 용역' 입찰을 공고했다.

연구용역은 7억원 규모로 주요내용은 ▲인천공항 운영‧관리 업무의 기능과 직무별 현황 진단 ▲정규직 전환 방향 및 중장기 조직발전 방안 ▲직접고용을 통한 정규직 전환 세부 실행방안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 세부 실행방안 등 정규직 전환 방식과 고용방식에 따른 노동자들의 고용형태, 업무기능, 임금규모 등 핵심 사안을 담고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공사가 당사자의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인천공항지부는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정규직 전환을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은 노사 간 대화 강조했다.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위해서는 노사 간 성실한 대화와 당사자인 비정규직 대표의 참여가 핵심"이라고 한 뒤 "그래서 지부는 지난달 26일 노사 첫 간담회 때 정규직 전환을 위한 공동연구와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는데,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공사를 비판했다.

지난달 26일 노사 첫 간담회 이후 공사가 같은 달 30일 '좋은 일자리 자문단'을 발족하고 '정규직 전환에 대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할 때까지만 해도, 지부는 '환영한다'며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불과 보름여 만에 냉기류가 조성됐다.

공사는 노동계ㆍ경영계ㆍ법조계ㆍ시민사회계 등 다양한 인사로 자문단을 구성했다. 첫 회의 때 자문단은 공사에 '자문단이 실질적인 논의와 자문을 할 수 있게 협조해줄 것'을 요청하고, 또 '당사자인 인천공항지부의 의견 수렴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런데 공사가 이번에 연구용역을 공고하면서 당사자인 인천공항지부가 의견수렴을 배제했다고 반발하면서, 자문단을 들러리 세웠다는 비판까지 확산됐다.

인천공항지부 관계자는 "노사 간담회 때 약속한 '성실한 대화'라는 게 대통령 방문 후 요식행위였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또 공사가 구성한 자문단이 지난 9일 워크숍 때 강조한 '노조와 소통' 역시 지키지 않고 있다."며 "공사의 일방적인 연구용역 공고는 노조뿐만 아니라 공사가 구성한 자문단마저 무시하고 들러리 세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천공항공사는 경비ㆍ보안ㆍ검색ㆍ소방ㆍ시설유지ㆍ수하물처리ㆍ탑승교ㆍ청소ㆍ교통ㆍ기계설비ㆍ토목ㆍ전기ㆍ정보시스템 등 공항 운영에 필요한 전 분야를 60여개로 쪼개, 업체 60여개에 도급을 주고, 3년마다(2년 연장 가능) 도급계약을 맺고 있다.

즉, 공항 운영 관리 업무가 60여개 용역업체에 분산 돼 있고, 이들이 고용하는 인원이 1만명 규모에 달하기 때문에, 비정규직 정규직화 방식은 물론 정규직화 과정에 대한 이해와 요구 또한 복잡하기 마련이다.

이에 인천공항지부는 당사자의 의견이 중요한 만큼, 당사자들의 대표성을 지닌 노동조합이 정규직화 논의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정규직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노사 간 입장 차와 이해와 요구를 노사 간 공동연구용역을 통해 해소하자는 것이다.

인천공항지부는 관계자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인천공항 구석구석을 17년 간 누벼온 현장의 전문가이다. 이들의 의견수렴 없는 '탁상행정' 식 연구용역은 공기업 관료주의만 강화시켜 공항안전 저하로 귀결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공사 연구용역 공고 후 일각에서는 공사가 지난해 '비용절감과 인력삭감'을 골자로 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제출했던 일부 연구단체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닌가하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인천공항지부는 공사에 정규직화 공동 연구용역과 노사 간 협의를 다시 한 번 제안했다. 지부 관계자는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은 인천공항만의 일이 아니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의 시금석이다.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공사는 일방적인 용역을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노조와 대화 체계를 조속히 마련하고, 당사자 참여 방안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