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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손녀딸입니다. 여덟달반 만에 태어나 걱정이었지만 지금은 아주 건강하게 잘 크고 있답니다. 돌이 되니 여자 태도 나고요.
▲ 오서하 제 손녀딸입니다. 여덟달반 만에 태어나 걱정이었지만 지금은 아주 건강하게 잘 크고 있답니다. 돌이 되니 여자 태도 나고요.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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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13일, 2017년 6월 8일, 무슨 날짜냐고요? 큰손자 서준이가 처음으로 기저귀를 찬 날, 녀석이 그 기저귀를 벗어던졌다는 뉴스를 접한 날. 네, 바로 그날들입니다. 태어난 날에 기저귀를 차서 만 3년 동안 기저귀와 친하다가 이별한 날, 이 날이 그리 어마어마한 날인지 예전엔 미처 몰랐답니다.

눈치 멀쩡한 녀석이 기저귀는 그리도 사랑하더니 이제야 그 사랑을 헌신짝처럼 내던졌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30개월 남짓이면 기저귀를 뗀다는 데, 서준이는 만 3살, 그러니까 한국 나이로 4살 꽉 채워서까지 기저귀와 절친 관계를 지녀온 겁니다. 개월 수로는 37개월 만이지요.

떼는 것도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말귀 멀쩡히 알아 듣기에 응가를 하곤 엄마가 깨끗이 닦아주면 스스로 기저귀를 입습니다. 팬티 모양이라 참 편합니다. 당연히 이때 제 엄마나 가족들의 잔소리도 작렬하죠.

4살에 기저귀를 뗀 아이, 대단해요

"서준아! 이제는 응가 마려우면 응가 마렵다고 해. 응가는 화장실에 가서 변기에 앉아서 하기! 아이 착하지. 응가 변기에다 하면 맛있는 거 사줄게. 기저귀 입는 것보다 더 쉽거든."

제 손자 녀석입니다. 기저귀 뗀 기념 선물로 받은 슈퍼 윙즈 시리즈 중 하나를 들고 활작 웃고 있습니다.
▲ 오서준 제 손자 녀석입니다. 기저귀 뗀 기념 선물로 받은 슈퍼 윙즈 시리즈 중 하나를 들고 활작 웃고 있습니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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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맛있는 거?'라 말하며 관심을 보이는 듯하지만, 그것으로 끝, 이내 딴청을 피웁니다. 그리곤 뒤돌아보고 씩 한 번 웃어주는 센스! 능글맞기까지 합니다. 그러길 수개월이 흐른 지난 6월 8일 나른한 오후, 서준이 녀석이 기저귀를 뗐다는 뉴스가 '전화기 저쪽 소식통'을 통하여 딸내미 기자로부터 날아 든 겁니다.

"기저귀 뗐어?! 서준이 참 착하다. 서준아! (저쪽에서 서준이 녀석이 뭐라고 하는 모양이나 제게까지 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서준이, 기저귀 뗀 기념으로 이 할미가 뭐 사줄까? (......) 알았어. 할머니가 그거 사줄게."

아내의 통화는 딸내미와 서준이 사이를 오가다 그렇게 끊겼지만 할매 호들갑은 그때부터입니다.

"여보, 서준이가 글쎄 기저귀를 뗐데요. 기념으로 '피구' 사주기로 했는데. 인터넷에 들어가 '피구' 한 번 살펴봐요."

피구? 얼핏 공이 제 머리를 스쳐갑니다. 설마 그건 아니겠지요? 느닷없이 들이 닥친 '피구'라는 말에 나름 당황했지만, 그게 무슨 대수랍니까. 귀요미 손자 녀석이 기저귀를 졸업했다는데. 이 할배 즉각 행동에 돌입했습니다. 노트북을 열어 인터넷에 연결하고 자주 가는 오픈 마켓에 들어갔습니다. '피.구.' 이렇게 치자 로봇 모형 장난감이 주르르 뜨는군요.

'NEW 슈퍼윙스 시즌2 변신로봇 12종' 네, 바로 이거였습니다. 12가지 종류가 있는데 8가지는 친할머니와 왕고모 등이 구비해 주셨답니다. 나머지 중 서준이가 갖고 싶어 하는 '피구'를 사달라는 거예요. 그거 망설일 할배 할매가 아니죠.

'피구'만이 아니라 '두두' '에이스' '샛별' 모두 주문했습니다. 그러니까 서준이 녀석은 기저귀와 이별한 기념으로 '슈퍼윙스 시즌2 변신로봇' 시리즈 전부를 갖게 된 겁니다. 참 대단합니다. 기저귀 뗀 기념으로 이리 으리으리한 선물을 받은 아이가 어디 또 있을까요. 아, 있겠지요. 요즘 아이들은 그런 것쯤은 별 것 아니니까요. 격세지감입니다.

'머슴아'가 '가시나'가 되어가네요

걸아다니는 시한폭탄, 제 손녀입니다. 머리를 묶어 줘 여자로 보입니다. 꽤나 얌전해 보이지만 어쩌다 포즈 한 번 취한 것 뿐이랍니다.
▲ 오서하 걸아다니는 시한폭탄, 제 손녀입니다. 머리를 묶어 줘 여자로 보입니다. 꽤나 얌전해 보이지만 어쩌다 포즈 한 번 취한 것 뿐이랍니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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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큰 녀석 얘기만 했군요. 둘째 손녀 서하도 무럭무럭 잘 크고 있습니다. 요샌 '카카오스토리'에 올라오는 손자들 이야기에 듬뿍 빠져 삽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들락거리죠. 딸내미가 올린 이야기를 발견하면 '서준이, 서하 소식 또 올라왔네'라는 탄성과 함께 우리 부부는 스마트폰 속으로 빠져 든답니다.

이 할배, 서하에겐 참 미안합니다. 서준이 녀석의 이야기는 자주 글을 썼는데, 서하는 그러지 못해서요. [손자 바보 꽃할배 일기 19]를 지난해 7월에 쓰고 이제야 [손자 바보 꽃할배 일기 20]을 쓰니 말입니다. 첫사랑과 다음사랑은 좀 다른가 봅니다. 서준인 이 할배의 첫 손자잖아요.

서하는 서준이에 비해 조금 못생겼어요. 남이 보면 그놈이 그놈이지만. 하하하. 대부분 자기 손자는 다 예쁘다는데 전 솔직히 예쁘지 않더라고요. 여자애가 남자애 같은 모양새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희망이 있답니다. 둘 다 몹시 잘생기고 예쁠 거라는. 어렸을 때 못생긴 애들이 자라면서 예뻐지거든요. 믿거나 말거나.... 하하하.

아이가 못생겨서 '꽃할배 일기' 쓰기를 소홀히 한 거냐고요? 아니오. 정말로 아니랍니다. 제가 지금 가슴에 손 올린 거 보이시죠? 안 보인다면 할 수는 없고요. 실은 제가 환경의 변화가 있었답니다. 이사도 했고요. 하여튼 서하에겐 참 미안합니다. 이제라도 열심히 써야겠습니다.

여덟달반 만에 이 세상에 나온 서하는 처음에는 잘 먹지도 않고 울어대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잘 먹어서 탈(?)입니다. 뭐든지 주면 냉큼 받아먹습니다. 여덟달반 만에 탄생한 아이라고 말하면 누구든 믿지 못한답니다. 참 감사한 일이죠.

성격은 어떻고요. 조심성이라곤 한 알갱이도 없습니다. 제 오빠 서준이는 어렸을 때, '에비, 안 돼!' 하면 살그머니 손을 가져갔다가도 물건에서 손을 뗍니다. 하지만 서하 녀석은 전혀 다릅니다. 말할 사이도 없이 덥석 잡아 흔들죠. 열심히 뒤를 따라 다니지 않으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랍니다.

제 손자와 손녀가 미끄럼틀에서 놀고 있습니다. 동생이 싫다던 오빠 서준이가 동생 서하를 잘 데리고 놀고 있습니다. 이젠 여엿한 오빠가 되었답니다.
▲ 오서준 오서하 제 손자와 손녀가 미끄럼틀에서 놀고 있습니다. 동생이 싫다던 오빠 서준이가 동생 서하를 잘 데리고 놀고 있습니다. 이젠 여엿한 오빠가 되었답니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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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인 아들이고 서하는 딸인데, 바꿔 된 듯합니다. 흔히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보다 조심성이 없다고들 하던데, 제 손자들은 반대랍니다. 서하는 생긴 것도 꼭 남아 같더니 돌이 지나면서 조금씩 머슴아 태를 벗고 가시나 태를 보인답니다. 여자애 되기를 기다리다(?) 며칠 전엔 좀 늦게 돌 사진도 찍었답니다.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머리를 곱게 따주셔서 집으로 돌아 올 때는 여자아이가 되어 온답니다. 아침에 머슴아를 맡겼는데 저녁에 가시나가 되어 온다며 딸내미가 좋아합니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좋지 않은 이야기가 매스컴에 등장할 때마다 걱정인데, 손자들 어린이집 선생님은 남자아이를 여자아이로 변신시키는 능력까지 가졌으니 다른 건 말해 뭐하겠습니까. 이 공간을 빌려 감사하다는 말씀드립니다.

동생이 태어나자 더 응석을 부리며 엄마 품을 떠나지 않던 서준이가 이제는 어엿한 오빠가 되어 동생과 잘 놀아주기도 한답니다. 이건 비밀인데요(?), 서준이는 처음에는 동생이 싫다고 했죠. 그리고 동생에 대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잘 데리고 노는 좋은 오빠랍니다. 더더군다나 기저귀까지 뗀 어엿한 오빠죠. 손주들의 노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꽃할배의 주책인가요? 주책바가지라 욕해도 할 수 없죠. 뭐. 이렇게 아이들의 할배는 늙어가는 거겠지요.

덧붙이는 글 | [손자 바보 꽃할배 일기]는 손자를 보고 느끼는 소소한 이야기를 담은 할아버지의 글입니다. 계속 이어집니다. 관심 많이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태그:#손자 바보 꽃할배 일기, #오서준, #오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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